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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가장 시급한 것

by 행복해지리






달콤했던 1년간의 휴직이 끝이 보인다.

이 시점에 가장 시급한 건 바로 다이어트다.


출렁 ! 익숙해져 버린 뱃살의 파동

볼록 ! 휴지도 아닌데 느껴지는 뱃살의 엠보싱

느긋했던 휴직 기간만큼 내 몸도 느슨해져 있었다.


이 다이어트는 외향적인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다.

불어난 몸에 맞는 옷을 구입할 돈이 없다.

여유가 없음에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며 시작한 휴직이다.

은행과 반띵한 집값을 매달 꼬박꼬박 내야하는 하우스푸어다.

(이런 주제에 1년간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코로나 2년 동안 엉망이 된 아들의 생활습관, 학습태도 때문이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상태였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모든 면에 안정을 찾았다. 충분히 의미있는 휴직이었다.)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한 달도 남지 않다.

다시 저 옷에 나를 구겨 넣어야 한다.



KakaoTalk_20230205_212838181.jpg 다이어트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방문에 옷을 걸어두었다.






[본격 방법론]



1. 덜먹기

다이어트의 답정너 식단조절

저녁에 탄수화물 대신 시리얼을 먹기 시작했다.

모델 한혜진이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이어트 기간에 먹는다고 소개된 '그릭데이 시리얼'을 종류별로 구매해서 그릭요거트와 함께 먹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그릭데이 시리얼이 기대 이상 맛있다. 코코넛은 씹는 재미가 있고, 흑임자놀라는 고소한 맛이 좋다. 홀그래놀라는 바삭한 귀리와 현미 식감이 좋다. (내돈내산, 다이어트하는 그대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2. 천천히 먹기

포만감이 뇌에 도착하는데 까지 30분이 걸린다. 허겁지겁 먹으면 많이 먹어도 배부르다는 신호가 전달되지 못한다. 되도록 천천히 먹어야 적게 먹어도 적절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라고 하는데 천천히 먹기를 실천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빨리 먹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들 먹는 것을 챙기고 (주로 잔소리하느라) 다소 식은 밥을 가족들 다 일어나 버리고 혼자 먹게 되는 날이 많다. 그러니 음식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는 식사와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력 중이다.

천천히 오래 씹으려고 한다.



3. 라면과 잠시 이별

꼬불꼬불~꼬불꼬불~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는 나다.

하루에~ 열개까지는 힘이 들어도, 삼시세끼 라면을 먹을 수 있다. 가루가루 고춧가루!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모든 식단이 남매의 성장과 건강한 식습관에 맞춰졌다.

자연스럽게 내 사랑 라면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휴직 동안 생각지 못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1학년이던 둘째가 하교하기 전 혼자 있는 시간에 이른 점심으로 라면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기분 따라 골라 먹었다.

오늘은 매콤한 신라면, 비 오는 날은 짬뽕라면(종종 칼국수 라면도 맛나다), 더운 여름에는 매콤 새콤 비빔면.

하지만 이젠 멈출 때다.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났는데, 이젠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하나 걱정이다. (・̆⍛・̆)



4. 맥주와도 잠시 이별

앞서 라면보다 더 큰 걸림돌이다.

맥주 한 캔은 우리 집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존재다.

별 것도 아닌 일에도 부글부글 끊어 오르던 애미의 복장은 적당히 차가운 맥주 한 모금으로만 꺼트릴 수 있다.

(TMI. 350ml 말고 500ml 이어야 부글부글을 충분히 꺼트릴 수 있다)

그동안 시원함과 함께 뱃살이 누적되고 있음을 눈감고 있었다.

이 또한 이별해야 한다.

그래야 뱃살과도 이별할 수 있다.

남매와 집공부하면서 끊어 오르는 화를 누를 대안은 아직 찾지 못한 것이 퍽 난감할 따름이다.



5. 드디어 운동

집에 버젓이 워킹머신이 있음에도 녀석은 늘 개점휴업 상태다.

내가 깨어있을 때 가장 오래 머무를 곳은 식사 준비를 하는 주방, 남매와 집공부하는 식탁, 그리고 침대다.

아이들과 공부하고 식사 준비를 하는 시간 외 대부분을 널브러진 자세로 침대 헤드에 기대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퍼져있다.

이 게으른 몸뚱이를 침대에서 일으켜 워킹머신 위에 올려놓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젠 망설일 시간이 없다.

오늘은 했다.

드디어



6. 평소에도 긴장감을 주는 옷 입기

휴직 기간 내내 편안한 청바지와 트레이닝복만 입었다.

그러다 지난 11월 결혼식 참석을 위해 원피스를 입었던 날 허리가 나가는 줄 알았다.

늘어난 뱃살을 감추기 위해 한껏 숨을 참고 배에 힘을 주다 보니 동시에 허리에도 힘이 들어갔던 것이다.

그때부터 위험을 감지하고 다이어트를 실천했다면 지금 좀 여유가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편한 옷만 입고 있으면 얼마나 몸이 늘었는지 둔감해진다.

그래서 긴장감을 주는 옷을 찾아 입는다.

집에만 있을 때에도 트레이닝복 대신 몸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펑퍼짐한 티셔츠 대신 뱃살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다.

목표로 삼는 원피스를 매일 보는 곳에 걸어두는 것도 잊지 말자.



7. 공표. 빼박캔트 전법

내 다이어트를 널리 이롭게 알린다.

먼저 가족에게 알린다.

남매는 엄마의 다이어트에 대단한 조력자다.

간만에 맥주라도 한 캔 뜯으려고 하면 어느새 달려온 딸이 '엄마 그거 먹게?' 물어온다.

당이 부족해서 아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꼬드기면 '엄마 다이어트한다며' 하고 정확하게 인지시켜준다.

남편은 나의 잘못 지적했다가 뼈도 못 추린다는 걸 알기에 절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뱉어놓은 말에 대한 그 앞에 당당하고 싶어서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낯 모르는 그대, 나의 구독자에게도 내 다이어트를 공표하는 바이다.

혹시나 아주 기억력 좋은 그대가 계신다면 2월이 끝나갈 때쯤 나의 다이어트가 성공적인지 물어오실 수도 있지 않는가!





사실 이글의 원 제목은 복직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가장 시급한 것 이었다.

그러나 글을 작성할 무렵부터 한달 동안 아무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고 성과가 없어서 묵혀 두었다가 다시 결심을 다잡으며 글을 내보낸다.


2월이 끝나갈 때쯤 성공적으로 원피스에 입성하였음을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 원피스를 좋아하는 교사니깐



(제목에 들어간 사진의 출처는 픽사베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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