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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31. 2017

현존 최고의 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Special, 유럽

베를린 필에 대한 간략 브리핑


현존 최고의 교향악단이라 평가받는 베를린 필의 정식 명칭은 베를리너 필하모니커(Berliner Philharmoniker)입니다. 2002년 이전 베를린 필의 명칭은 'Berliner Philharmonisches Orchester'였으며, 'Berliner Philharmoniker'라는 명칭은 음반 제작이나 방송 출연 등에만 사용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후자의 명칭을 더 친숙하게 사용하여 2002년에 정식 명칭을 베를리너 필하모니커로 통합하였습니다. 베를린 필은 1882년 10월 첫 연주회를 한 이후 130년 전통을 이어오며 2차 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은 교향악단이지만 이 명성 못지않게 단원과 지휘자 문제로 많은 화재를 불러일으켜 세계의 이목이 쏠리기도 하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두 달 치 봉급을 털어 구입한 재산 목록 1호가 독수리표 전축이었습니다. 오디오를 단칸방에 들이고 남는 벽 위 여백에 건 첫 번째 액자가 바로 지휘봉을 든 캬라얀...  첫 번째로 구입한 음반은 베토벤 심포니 5번 - 데카 레이블 성음 라이선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앙세르메 지휘, 이렇게 기억되는군요. 분명 연주와 지휘자가 다른데 턴테이블에 판을 올리면 베를린 필과 캬라얀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당시 유행처럼 번진 패널 액자가 [레너드 번스타인]과 [헤르베르트 폰 캬라얀] 뿐이어서 내가 보는 세상에서 지휘자는 단언컨대 이 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쉬워진 해외 나들이지만 그때는 외계 행성보다 더 먼 곳이 유럽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젊은 시절 우상의 흔적을 찾아 베를린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는나 자신이 대견하고, 필하모닉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베를린 필과 헤르베르트 폰 캬라얀



베를리너 필하모니커 상임 지휘자 연표

한스 폰 뷜로 (1887-1892)

아르투르 니키슈 (1895-1922)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1922-1934, 1952-1954)

레오 보르하르트 (1945. 임시직)

세르주 첼리비다케 (1945-1952. 임시직)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1955-1989)

클라우디오 아바도 (1989-2002)

사이먼 래틀 (2002-) 



베를린 필의 역대 상임 지휘자 연표를 올려 봅니다. 후덜덜하죠. 이 중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캬라얀이었습니다. 잘 생긴 외모와 카리스마, 철저한 자기 관리. 전무후무한 음반 판매 기록, 나치당원 가입에 대한 도덕성, 여성 단원 영입,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와의 후문, 단원들에 대한 독재 등,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보다 더 자주 매스컴에 오른 지휘자입니다. 캬라얀은 베를린 필 외에도 본인의 고향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는 빈 필을 이끌며 많은 레코딩을 하여 음악의 본고장이라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동시에 장악하였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미리 예측하고 처음으로 디지털 마스터링을 하였으며 CD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다 담을 수 있는 용량으로 만들게 된 계기도 캬라얀의 요청에 의해서였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앞으로도 캬라얀이 녹음한 음반 판매는 계속될 것이고 지금도 현존하는 지휘자들과 경합하여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으니 한마디로 지휘계의 레전드라 불릴 만합니다.



동, 서독 분단 역사의 상징이며 다시금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된 베를린은 그 역사와 지리적 요인만으로도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데 베를린 필이라는 교향악단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이 도시를 다시 한번 더 각인시켜 준다는 사실. 관광산업에 관한 한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우리에게는 부러운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의 베를린 필 상임 지휘자는 머리가 하얀 사이먼 래틀경 입니다.



