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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K Aug 26. 2019

2. 서른둘 여자, 스물여섯 남자  - 취향

"검정 옷을 좋아해요, 그리고 단발에 반 묶음도"

"검정 옷을 좋아해요,
그리고 단발에 반 묶음도"




 드디어 그와 나의 첫 만남. 그는 까만 목폴라에 노란색 체크 셔츠 그리고 까만 마스크. 수영장에서 본 그는 수모에 수경을 쓰고 있어 항상 코와 입을 봤는데 마스크를 한 그 라니!. 물속과는 다른 모습에 못 알아볼 법도 한데 한순간 그를 알아봤고 그 역시 나를 알아봤다. 우리가 만난 곳은 종로 3가. 스물여섯 그는 한 번도 익선동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찾은 곳은 익선동. 일요일 점심 익선동은 발 딜 틈 없이 북적였고 결국 우리는 그가 찾아온 카페를 가지 못해 뒷길로 하염없이 걸었다. 가는 중 그가 찾은 카페.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 카페는 문이 닫혀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 만남에 계속된 장소 선택 실패로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그러지 않을 그이지만) 그리고 그는 재빠르게 카페를 찾았다.



드디어 카페에 들어섰고, 드디어 따듯한 온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 그는 딸기 스무디.



 우리는 마주 앉아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남자였다. 친한 사람들만 안다는 나의 낯가림 때문에 첫 만남이 매우 어색했을 법했지만 계속해서 조잘거리는 그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어색함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기적을 느꼈다. 한참을 얘기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나를 왜 만나자고 했어?" 사실 전날 밤 그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그는 긍정적 대답을 했지만 사실 만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도통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물여섯 남자가 수모에 수경에 수영복을 입고 만난 서른둘 여자에게 왜 연락을 했을까. 내가 돈이 많아 보이나? 뭐 이런저런...



 그는 내 솔직한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어떻게 당황시켜도 솔직하게 반응하고 숨김없이 다 말하는 성격 덕분에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그래서 마음이 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만큼 그 역시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에게 처음 호기심이 생겼을 때 '내가 외로워서 이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첫 만남에 굳이 나한테 다 말해주었던 그였다. 그러나 그는 내가 발목이 아파 울상을 지으며 나가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아니라 '내가 이 사람한테 마음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고 너무 걱정이 돼 연락을 하고 싶어 졌다고 했다. 그제야 그는 '내가 외로워서가 아닌 이 사람이 좋구나' 확신하고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나는 사실 마음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얼마나 연락을 하고 얼마나 만났기에 '확신'이라는 단어를 쓰겠냐만, '나랑 진짜 밥이 먹고 싶은 건가', '마카롱이 고마워서 감사의 인사로 밥을 사려고 하는 건가' 하는 이 사람의 최소한의 마음을 계속 의심하며 의문으로 가득 차있었다. 계속되는 의심에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돌려 말하면 알아듣지 못해요" 돌려 말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위해 그는 '네가 좋다'라고 정확하게 마음을 표현해줬다.



 카페에 들어온 지 어느새 4시간이 지났다. 둘이 와 음료 두 잔에 4시간이라니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에 부랴부랴 자리를 옮겼고 음식점을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한참을 걷다 그와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던 나의 말을 기억해 주저 없이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평소에 술도 잘 마시지 않는 내가 처음 본 사람과는 술도 잘 안 마시는 내가 그와 술을 마셨다. 고기에 술을 거하게 먹고(싶었지만) 나름의 긴장된 마음에 얼마 먹지 못했고, 집에서는 내 딸은 술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부모님을 위해 술을 깨기 위해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고깃집보다 가까이에 마주 앉아 먹던 아이스크림. 그리고 가까워진 거리만큼 이상하게 어색해진 내 마음. 어색함에 핸드폰을 만지작만 지막 거리다 핸드폰에 붙어있던 스티커를 그의 손에 붙였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물었다.

"나한테 스티커 버리는 거예요?

아니면 손이 만지고 싶었던 거예요?"

 잠깐의 침묵.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버린 거 아닌데..."

 말이 끝나자 그가 내민 손 그렇게 우리는 처음 손을 잡았다. 겨울이면 유난히 손이 차가워지는 나에게 그의 손은 매우 따듯했다. 그게 우리의 첫 데이트였다.



첫 만남에 그는 까만 목폴라에 노란색 체크 셔츠.

나는 까만 목폴라에 까만 바지, 까만 코트 그리고 단발에 반 묶음. 우연이라고 하기에 나는 그날 완벽한 그의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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