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5년 이후의 중국 자동차 시장은 그 규모와 경쟁 강도 때문에 ‘전국시대의
혼란(战国混战)’을 연상시킨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일본의 전국시대는 두 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였다. 두 시기 모두 국가의 분열과 전쟁이 일어났으며, 권력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동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약 BC 771년부터 BC 476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시기는 주씨 왕조의 몰락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고 전쟁을 벌인 시기였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1467년부터 1603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시기는 무장세력들이 전쟁을 벌이고 군주들이 서로 경쟁했고, 이 시기의 끝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하여 일본을 통일하였다.
‘열국지’, ‘손자병법’ 등 우리가 소위 고전이라고 일컫는, '중국 전란의 시대'를 다룬 작품들 중 9할은 음모와 중상모략의 역사로 꾸며져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하가 군주를 배신하고, 아들이 아비를 배신하며,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춘추전국시대에는 ‘천명’ 사상과 ‘인’과 ‘예’ 라는 명분의 겉치레가 존재했다. 이 시기의 군주들은 자신들이 천명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일본의 전국시대는 내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생존이 최우선인 시절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했고, 동맹의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졌기에 늘 조심해야했다. 패배는 곧 죽음이자 멸문지화의 변이었다. 말 그대로 ‘칼 위에 선 삶’이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다. 경쟁 강도와 역동성, 모략의 활용도 측면에서 ‘춘추전국시대’ 보다는 일본의 ‘전국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100여개가 넘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단일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푸조, 시트로앵, 르노, 피아트, 지프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이미 사업을 접었고, 미국계 포드, 일본계 마쯔다 등도 곧 퇴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중국 메이커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외국계 합자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는 승리하고 있지만 메이커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소위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 앞으로도 잘 나갈 것처럼 보이는 브랜드는 BYD(비야디) 뿐이다.
또 한가지 특징은 ‘게임의 룰’이 복잡하고 소위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고객과 스토리를 공유하고 고객을 브랜드의 추종자로 만든다는 방법론은 유사하지만, 그 내용에서 큰 차이가 난다. 경쟁사와의 비교 광고는 당국이 규제를 하고 있지만, 이를 신경쓰지 않고 노골적인 경쟁사 비하 광고를 실시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주로 중국 브랜드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만에 하나 당국의 심의에 걸려서 규제를 받으면 그 자체로 ‘이슈’가 되었다고 흡족해 한다. 고객의 의견이 아니라 당국의 심의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인지도’를 위해서라면 ‘Brand Dignity’는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게 중국 자동차 시장의 현실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공은 관점의 전환, 유연성, 그리고 속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업들은 거대한 시장 규모에 압도되어 시장 공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생존 가능성을 우선시하며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를 대비해 과감한 후퇴도 선택지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는 중국 시장의 복잡성과 독특한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빠른 의사결정은 변화무쌍한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기업이 외부 환경의 빠른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며, 의사결정 속도는 국제적 성과와 직결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전략은 이러한 요소들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