베를린 필을 유명하게 한 또 하나는 사람이 아니라 건물 


2차 대전으로 연주회장을 잃고 이쪽저쪽 떠돌다 1963년 오픈한 현재의 콘서트홀은 오각형 외모와 비대칭 구조, 독특한 좌석 배치, 음향시설로 유명해진 건축물입니다. 한스 샤룬(Hans Scharoun)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이 건물은 무대가 콘서트 홀 중앙에 위치하여 모든 면이 객석으로 둘러싸여 있는 획기적인 공연장으로 이름을 올립니다. 지금은 이런 구조를 차용한 콘서트홀이 별로 신기하지 않지만, 첫 시도가 참 멋진 발상이었습니다. 산기슭에서 볼 수 있는 포도밭을 연상시키는 좌석 배치라는데 이 구조가 길치인 저를 엄청 헷갈리게 하더군요.



2012년 9월, 내 인생에 역사적인 건축물 앞에 드디어 섰습니다. 그러나 허망~ 실망~~~. 아~ 안타깝게도 베를린 필의 겉모습은 웅장하거나 깔끔한 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날림으로 지은 창고 같은 분위기가 명성에 비해 너무 허름합니다. 벽돌 하나라도 꼼꼼하게 보고 싶어 일찍 방문한 자리엔 인적이 없어 휑~하고 멀리서 보기엔 그나마 예쁜 노란색 건물이 다가서자 때가 타서 얼룩덜룩…….


내가 잘 못 찾아왔나? 물어물어 악착같이 사무실을 찾아가 인터넷으로 구매한 표를 보여주며 확인을 했습니다. 맞다 내요. 크헐~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베를린 필 곁에 정말 멋진 현대 건축물 소니 센터 아케이드가 있어서 시간 보내는 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소니 센터를 다녀오는데 사람들이 모두 큰길이 아닌 안쪽 좁은 도로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따라갔더니 정문은 이쪽…. 아까 가서 실망을 한 부분은 후문…. 카카. 그나마 조금 번듯한 정면을 보니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두 건물 중 왼편 뾰족한 건물이 메인 오케스트라 홀입니다. 오른쪽 왕관을 닮은 건물은 쳄버 홀이고요. 뒤에서 볼 때는 실망스럽게, 정문에선 조금 덜 실망스럽게…. 로비에 들어서자 어수선한 분위기가 맘을 그리 편케 해주지 않았습니다. 유럽의 공연장들 대부분 입구부터 압도하는 분위기인데 베를린 필의 로비는 관공서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아~~ 이 허전한 느낌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베를린 필은 최고"라는 관념에서 둑 터진 봇물처럼 흘러내리는 실망감…. “아니 건물이 아니라 공연이 중요하지.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생각하며 좌석을 찾아갔습니다.



허거덕!... 창고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문은 왜 이리 많은 겨? 이쪽으로 가면 저쪽, 저쪽에 가면 요 쪽, 계단도 꼬불꼬불…. 몇 번을 헤매다 어렵게 찾아간 자리에서 보는 필하모닉 내부는 명불허전! 역시 베를린 필~~~. 잠깐의 실망감을 완전히 보상하고 남는 감동입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며 짐작했던 규모보다 내부가 훨씬 넓고 웅장했습니다. 좌석도 편하고 시야가 방해받지 않을 만큼 단차도 있고, 목재를 주재료로 쓴 바닥과 천장의 조형성. 꼼꼼히 신경 쓴 마감과 적당한 조명…. 50년 전 건축물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인테리어. 음향학적으로도 뛰어나다니 흠을 잡을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 몇 컷 부지런히 담아두고 조용히 앉아서 분위기에 젖고, 감회에 젖었습니다.



유럽의 연주회 시즌 시작은 언제나 9월 초순입니다. 이 시즌이 다음 해 7월 중순쯤 끝나면 1달 반가량의 휴식기가 됩니다. 즉, 7월 말에서 9월 초까지 거의 모든 오케스트라가 공식 연주를 접고 여름휴가를 맞습니다. 이 기간엔 소규모 실내악과 독주 공연이 활발해지고 해외 원정 교류도 많아집니다. 저가 베를린을 방문한 시기가 9월 초라 상임 지휘자 사이먼 레틀은 역시나 휴가 중이었고 떠오르는 신성이라 불리는 잉고 메츠마허의 지휘로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특별 공연이 있었습니다. 연주곡은 거쉰의 큐반 서곡, 아이브스 심포니 No4, 엔타일 재즈 심포니,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귀에 익은 큐반 서곡부터 짜릿했습니다…. 하하 막귀에게 무얼 들려줘도 좋을 텐데 큐반 서곡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귀에 익어 더 좋았습니다.


