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라온 2025 / 30년 만에 공연장 재방문기
30년전 드럭, 블루데빌, 빵, 프리버드, 롤링스톤즈, 잼머스 같은 곳을 전전하다 차가 끊기면 홍대 놀이터에 신문지를 깔고 냉동만두를 데워먹다가 다른 사람들이 출근할 시간이 되서야 닭곰탕으로 해장을 하고, 하나 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던 시절, 당산철교는 철거되었지만, 2호선은 계속 돌고 있었고, 몇 바퀴즘 돌고나서야 잠에서 깨어나 집으로 향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30년 뒤, 배가 나오고 머리가 얼마 안남은 중년이 된 그들이 다시 홍대로 돌아오는데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인디 공연을 위한 몇 가지 가이드를 정리해봅니다. 과거 인디 공연을 즐겼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 했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끔은 새로운 경험을 채워보세요.
자~ 이제 조금이라도 관심과 흥미가 생겼으면 '어떤 공연을 봐야하나' 하고 인터넷을 뒤져볼 것입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하나 변변히 없는 작은 공연장들이 허다하여,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으로는 공연장이나 공연 정보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가끔 찾아져도 업데이트 안된 죽어있는 홈페이지들이 많지요. 그래도 되는 것이 이제는 모두 인스타 계정을 통해 공연을 공지하고 소식을 전하기 때문이죠
롤링홀 : https://www.instagram.com/rollinghall/
클럽빅팀 : https://www.instagram.com/club_victim/
프리즘홀 : https://www.instagram.com/prismhall/?hl=ko
클럽 빵 : https://www.instagram.com/clubbbang/
등등 몇 개만 찾아보면 그 다음 부터는 알고리즘이 알아서 계속 추천해줄 것입니다.
이렇게 일일이 들어가서 어떤 밴드를 볼지, 어떤 공연장을 직접 찾아도 되지만, 요즘 어떤 밴드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어떤 공연을 봐야할지 결정하기 어렵다면! 전국의 소규모 공연장에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3개월간 공연을 하는 라라라온 공연을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lalalaon_official/
(아직 10월 공연도 많이 남았습니다 그려)
너무 고민할 필요 없이 얼추 장르만 맞으면 그냥 한번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랜덤으로 운명 같은 아티스트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갔는데 너무 뻘쭘하지 않을까? 어떤 복장으로 가야하나? 리액션을 잘 못 하면 어떻하나?
혹시 젊은 친구들이 '저 아저씨 이런데 왜 왔데?' 라는 눈빛으로 욕을 하면 어떻하지? 같은 걱정을 할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뭐 어쩔 수 없지요.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퇴근길에 업무 복장으로 가셔도 되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가셔도 됩니다. 사실, 아무도 신경안쓸테니까요.
오히려 '누군가 신경쓰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위험합니다. '무언가를 잘 보이려고' 할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아저씨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냥 편한데로 가세요. 일단 공연장까지 가면 90%는 성공입니다.
뒤에서 뻘쭘히 팔짱끼고, '이놈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지 마시고, 분석하려고 하지 말고, 무슨 평가기간도 아닌데 괜히 피드백 주려고 맘먹지 말고, 마음을 열고 쿵쿵거리는 스피커 진동이 피부에 와닿는 것을 느끼고 몸을 흔드세요
사실 가만히 있는게 더 뻘쭘할 때가 많아요. 그때 그때 음악에 맞춰 박수도 치고, 소리도 지르고, 몸도 흔들어 보세요. 압니다. 너무나 어색하죠. 옆에 사람들 보면 너무나 다들 자연스러운거 같은데 왠지 나만 뻣뻣하고, 어울리지 않은 느낌.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 관객들도 I 들이 많아서, 비슷하게 느끼고 있을 꺼에요. 정말 어색하다면 팁을 드리면, 애매하게 움직이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팔목만이라도 자신있고 확실하게 움직여주세요, 어차피 부드럽지도 않은 온몸을 움직이는건 누구나 힘드니, 팔만 살랑 살랑 흔들더라도 확실하게, 머리를 끄덕이더라도, 발을 구르더라도 확실하게 한 두개의 자신감 있는 동작이 금새 음악과 몸이 하나 되게 만들 것입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디지털 카메라도 희귀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라떼는...) 많은 관객 분들이 아티스트의 소중한 공연을 간직하기 위해 계속 영상을 찍거나 촬영을 합니다. 뒤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도 참 신기한 모습이긴 했습니다. 우리 중년들은 그렇게 팔로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잘 찍지도 못할 뿐더러, 어디 보여줄 곳도 없으니 연주자들이 신이라도 나게 박수를 치며 공연을 봅시다. 그래도 어색하게 자랑이라도 하려면 몇 장씩 찍어두는 것도 좋긴하지요. 보여주려고 공연을 보는 것이 뭐 죄악은 아니니..
그래도 '라이브' 공연은 그 라이브를 느끼는데 더 시간을 써봅시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찍어서 올려서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다른 사람들 계정을 뒤져보면 나옵니다. 연결된 세상, 클라우드의 세상, 내 폰 배터리와 메모리를 쓸 필요도 없습니다. 라이브를 즐겨요
최근에 지인을 꼬셔서 인디 클럽 공연에 데려갔는데, 영 힘들어 하더군요. 안타깝게도 그 분과 장르가 맞지 않아서 흥미를 못 느끼셨나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와 음악가들이 있으니 계속 계속 찾아보고 도전하시면, 이전에는 잘 느끼지 못 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 추가할 수 있게됩니다
제가 인디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주하는 분들의 표정에서 너무 큰 즐거움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관객이 20명이 안되어도, '무대 자체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공연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연주를 떠나서, 공연을 떠나서, 어떻게 먹고 살까? 와 같은 문제들을 떠나서, 그냥 순수하게 공연 자체를 즐기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어린이 젊은이 중년 노인들 나눌 것 없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작고 다양한 공연들을 즐기고, 이를 통해 더욱 많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웃으며 공연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본 포스팅은 라라라온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공연 관람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