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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Dec 12. 2023

워킹맘의 휘뚜루마뚜루 김밥



김밥은 믿음직스러워요
재료를 골고루 넣어서 영양이 많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서 아침 식사로 제격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화면 캡쳐


우영우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나도 김밥을 자주 먹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아침식사로 김밥을 준비한다.

요알못이라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김밥은 예외다.

휘뚜루마뚜 재료를 준비해서 밥과 함께 돌돌 말아버리면 동글동글해져서 한입에 들어가는 김밥이 좋다.


다른 집 김밥들과 비교하면

좀 빈약하고,

많이 못 생겼지만,

난 내 김밥에 만족한다.

즉석사진도 아닌데 사전 준비 없이 20분이면 완성되는  워킹맘의 휘뚜마뚜루 김밥은 이렇게 만든다.



1. 밥준비


저녁에 늘 밥을 넉넉하게 한다.

다음날 아침에 먹을 찬밥을 위해서.

압력솥에 들어있는 찬밥을 덜어서 실리콘 냄비로 옮긴다.

실리콘 냄비는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 유용해서 집에서도 캠핑에서도 자주 애용한다.

너무 뜨겁지 않게 2분 정도 렌즈에서 돌린 밥에 소금 갈갈갈, 참기름 차르르, 깨 팍팍 넣어주면 밥 끝.


 


2. 속재료는 한 팬에 순서대로


워킹맘의 휘뚜루마뚜리 김밥에는 속재료가 3-4가지로 끝난다.

애초에 제대로 된 김밥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거다.

그래도 나름 철학이 있어서 겨우 서너 가지 들어가는 재료 중 둘은 꼭 당근과 계란말이다.

당근은 야채니깐 비타민, 계란말이는 단백질, 밥은 탄수화물이니 아침 식사로 참으로 완벽한 조화 아닌가.  


당근이영자 채칼로 유명한 트라이앵글 줄리앤커터를 쓱쓱쓱 휘둘러 팬에 곧바로 투입한다.

이 채칼을 사용하면 당근이 얇게 썰리기 때문에 달궈진 팬 위에서 3-4분만 휘적거리면 충분히 는다.

당근이 지용성 비타민이라는 걸 아는 자로서 몸에 들어가  흡수 잘되도록 기름 휙휙 둘려서 소금을 갈갈갈 넣어서 당근 준비도 끝.





당근을 덜어내고 팬에 그대로 계란을 풀어 투입한다.

바쁜 아침 계단 지단 따위는 없다.

두툼한 계란말이로 만들어 턱턱턱 썰어주면 끝.

여기서 시간 절약의 뽀인트.

달걀을 말다가 공간이 생기면 스팸 또는 햄 또는 맛살을 구워 시간을 절약한다.



 


3. 다 넣고 말기


속재료들이 정갈하게 담는 건 바쁜 아침에 사치다.

큰 접시에 다 같이 구겨 넣고 순서대로 김밥 속으로 투입되면 그뿐.

미리 데워둔 밥과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돌돌돌 동글동글동글 말아주면 휘뚜루마뚜루 김밥이 완성이다.



당근과 계란말이를 기본으로 추가되는 재료는 냉장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워킹맘에게 재료를 가지런히 두는 것도 사치다. 설거지 거리도 최소로 한다.



완성된 휘뚜루마뚜루 김밥

이것이 기본형.  


기본형


이것은 아주 고급 버전.

세상에 시금치가 들어갔다.

감마저 완벽


냉장고에 시금치 있던 날, 올레


슈퍼 고급버전.

무려 재료가 6개나 들어갔다.

당근과 달걀말이 기본에 햄과 맛살 스팸은 한 가지만 선택하는데 이날은 무려 맛살과 햄이 동시에.

게다가 냉장고에 있던 나물과 진미채까지 넣어서 씹는 맛까지 살렸으니 이날 김밥은 인기 만점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냥장고에 나물과 진미채가 있던 날, 은근 진미채 넣으면 짭조름 맛있다.

 



남들이 정해놓은 김밥 기준에는 미달될 수도 있지만 난 내 김밥이 좋다.

못 생기고 빈약한 김밥이지만 아침잠 많은 워킹맘이 아이들 영양을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니 만족한다.


난, 나를 싫어하던 사람이다.  

키 작은 것이 싫어서 꼭 힐을 신고 다녔고,  

벌어진 앞니가 부끄러워 남들 앞에서 잘 웃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놀림거리였던 각진 턱을 가리기 위해 머리카락 커튼을 치고 다녔었는데,

그 와중에 뒤통수에서도 턱이 보인다며 놀리는 애들이 있었서 울기도 많이 했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나를 온전히 만족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달라지고 있다.

앞니가 벌어졌든 말든 내가 웃고 싶으면 크게 웃는다.

턱이 각진 것을 어쩌리, 지금은 내가 편한 대로 머리를 질끈 묶고 드러내고 산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만족하는 삶을 배우는 중이다.

못나고 부실하지만 내가 만든 휘뚜루마뚜루 김밥을 좋아하는 것처럼. 


오늘도 김밥을 만다.

내가 만들어놓고는 이리 맛있다니.

삐죽빼죽 꼬다리와  옆구리 터져버린 것을 모두 내입 속에 처리한다.

못나도 맛은 똑같는 당연한 진리를 김밥을 씹으며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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