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초록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
콘크리트 사이에서 살다 보면 가끔 녹색이 그리워진다. 공원에 가면 되긴 하지만, 그건 그쪽 것이고, 내 것이 아니다. 베란다 텃밭은 그 작은 차이에서 시작했다.
서울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꽤 많다. 작은 화분 하나를 창가에 올려두는 것부터 시작해서, 베란다 전체를 녹지로 만든 사람까지. 그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처음에는 공기정화 식물 하나를 샀다. 몬스테라였는데, 일 년 만에 화분이 작아진 것 같았다. 뿌리가 구멍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새 잎이 한 달에 두 장씩 나왔다. 그걸 보면서 이왕이면 먹을 수 있는 것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 세 개로 시작했다. 상추, 방울토마토, 바질. 거창하지 않게, 그냥 베란다 한쪽 귀퉁이에 놓을 수 있는 만큼. 처음 며칠은 잘 자라는지 자꾸 확인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베란다 문을 열어보는 게 습관처럼 됐다.
베란다 텃밭을 처음 시작할 때 막막하다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소 키우는 방법을 정리한 안내가 초보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어떤 흙을 써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줘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나와 있다.
문제는 햇빛이었다. 우리 집 베란다는 동향이라 오전에만 해가 든다. 토마토는 하루 종일 햇빛이 필요한데, 동향 베란다에서는 크기가 많이 작아진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상추만 심었을 것이다.
식물이 있으면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같은 베란다인데, 화분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초록이 시야에 들어오면 왠지 여유로운 느낌이 드는데, 이게 눈의 착각인지 실제로 뭔가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다.
도시에서 자연을 가질 수 없다는 건 반쯤은 사실이다. 공원은 내 것이 아니고, 산도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베란다만큼은 내 것이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흙을 만질 수 있고, 씨앗을 심을 수 있고, 수확을 할 수 있다. 그게 베란다 텃밭이 도시인에게 갖는 의미인 것 같다.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트에서 채소를 살 때 조금 더 살펴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 상추가 어디서 어떻게 자란 건지, 이 방울토마토는 얼마나 오래 걸려서 자란 건지. 직접 키워본 후에야 그 과정이 조금이나마 상상이 된다.
봄이 지나고 나면 상추는 꽃대가 올라온다. 그게 수확 끝이라는 신호다. 씨앗을 받아두면 가을에 다시 심을 수 있다. 올해는 씨앗을 받아보려고 한다. 작년보다는 조금 더 알게 됐으니까. 봄 텃밭에서 시작하기 좋은 작물과 시기에 관한 글도 올해 다시 읽어봤다. 매년 읽어도 새롭다.
베란다 텃밭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