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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Jan 23. 2024

건강을 기원하는 생일 수수경단 레시피



아들, 생일날 뭐 먹고 싶어?


치킨이랑 피자


효자네.

엄마 요리 못하는 거 알고 외주로 해결해 주는 센스.

그런데 곧 요청이 수정되었다.


아니 엄마, 그거는 해줘. 동글동글한 거.
내가 좋아하는 거.


아이가 찾는 건 수수경단이다.

백일 때, 그리고 이후 생일마다 해줬으니 벌써 13번째 만들어주는 건데 이름도 모른다.

내 엄마가 내게 해준 것처럼 생일이면 으레 수수경단을 했다.

남매의 생일마다 만드니 수수경단을 20번 넘게 만든셈이다.

첫 돌 때는 삼색으로 구색을 맞춰 줬으나 다른 맛은 거들떠도 안보고 오직 한 가지만 먹더라.

그저 카스텔라 옷 입은 경단만 먹는 남매.

그래서 이제는 입맛에 맞게 카스텔라 수수경단만 만든다.

다행히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건강기원 수수경단 만들기>

준비 : 수수가루, 찹쌀가루, 소금, 카스텔라


1. 수수가루 : 찹쌀가루를 8 : 2 비율로 섞는다.

수수가루만 하면 찰진 느낌 없이 다소 퍽퍽할 수 있다. 찹쌀가루를 소량 섞으면 훨씬 부드러운 경단이 된다.


2. 1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익반죽을 한다.

소금 간 빠지면 밍밍해서 맛이 없다.


3. 반죽이 되면 한입 크기로 떼어 동글동글 빚는다.

    ↑ 이때 포인트.

        동글동글 모양을 잡으며 아이의 건강을 빈다.


4. 펄펄 끓는 물에 동글하게 빚은 경단을 넣는다. 익으면 물 위로 떠오른다. 그때 건진다.

     ↑  경단을 익히다 보면 물이 탁해져서 물 위로 떠오른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다 익어서 물 위로 뜨면 경단이 물 위에서 회전을 한다.

경단이 물 표면보다 살짝 떠올라 회전을 하고 있다면 건져내자.


5. 카스텔라를 강판에 적당히 간다.


6. 4번의 경단을 한숨 식힌 후 5번의 카스텔라를 이용해서 조물조물 옷을 입힌다.


7. 냠냠 먹자.


사진을 보니 정성이 좀 부족했는가 싶은데, 이미 다 먹었다 ㅋ
카스텔라를 강판에 적당히 간다, 어차피 다시 조물조물 해질 운명이니 입자가 고울 필요는 없다.
카스텔라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힘을 줘서 꼭꼭 옷을 입힌다.
울아들 최애 음식, 카스텔라 수수경단








아들은 참 요란하게 태어났다.  



태어날 때의 있었던 소동이 오히려 자신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좋아하는 아이.

어렵게 내게 온 아이는 아마도 올해 생일이 엄마보다 키가 작은 마지막 생일일 같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이제는 듬직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아이가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부모 나이커진.

그럼에도 부모 역할은 나날이 어렵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를 기르고 싶으면서도 공부 욕심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가 되어야 하지만 자기 주도로 해낼 때까지 기다릴 내 인내심이 부족하다.

세상 그 어떤 좋은 말을 다 붙여도 모자라게 사랑하지만 일상은 잔소리와 핀잔의 말이 채운다.

이미 다 저지르고 반성하기를 반복한다.

반성이라도 하니 다행인가 싶다.


평소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며 수수경단을 빚는다.

좋아하는 잡채를 만들며 맛있게 먹어줄 아들을 생각한다.

미역국 하나만 있어도 된다는 소박한 아이를  감사히 여기는 오늘이다.







아들, 생일 축하해.

그리고 아주 많이 사랑해.

엄마에게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

엄마는 우리 아들 엄마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해.

잔소리 많고 부족한 거 많은 엄마를 늘 사랑해 주는 아들아, 우리 지금처럼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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