청년 적금, 정말 그만큼 좋은 걸까

만기 때까지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by 에치피

청년 적금에 가입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꽤 들었다. 그런데 만기까지 끝까지 유지했다는 사람은 훨씬 적었다. 중간에 해지하면 그 높은 금리가 아무 의미 없어진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해지할 때 "어차피 나중에 다시 가입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근데 나중은 잘 안 온다.



청년 적금이 뭔지부터

정부가 만든 청년 전용 적금 상품들은 이름이 여럿이다.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 은행별 청년 우대 적금. 공통점은 일반 적금보다 금리가 높고, 정부나 은행이 추가 지원을 붙여준다는 거다. 조건을 맞추면 세금 혜택까지 붙는다.


청년도약계좌를 예로 들면, 연 소득 7,500만 원 이하 만 19~34세가 매달 최대 70만 원을 5년간 납입하면 정부가 최대 6%의 기여금을 추가로 얹어준다. 금리에 기여금까지 합치면 연 7~9% 수준의 효과다. 시중 적금이 연 3~4%대인 걸 감안하면 확실히 낫다.


좋은 건 맞다. 같은 돈을 넣어도 더 많이 받는다. 그런데 "같은 돈을 계속 넣는다"는 게 쉽지 않다. 매달 일정 금액을 2년, 5년 납입한다는 게 말은 쉬워도 실제로는 여러 변수가 생긴다.



만기를 채우지 못하는 이유

이직, 실직, 결혼, 이사, 갑자기 생긴 목돈 필요.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적금이 깨지는 건 의지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그냥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거다. 청년 월세 지원 같은 제도를 병행해서 주거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매달 적금 납입이 버거워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청년도약계좌처럼 5년짜리는 더 어렵다. 20대 중반에 가입하면 30대 초반에 만기가 온다. 그 5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생길지 상상해보면... 쉽게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5년이면 직장이 바뀔 수도 있고, 결혼 비용이 생길 수도 있고, 전세 보증금이 급하게 필요할 수도 있다.


금융 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적금 중도 해지율이 생각보다 높다. 특히 장기 상품일수록 중간에 깨지는 비율이 올라간다. 그게 나쁜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삶이 원래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들어가는 게 나은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 자격이 된다면 가입하는 게 낫다. 설령 만기 전에 해지하더라도 그때까지 쌓인 이자는 일반 적금보다 높다. 완주하지 못해도 손해는 아니다. 다만 정부 지원금 매칭이 없어지거나,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조건들은 꼼꼼히 봐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하나다. 납입 금액을 무리하게 설정하지 말 것. 최대 한도를 꽉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면 나중에 부담이 된다. 낮은 금액으로 시작해서 여유가 생기면 올리는 전략이 완주 확률을 높인다. 월 30만 원짜리가 완주하는 게 월 70만 원짜리 3년 만에 해지하는 것보다 낫다.


또 하나, 중도에 납입 일시 정지 기능이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소득이 일시적으로 줄거나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잠깐 멈출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완주 확률이 올라간다. 해지보다는 정지가 낫다.



청년 적금과 함께 봐야 할 것들

청년 적금 하나만 놓고 재무 계획을 세우면 안 된다. 비상금, 생활비, 고정 지출 - 이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해야 적금이 살아남는다. 가계부로 지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사실 청년 적금보다 먼저다. 구조를 모르면 좋은 상품도 버티지 못한다.


월세 부담이 크다면 청년 월세 지원 신청을 먼저 챙기는 게 순서다. 주거비가 빡빡한 상태에서 적금을 유지하는 건 어느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그리고 대부분은 주거비를 선택한다. 그게 맞는 선택이다. 적금은 다시 들 수 있지만 살 곳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


생활비를 줄이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정 비용인 전기요금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작은 절약들이 쌓여서 적금 납입 여력이 생긴다. 기적의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냥 조금씩 덜 쓰는 거다.



숫자보다 습관이 남는다

청년 적금의 진짜 가치는 금리가 아닐 수도 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습관. 그게 만기 이후에도 남는다. 만기를 채운 돈은 언젠가 쓰이고 없어지지만, 저축 근육은 그 이후 재무 결정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20대에 강제로라도 저축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30대에 벌어지는 자산 차이가 꽤 크다. 당장의 이율 계산보다 그 습관이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청년 적금은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다.


청년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을 동안은 이런 제도의 혜택을 최대한 챙기는 게 맞다. 다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 조건을 꼼꼼히 보고, 지출 절약 습관과 병행해서 납입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률을 결정한다. 좋은 상품도 결국 쓰는 사람에 달려 있다. 적금통장이 있다고 저절로 돈이 모이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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