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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 Jan 15. 2021

타인이 당신이 되기를, 당신과 우리가 되기를

0. 시작하며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으니까, 평소에도 계속 써둬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쓰는 행위에서 위안을 얻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달까요. 별 거 없으면서 자존심만 세고 자존감은 낮고. 그러니 불안, 슬픔, 수치심, 걱정, 두려움 같은 온갖 (대체로 나쁜) 감정들이 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이 녀석들을 그대로 두면 머릿속인지 마음속인지, 제 안의 허공을 이리저리 헤집어 놓아 더 괴로워지곤 했습니다.



손으로 펜을 쥐고 일기를 쓸 때면, 부유하는 고민 슬픔 불안 분노 혼란 들을 제 손으로 움쥐어 일기장에 붙잡아두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들에 물성 생겨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어질러진 책상이 깔끔해지듯 제 마음도 꽤 단정해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박제된 문자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하기도 했고, '잡아먹히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거나 '이것 때문에 힘들었구나'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힘든 날도 한가득이지만요.



일을 하면서부터는 더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더 힘들어서 그런 걸까요..ㅎㅎ) 모자란 능력에 비해 업으로 삼은 일은 늘 공적인 글쓰기라 생각해왔습니다. 사람을 만나 질문하고, 이야기를 듣고,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정리해서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 좀 더 가까이 다가더 잘 볼 줄 알았데, 가까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가까이 있 볼 수 없는 것들 있었습니다. 이 일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늘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를 만나는 '나'라는 사람 어떤 시선을 갖고 있고, 제대로 볼 수 있는가'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인의 불행과 슬픔을 마주할 때 유독 더 실수하고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후회와 반성이 뒤늦게 왔고 고민과 다짐을 꾹꾹 눌러 썼습니다.



지난 일기들을 돌아보니 그 모든 과정이 타인을 이해하려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타인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 여전히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니다.



냥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접점을 넓혀감으로써, 불가능할 것만 같은 '타인에의 이해'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니다. 동시에 타인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타인이 당신이 되기를.
당신과 우리가 되기를.
'우리'라는 시간이 만들어지기를.





덧붙이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내놓기 부끄러워 오래 담고만 있던 글들을 '이제 내보자' 하고선, 또다시 민망한 마음과 게으름이 뒤엉켜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됐습니다. '이거 쓴다고 누가 보겠나' 하는 생각을 하니 한결 편해지기도 합니다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마음입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꾸준히 뵙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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