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텅 빈 냉장고
어른이 된다는 건, 자유의 확장이 아니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덜 컹거리는 기분이었다. 덜 성숙해진 마음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어른은 숙제처럼 다가왔다.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 많아졌다. 부모님, 친구, 때로는 낯선 이까지. 나의 선택 하나하나가 영향을 미쳤다. 작은 실수도 되돌리기 어려웠다.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생각보다 컸다.
예전에는 당장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샀다. 돈이 없으면 굶었다. 지금은 미래를 계산해야 했다. 저축, 투자, 노후 대비. 모든 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순간의 충족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살림남의 현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들은 묵묵히 집안일을 했다. 묵묵히 가족을 책임졌다.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질병, 해고, 인간관계의 파탄. 모든 건 나의 통제를 벗어났다. 나는 무력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당황했다. 복잡한 프로그램 사용법을 몰랐다. 윈도우 바이러스 검사 방법처럼, 작은 것도 제때 챙겨야 한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어른은 끊임없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다. 나는 답을 몰랐다.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혼자 끙끙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고 물품 거래, 이직, 연애. 모든 건 혼자가 아니었다.
나중에 중고 가전 매장 제대로 이을 찾아봤더니, 그게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서로를 위로했다. 나는 위안을 받았다.
어른은 외로운 싸움이 아니었다. 함께 헤쳐나갈 수 있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었다.
가끔 냉장고를 열었다. 텅 비어 있는 냉장고를 보며 허무했다. 텅 빈 냉장고는 나의 현실을 반영했다. 나는 무엇을 채워야 할까.
과거에는 즉흥적인 선택을 했다. 지금은 신중해야 했다. 돈을 아끼고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가끔은 충동적인 구매를 하고 싶었다. 나는 갈등했다.
텅 빈 냉장고는 빈 마음을 의미했다. 나는 채워야 했다. 지식으로, 경험으로, 사랑으로.
어른이 되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다. 작은 실천의 반복이었다. 규칙적인 운동, 꾸준한 독서, 감사하는 마음. 작은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들었다.
나는 어제 책 한 권을 읽었다. 오늘 아침 조깅을 했다. 내일은 친구에게 연락할 생각이다. 작은 행동들이 쌓였다.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어른은 완성이 아니었다. 진행 중이었다. 나는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작은 실천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