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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Jun 27. 2023

좀 싸다녀본 지리교사가 추천하는 여름 휴가지 best3




여름에 놀러 어디 가면 좋을까?



참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다.


즐거운 여행에 경우의 수는 백만 스물하나쯤 된다.

누구랑 가는지, 무엇을 위한 여행인지, 어떤 활동을 선호하는지, 예산이 얼마인지 등에 따라 여행을 달라진다.

 

액티비티 한 활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고,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원한 계곡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자연보다 도시의 활기와 편의 시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숙소에 투자하기보다 잘 먹고 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왕 쉬러 가는 거 숙소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모두가 만족하는 맞춤여행 설계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맘때쯤이면 늘 질문을 받는다.


쌤이 가본데 중 어디가 제일 좋아요? 여름에 놀러 어디 가면 좋을까?


오랜 고민 끝에 매번 반복적으로 내놓는 3가지 패를 오늘 공유한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의 반영이며 다녀온 추억으로 미화된 추천임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첫 번째 추천지는, 태백


여름 휴가의 기본이 피서(避暑)라면 시원을 곳을 찾아가야 한다.

아래 지도를 보면 6월 25일 기준 낮최고 기온 서울 33.1℃, 충주 32.0℃를 기록한 것에 비해 태백은 28.5℃로 4-5℃ 가량 낮다. 최저기온은 15.7℃로 서늘함을 느낄 정도다. (이유는 간단, 해발고도가 높으니깐)

그래서 피서를 위한 여름 휴가라면 태백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기상청 누리집 정보 캠쳐 (2023년 6월 25일 날씨)


태백에 시원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자연못이 모두 태백에 위치한다. 검룡소에서 출발한 한강은 굽이굽이 지나 서해로, 황지에서 솟아오른 낙동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유로를 지나 남해와 동해 경계 지점으로 흘러간다. 평소 관심 밖이었을 두 강의 여정을 지도에서 찾아보며 발원지를 방문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된다.


과거 탄광촌으로 이름 날리던 태백에는 당시를 경험할 수 있는 석탄박물관, 철암탄광역사촌, 태백체험공원 등의 관광지가 있다. 다만, 큰 기대보다는 소박한 체험 정도를 생각하고 가는 것이 좋다.


태백에 가게 되면 늘 먹고 오는 것이 태백 한우다. 고원 지대에서 자란 한우의 맛은 단연 으뜸인데 타지역의 고급스런 한우식당과 달리 태백 한우집은 실비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태백 닭갈비. 태백 닭갈비는 물닭갈비를 말한다. 과거 탄광촌에서 일하고 나온 광부들이 목에 낀 칼칼한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닭갈비에 육수를 넣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똑같이 탄광이 있던 인근 정선과 삼척 일대에서도 물닭비를 만날 수 있지만 태백 물닭갈비만의 특징은 냉이를 넣는다는 것이다. 닭볶음탕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 있는 태백닭갈비를 꼭 한번 맛보시길 바란다.  


사실 우리 가족은 태백을 자주 찾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옆 정선에 위치한 하이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서다. 하이원 불꽃놀이는 평소 매주 토요일에만 볼 수 있지만 휴가 기간에는 평일에도 진행되니 미리 알아보고 방문하면 좋다. 관람료 없이 무료로 볼 수 있으니 부담없이 약 30분간 즐기면 된다. 다만 야외에서 감상할 경우 모기기피제와 쌀쌀함에 대비한 바람막이를 챙기시길 바란다.







두 번째 추천지는, 울릉도


여러 섬을 가봤지만 망망대해에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건 울릉도가 유일했던 것 같다. 울릉도까지 배로 이동하는 시간 만큼이나 아득한 육지를 바다 넘어 상상하다 보면 고립을 실감하게 된다. 분명 땅에 발을 딛고 있지만 바다에 압도되는 기분. 동해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울릉도다.

