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책임과 텅 빈 냉장고

by 에치피

어른이 된다는 건, 자유의 확장이 아니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덜 컹거리는 기분이었다. 덜 성숙해진 마음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어른은 숙제처럼 다가왔다.





첫 번째, 짊어지는 무게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 많아졌다. 부모님, 친구, 때로는 낯선 이까지. 나의 선택 하나하나가 영향을 미쳤다. 작은 실수도 되돌리기 어려웠다.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생각보다 컸다.


예전에는 당장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샀다. 돈이 없으면 굶었다. 지금은 미래를 계산해야 했다. 저축, 투자, 노후 대비. 모든 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순간의 충족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살림남의 현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들은 묵묵히 집안일을 했다. 묵묵히 가족을 책임졌다.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예상치 못한 오류

어른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질병, 해고, 인간관계의 파탄. 모든 건 나의 통제를 벗어났다. 나는 무력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당황했다. 복잡한 프로그램 사용법을 몰랐다. 윈도우 바이러스 검사 방법처럼, 작은 것도 제때 챙겨야 한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어른은 끊임없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다. 나는 답을 몰랐다.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세 번째, 공통의 고민

혼자 끙끙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고 물품 거래, 이직, 연애. 모든 건 혼자가 아니었다.


나중에 중고 가전 매장 제대로 이을 찾아봤더니, 그게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서로를 위로했다. 나는 위안을 받았다.


어른은 외로운 싸움이 아니었다. 함께 헤쳐나갈 수 있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었다.





네 번째, 텅 빈 냉장고

가끔 냉장고를 열었다. 텅 비어 있는 냉장고를 보며 허무했다. 텅 빈 냉장고는 나의 현실을 반영했다. 나는 무엇을 채워야 할까.


과거에는 즉흥적인 선택을 했다. 지금은 신중해야 했다. 돈을 아끼고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가끔은 충동적인 구매를 하고 싶었다. 나는 갈등했다.


텅 빈 냉장고는 빈 마음을 의미했다. 나는 채워야 했다. 지식으로, 경험으로, 사랑으로.





다섯 번째, 작은 실천

어른이 되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다. 작은 실천의 반복이었다. 규칙적인 운동, 꾸준한 독서, 감사하는 마음. 작은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들었다.


나는 어제 책 한 권을 읽었다. 오늘 아침 조깅을 했다. 내일은 친구에게 연락할 생각이다. 작은 행동들이 쌓였다.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어른은 완성이 아니었다. 진행 중이었다. 나는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작은 실천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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