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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akin to feral Jan 16. 2024

나의 여행 연대기

Photo by Domino on Unsplash


나처럼 80-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는 어린이를 위한 전집이 있다.


"세계의 어린이"라는 책이었는데,

전 세계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취재해서

사진과 이야기로 알려주는 책이었다.


나는 이 시리즈가 너무 흥미로워서

이 전집을 닳을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다른 나라 아이들이 뭘 먹고, 뭘 공부하고,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취미는 뭔지

어린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줌과 동시에 

궁금한 것들이 더 많아지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해외에 나가 살 팔자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도 젊었기에

모험심 많은 아빠를 필두로

우리 가족은 트렁크에 캠핑 장비를 싣고

종이 지도를 펼치며 전국 곳곳을 누볐다.


요즘처럼 장비를 다 갖추고 하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이 잘 수 있는 텐트 하나, 돗자리, 코펠, 부르스타 정도만 챙기고

나머지는 도착한 곳에서 해결하는, 그런 여행이었다.


겨울에는 눈 덮인 산에서 토끼를 쫓거나,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여름에는 대충 만든 통발로 작은 물고기들을 낚기도 했다.


그렇게 유년기를 보내고

21세기에 들어서 청소년이 된 나는 여권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생 때 일본과 태국을 방문했던 나는

어른이 된다면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 한국인들의 인기 있는 취미 중에 여행이 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고, 한국 여권 파워가 워낙 세니

국내에서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거나

좁은 국토를 벗어나 해외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진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 내가 갔던 해외 여행지는 주로 아시아권이거나 유럽권이었다.


적은 돈으로 가까운 거리에 갈 수 있는 여러 나라가 있다는 점은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시아권 나라들을 방문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기억이었고,

좋은 계기로 학회를 참석하거나 심지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어

다른 나라에서 처음으로 돈을 벌며 살아보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유럽은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대학원생 때 학회로 방문하게 되었다.

유럽을 갈 때에는 모두 장기 여행이었는데, 그 느낌이 색다르고 좋았다.

기간이 길어지고,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다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여행지에서 얻은 감상보다는 나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미국에 처음 오게 된 건 내가 23살 때의 일이다.


다른 집안과의 비교가 아닌 우리 집 내에서의 상황을 보자면,

남동생은 미국에 12살에 첫 발을 들였다.

"나이"라는 동일 선상에서 비교했을 때 10년도 더 늦춰진 것이다.


남동생 때와 상황이 다르긴 했지만,

내가 여자라서 좀 더 조심스러웠던 부모님은

처음에 나를 미국에 보내는 것을 강경히 반대하셨다.

그러나 나는 계속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러던 중에 다행히 당시 부모님의 지인 중 

UC 계열의 한 대학 패컬티 중 디렉터분이 계셔서

그분과의 면담 후 어느 정도 안심과 확신이 선 부모님은

그곳에서 잠시 지내는 것을 허락을 해 주셨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학업과 비자, 삶 때문에 미국 밖으로 좀처럼 나갈 일이 적어진 나는

틈틈이 미국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다.


이제 내가 당분간 살아야 할 곳이기에

여행을 통해 미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문화, 기후, 지리적 환경 등을 배우고 즐기는 중이다.


앞으로 적어 내려 갈 미국 국내 여행기들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경험들의 나열이 될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바로바로 적는 여행기가 아니라

기간적으로도 많은 시간 묵히고, 때때로 기억이 일부 사라지기도 하고, 

이야기 위에 새로운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그런 여행기가 될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상 깊었던 기억 조각들만 남게 되어

마음 속에 오래 있던 이야기들만 모아 글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나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많이 보기 때문에

나를 위해 적어두면 나중에 추억을 반추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기억하면 기억하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여행을 했던 시점이 아닌,

기록을 하는 시점이 중심이 되는 여행기를 이제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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