 

먼저,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명이나물에 라면을 꼭 먹어보자. 육지에서 고기 먹을 때 먹는 중국산 명이나물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라면과 함께 먹으면 꿀조합이다(침꼴깍). 방문 당시 울릉도에 왔으니 성인봉 한번 찍어야지 라는 객기로 호기롭게 등반을 도전했었다. 울릉도는 그 자체가 종상화산이다. 쉽게 말해 종 모양을 하고 있는 가파른 화산체가 울릉도다. 사실 말로만 종상화산을 떠들어봤지 직접 오른 적은 없어서 가파라봤자 얼마나 가파르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발을 디딜 때마다 경사가 뼈에 새겨졌다. 겁나게 가파르구나. (이후 수업 시간이 종상화산의 급경사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암튼 저승사자를 만날 것 같은 순간 쯤 성인봉을 찍을 수 있엇고 이후 나리분지로 들어서서 기어가듯 겨우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등산하는 동안 간단한 도시락만 먹은 상태라 뭐든 먹을 것을 찾아 들어간 식당에 유일한 메뉴가 라면이었고 고민없이 주문을 했다. 육지와 다르게 라면과 함께 명이나물이 나왔다. 그 맛을 의심하며 명이나물을 한잎 떼어 라면의 허리춤에 둘러 입속에 넣었을 때의 환희를 잊지 못한다. 격한 허기에 매몰되고 시간이 왜곡 시킨 부분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라면과 명이나물은 환상의 조합이라는 점이다.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길 추천한다. 기왕이면 성인봉을 지나 나리분지에 도착한 다음에 맛보면 좋겠다. 그땐 뭘 먹어도 지상 최대 음식이 되서 이 글의 신뢰도가 상승할 것이다.


앞서 말했던 울릉도는 가파른 화산, 그 자체다. 이곳에 해안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니 푸른 바다와 가파른 기암괴석의 조합이 기차다. 육지의 여느 바다처럼 사람으로 덮인 곳이 아니라서 자연을 호젓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곳을 산책하며 동해 바다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기분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고 울릉도에서만 갈 수 있는 그곳, 바로 독도.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독도에 발을 디뎌봤다. 적어도 한 달 이상 목욕을 안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삽살개와 늠름하게 우리를 지켜주시는 감사한 해경을 만날 수 있는 곳, 독도. 이 작은 바위섬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이며 이곳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다. 바다 한 가운데 바위섬에 도착하는 순간 없던 애국심도 퐁퐁 샘솟게 되는 독도. 날씨가 허락해 줘야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세 번째 추천지는, 남해


우리나라 서해, 동해, 남해는 각각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 서해에는 갯벌과 모래사장이 공존하는 곳이다. 동해안은 넘실거리는 파도와 석호가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남해는 뒤로는 가파른 해안산지를 배경으로 펼쳐진 바다가 절경이다. 곳곳에 몽돌해변에서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곳에 보물섬 남해(남해는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남해군 이면서 섬이다)가 있다.


남해에 가면 멸치쌈밥을 먹어야 한다. 밥반찬 해 먹는 비리비리한 잔멸치를 생각하면 안 된다. 남해에서 잡히는 신선하고 씨알 굵은 멸치로 만든 멸치회, 멸치쌈밥은 타 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맛이다. 여름 더위에 지쳤다면 멸치쌈밥으로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 신선해서 비린 맛은 전혀 없으니 걱정은 뚝!


누구나 한번쯤 방송에서 많을 법한 독일마을이 바로 남해에 위치한다. 1960-70년대 독일의 탄광과 병원으로 파견되어 고생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자리 잡은 곳이다. 그들의 고단한 삶이 발판이 되었지만 수십 년 세월이 흘러 지금은 독일 전통을 따르는 이국적 건축물과 남해의 자연이 조화된 아름다운 마울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드라마 촬영지가 되고 방송에 노출되면서 유명해진 독일마을에는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 독일 맥주 등을 선보이는 가게들도 있어서 눈과 입이 호강하게 된다.


남해에 꼭 한번 가보시라 추천하고 싶은 곳이 다랭이 마을이지만 아쉽게도 한여름에는 쉽지 않다. 가파른 해안절벽을 억척스럽게 깎아내 만든 다랭이 논과 굽이굽이 골목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민가를 개조한 민박에 머물게 되면 마을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을이 모두 경사지에 위치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운동 부족을 깨닫으며 호흡곤란을 경험할 수 있어 한여름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봄가을 야생화가 가득한 시기에 꼭 한번 가보면 좋겠다.  



네이버 지도 항공뷰 캡처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일상에서 벗어나 이색적인 장소에 도착하면 설레임에 들뜨고 호기심에 가득한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다.

반면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피로를 씻어내 줄 포근한 내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여행은 하는 동안도 끝난 이후에도 옳다.

항시 여행을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의 새로움이 좋고, 다시 돌아와 보통의 일주일을 시작할 집이 있어서 좋다.


정성을 담아 추천한 여름 휴가지에 당신의 마음에 드는 곳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아니라도 괜찮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의 반영이며 다녀온 추억으로 미화된 나만의 장소들로 남아도 좋을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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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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