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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난 작가가 될꺼야.

by 행복해지리



생애주기별 재무 설계에 대한 수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생애주기별 재무 설계(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아동기(청소년기포함),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로 구분된 생애주기에 주어지는 발달 과업과 시기별 수입과 지출의 변화에 대비해서 삶을 계획하는 것을 말합니다.


생애주기별 발달과업을 설명하는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 미래앤 교과서




그런데 그 내용이 좀 시대착오적입니다.

현재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2015 교육과정 하에 만들어졌어요.

교과서 집필부터 생각하면 이미 10년 전에 쓰였으니 2023년 시점에서 보면 뒤떨어져 보이는 거죠.

특히 현재 수업 듣고 고딩 세대는 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봅니다.

60에는 은퇴해서 40년 동안 노후 생활을 하라는 건 절하지 못합니다.

(물론 인간의 삶을 결혼출산양육에 맞춰 발달과업이라고 정해놓은 것도 좀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


암튼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빠르게 변화는 시대 흐름에 맞춰 아이들 세대는 평생 교육을 통해 변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60 전후에 은퇴해서 노후 자금만으로 생활하는 것은 경제적 빈곤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어느 세대보다도 긴 노년기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은퇴 없이 꾸준히 경제 활동을 이어가야 합니다.

노년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경제적 여유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삶의 활력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문제는 고작 17살 된 아이들은 이런 말은 귀등에도 탈락됩니다.

현실감이 없거든요.

40년도 더 남은, 60살 너머의 은퇴한 삶에 대해 고민하라는 건 아득한 우주 밖 영역처럼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삶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현재 중.장년기를 살고 있는 40대 교사.

슬슬 노년기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에 있는 제 이야기는 좀 더 리얼리티가 있을테니깐요.






얘들아, 난 작가가 될 거야.


뜬금없는 제 발언에 아이들은 단체 둥절입니다.

아마도 교사라는 직업이 있는데, 작가가 되겠다는 말이 뚱딴지같았을 겁니다.

저는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까지는 아니고)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번 이런 의중을 말한 적 있어서 아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꿈을 갖는 건 현실에 안주하고 않으려는 노력이며, 그간 해보고 싶었던 영역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아직은 정식 출판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 능력도 부족하지만 블로그도 쓰고, 브런치스토리에도 글을 올리며 매일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낮에는 교사로, 저녁에는 남매를 캐어하는 엄마로, 그리고 밤에는 잠을 쪼개서 미래의 작가의 삶을 위해 분전하는 제 하루를 말해주니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집니다.

제가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것이 전해진 듯 했습니다.

처음 어리둥절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제가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작가의 꿈을 위해 노력 중이야
그리고 50대에는 작가 겸 교사로 살 거야
60대에는 전업작가로 살겠지?
내게는 정년이나 은퇴라는 말은 없을 거야


생애주기별 재무설계 수업 시간이 어쩌다 제 꿈자랑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과서를 설명할 때보다 더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꽤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요즘 쌤 어떤 책 읽어요?'

'블로그 주소 알려주세요. 저도 블로거예요. 서로이웃해요.'

'쌤은 어떤 글을 주로 써야?'

등등등


아무튼 이렇게 제 꿈을 공개했으니 앞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줄 성과도 있어야겠습니다.

더 정진해야할 이유가 또 생겼네요.

작가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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