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

by ustulc

도로는 우리를 어디로도 데려다주지 않았다. 한참을 굴러온 네 바퀴는 이제 비참하다. 차라리 해안선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겠다. 사고는 불운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 잘 각인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랄 정도로 피폐해지지는 않았다, 고 믿고싶다. 설령 그만큼 피폐해졌더라도 바다는 보고싶었다. 특히나 동해 바다가. 어쩌면 피폐해졌기 때문에 바다가 보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다. 나는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을 좋아한다. 아름다워서 기뻐지는 건 단순하고 식상하니까. 아름다움이 슬프게 느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 짧은 지속성 때문이거나, 소유할 수 없음, 혹은 푸르름에 눈이 시려서 눈물이 나오는 걸 슬프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어쨌든 아름다움의 슬픔은 그 유한함에서 온다고 믿는다. 어쩌면 내가 보는 대상의 유한함이 아닌, 나 자신의 유한함 때문인지도.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목적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미완인 채로 남겨두면 영영 끝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에 잠자코 들어주기로 했다.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차를 돌려 끝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

지지 않는 태양과

끝나지 않는 청춘


목적지 없는 방황,

계속해서 반복될 노래와

흩어지지 않는 물거품


또, 어디로도 데려다주지 않는 도로


나는 여전히 바다가 보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