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탄신일
설날 새벽
만삭의 임산부는 심한 두통을 느꼈다. 임신중독증(임신성 고혈압) 환자였기에 두통은 혈압이 오르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알았음에도 참았다. 미련했다. 아직 새벽이니 해가 뜨면 남편을 깨워 병원에 가려고 했다.
굳이 시계가 06:59에서 07:00로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남편을 깨웠다. 다니던 산부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퇴근하면서 진료받기 위해 집과는 먼 직장 근처에 산부인과를 다니던 중이었다. 습관적으로 다니던 산부인과로 가는 길에 창밖에 대형 종합병원이 눈에 들어왔다. 산모는 손가락을 들어 저 병원으로 가겠다고 남편에게 경로 변경을 요청했다. 이 선택이 두 생명을 살리는 일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얼마나 소름이 돋았던가.
도착 당시 이미 혈압이 170을 넘기고 있었고 빨리 아이를 출산해야한다며 의료진은 분만 준비를 서둘렀다. 준비를 위해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겨졌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산모는 저승사자와 조우했다.
산모는 등 쪽에서 불꽃이 튀는 통증을 느꼈고 0.1초 만에 온몸으로 그 자극이 전달됐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 동안 지금까지의 인생 필름이 한 번에 스쳐갔다고 한다.
'이렇게 죽는 거구나'
산모는 의식을 잃었다. 의식 없이 발작을 하던 산모는 그대로 응급 수술대에 올랐다. 최고혈압 210을 찍은 상태였다.
아이는 오전 11:33분에 태어났고, 산모는 온 가족의 애를 태우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의식을 되찾았다. 산모가 발작을 일으킨 건 높은 혈압으로 인한 뇌간질성 발작이었다. 발작 당시 호흡을 놓쳤다면 아이에게 크게 위험한 상황이었다. 산모 또한 높은 혈압으로 신장에 큰 이상을 일으킬 수 있었고, 혈관이 터졌다면 신체 어느 부위 마비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산모는 기적적으로 아주 건강했다.
* 물론 산모는 높았던 혈압을 정상으로 돌리기까지 두 달이 걸렸고, 간질성 발작으로 인해 한동안 언어 장애를 겪었지만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으니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수수가루와 찹쌀가루를 적절히 섞고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익반죽을 한다.
동글동글 경단 모양을 만들면서 아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또 한 덩어리를 떼어 '사랑한다 아들아' 주문을 외며 모양을 빚는다. 동글동글해진 경단을 뜨거운 물에 넣고 기다리면 다 익은 후 동동 떠오른다. 하나씩 건져내 식힌 후 강판으로 곱게 갈아놓은 카스테라 가루를 입혀주면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