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지난 24시간을 돌아보면 너무나도 긴박했다. 첫 타자는 나였다. 수업에 가기 전 짬을 내서 썸머인턴십 면접을 보았다.
그 전날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너무 피곤하고 지난번에 면접을 한번 봤기 때문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도저히 피곤함을 극복할 수가 없어서 핵심 질문들만 스크립트 정리를 했고 나머지는 나의 순발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줌으로 보는 면접이라 스크린에 스크립트를 띄워놓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실전 면접은 예상을 벗어나 주는 법이다.
면접이 시작됐고, 두 명의 면접관과 나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긴장감에 스크린을 띄우고도 도무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머리와 몸이 얼어붙었다.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 스크립트 찾을 생각 말고 이판사판으로 그냥 대답하자!
대부분의 질문들은 내가 연습한 것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평소 생각해 뒀던 것들과 내 경험들을 엮어서 주저하면서도 핵심 키워드들만 제대로 말하자는 작전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가끔은 뭔가 내가 봐도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번 터진 입은 어떻게든 스스로를 어필하려고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얘기를 해 댔다.
면접이 마지막에 다다르고, 내가 같이 일을 하게 될 변호사님이 지난번 로펌에서 나빴던 점을 말해달라고 했다. 우리도 회사 불평 많이 한다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도 좋다고 하셨다. 이건 전혀 생각해 본 질문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변화구로 들어온 질문은 변화구로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지난번 일했던 로펌에 대한 불평이 아닌, 고객을 상대하면서 있었던 고충을 말했다. 내 답변에 대한 인터뷰어들의 반응을 보니 나름 잘 방어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준비해 간 두 가지 질문까지 마치고 나니 길다고 생각했던 면접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다. 면접의 긴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업에 늦지 않게 부리나케 짐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한 수업이 끝나고 방해금지모드로 해 두었던 핸드폰을 보았다. 몇 시간 전에 본 그 면접에서 오퍼레터가 도착해 있었다.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다음 수업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낮에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한 후 집으로 돌아와 허겁지겁 식사를 했다.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어서 한 시간 전부터 배에서 소리가 났었다. ‘이제 썸머잡 때문에 속앓이를 안 해도 되는구나’부터 ‘가서 잘할 수 있으려나’ 걱정까지 새로운 주제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탁탁 털고 일어나 일단 오퍼 레터에 수락하겠다는 답장부터 보냈다.
뒷 12시간은 이제 남편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