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춘향이, 그리고 광한루
올해만 남원을 세 번째 방문했다. 처음은 구례의 산수유 축제에 갔다가 남원에 묵었고, 그때 예촌이라는 이쁜 숙소를 보고, 다음에 예약을 해서 그 숙소에 머무느라 방문했었고, 이번에 여름이 끝나가는 듯 하여 또 예약을 하였다.
날씨가 엄청 좋다가, 갑자기 일기예보에 번개와 구름이 보인다. 남원 예촌이라는 한옥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평소에 주말에 예약하기 참 힘든 숙소인데, 운좋게 예약가능하길래 예약을 해두었는데, 주말 모두 엄청난 비소식이 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비가 오면 좀 어떤가 하며 가기로 했다.
아닌가 아니라, 실제 뉴스에 나올만큼 여기저기 많은 비가 왔다. 다행히 남원은 비껴갔지만, 그래도 비가 오면 단기 여행에서는 제약이 있기 마련이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게 된다. 특히나 이번엔 둘째 아이도 데려가서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다음에 또 데리고 다니기 편하다.
그래서 내려가는 길에 씨큐리움이라는 서천의 국립해양자원박물관에 들렸다.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언락 플레이스인지, 비가와서인지 한적한데다가 흥미있는 전시물로 가득해서 재미나게 구경을 한다. 서천은 국립생태원도 있고, 국가가 운영하는 큰 시설이 많은데, 사람은 별로 없다.
다행이 관람을 끝내고 나니 비가 잦아들었다. 그렇데 도착한 남원의 숙소는 그냥 툇마루에 앉아 비오는 풍경을 구경만 해도 훌륭하다. 비가 다시 오기도 하면 비오는 광한루를 구경하기도 한다. 초롱등들이 또 다르게 보인다.
또, 문화 행사가 많아 방자, 춘향이 이야기를 창극으로 풀어낸 공연을 본다. 미리 예매를 하고 공연을 보는데, 국악연주자, 소리꾼들이 관객수도 많은 공연이라 넉넉한 자리에서 맨 앞줄에서 관람을 했는데, 창을 할 때 목의 힘줄들까지 생생하게 보인다. 관객이 많던 적던 혼신의 힘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예술가들을 본다. 또, 다음날 광한루에서도 우연히 국악 / 놀이 공연을 하는데, 조금 젊은 친구들이 퓨전 국악부터 사자놀이까지 바로 앞에서 생생한 공연을 보여준다. 이것은 정녕 문화의 도시 아닌가?
결국 비가 오면 할게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모두 없어지고,
이렇게 완벽한 날씨라니, 이렇게 완벽한 여행이라니
하고 생각이 바뀌어 있었다.
여름의 열기도 사라지고 상쾌하고 신선한 바람으로 바뀌어 있었고, 한 번은 먹어야 하는 추어탕도 맛있었고, 광한루의 야경이나 아침의 버드나무가 살랑거리는 모습들도 더할 나위 없었다.
다시 한번 깨닫지만,
갈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가는게 답이다.
TIP#1
가끔 나라에서 숙박페스티벌이라고 해서 2~3만원 쿠폰을 뿌립니다. 꼭 받아가세요.
TIP#2
남원 예촌 숙소에 머물면 '마패'를 줍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횟수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광한루를 수시로 들락거릴 수 있습니다.
TIP#3
광한루 주변으로 저렴한 유료공연이나 무료공연이 항상 있습니다. 그런게 보인다면 꼭 구경하세요, 새로운 창을 배울 수 있거나, 요가를 배우기도 합니다. 고고장구 공연을 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