연주 중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는 건 상식. 답례 인사할 때 몇 장 찍은 사진 올립니다. 급하게 찍어 좋은 사진이 없습니다. 죄송~~ 대충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감동의 1부 순서가 끝나고 로비로 나왔습니다. 차분히 정신을 차리고 내부를 좀 둘러봤습니다. 들어올 때 단순한 모습에 실망을 느껴서 날림이라 생각을 했는데 내부를 보고 다시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벽, 마감, 조명, 동선, 채광 모두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네요.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가 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웃뺘가 일을 저지르지 않으면 해가 저물지 않는다는 전설이…. 올라가는 계단 B에서 내가 나왔던 문을 못 찾겠습니다. 다시 내려가 안내원에게 부탁하자 옆 계단을 안내하여 그 입구로 갔더니 내 자리가 코앞에 보이는데 이번엔 건너갈 방법이 없습니다. 같은 층이지만 블록이 설정되어 지정된 계단과 통로가 아니면 갈 수가 없는 요상한... 층이 같아도 문을 잘 못 찾으면 일 층으로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 구조입니다. 열심히 뛰어 반대편에 거의 다다를 무렵 2부 시작종이 울리고 문이 철커덕. 독일 사람들 철저합니다. 절대로 문 안 열어 주더 군요. 애처롭게 응석을 부렸더니 따라오라고 해서 위층으로 위층으로... 이상한 곳에 열려 있는 문을 안내해 줍니다. 허걱…. 무대에 가장 먼 입석. 옴마야~~ 비싼 A석 끊어 놓고 서서 보는 내 신세. 그나마 연주는 잘 들리니 다행이죠.-!-



세상일이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날 공연 중 “롤랑 아마드” 피아노 협연이 있었는데요. 메인 공연을 본 사람들은 밤 10시 반에 여는 아마드 피아노 연주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답니다. 자리는 완전 프리…. 후후. 이번엔 특석에 앉아서 보았으니 베를린 필의 자리를 모두 섭렵하는 보상을 받은 셈입니다.


피에르 롤랑 아마드의 연주는 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온종일 쏘다니다 초집중하여 음감을 한 이후에 출출하여 포도주도 한잔 했고, 시차도 있고…. 분명히 피아노 소리, 플루트 소리 들은 기억은 나는데 안락한 베를린 필 호텔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것…. 아마드 신경질 대단했습니다. 연주 시작하고 일 분도 안 되어 갑자기 성질을 버럭 내며 일어나더군요. 앞자리 누군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나 봅니다. 유럽도 공연장 매너 분실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우리나라를 비추어 조금 안심이 되긴 했습니다.



INFORMATION

◎ 베를린 필 연주에 관심 있으신 분은 http://www.berliner-philharmoniker.de/en/ 이 페이지 기억해 두시고…. 사이트가 복잡하지 않아 쉽게 정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회원 가입하면 한 주에 한 번 정도 공연 정보 메일로 보내 줍니다.


◎ 혹시 베를린을 가실 계획이 있으시면 인터넷을 통해 미리 티켓 구매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 사용 가능한 카드라면 티켓 구매하는 부분도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연주는 몇 개월 전에 매진되는 경우도 많고요. 한 달 전쯤 예매를 하셔야 안전하게 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온라인 티켓 사이트와 달리 베를린 필은 티켓을 실물로 우편 발송해 줍니다. (우편료 별도 추가 없습니다) 잘 포장된 티켓 받으면 그 순간부터 감동이 몰려옵니다.


◎ 연주회 일정이 맞지 않으시는 분은 콘서트장만 돌아볼 수 있는 투어가 매일 오후 1시 반에 있습니다. 투어는 한 시간 가량 시간이 소요되고 영어나 독어 가이드 선택 가능하며 요금은 5유로입니다. 위 페이지를 참고하시고 예약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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