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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Jan 31. 2017

런던 심포니와 메뉴힌 음악 축제

Special, 유럽

메뉴힌 음악 축제 Menuhin Music Festival 


유럽엔 7, 8월 시즌 오프 기간 중 특별한 음악 축제가 열리는 동내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음악축제라면 잘츠부르크 뮤직 페스티벌과 바이로이트 음악제 (Bayreuther Festspiele)을 꼽을 수 있겠고,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 (Arena di Verona Opera Festival)도 유럽의 밤을 뜨겁게 달굽니다. 이런 큰 축제 말고도 유럽 곳곳에서 소규모 음악제가 열리니 여행 중이시라면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메뉴힌 음악축제…. 이런 말 들어 본 적 있으세요? 그스타드라는 동네 아시는 분 손 번쩍! 그스타드가 어디야? 저도 처음 들어 본 이름이었습니다. 겨우 알아낸 정보가 스위스에 있는 첩첩산중. 스위스 오픈 테니스 대회 개최한 적 있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성추행 문제로 미국에서 도피하여 숨어 있던 곳. 이 정도…. 컥컥. 메뉴힌 페스티벌은 아예 한글 검색에선 자료도 없습니다. 일정을 짜면서 스위스 베른을 들렀다가 이탈리아 베로나로 내려가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중간에 한 곳을 들르고 싶었죠.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이 음악제입니다. 날을 잘 맞추면 런던 심포니 연주가…. 야호!!! 대박!!!



잠깐 샛길로….


여러분은 여행 루트를 짜실 때 어떤 방법을 선호하세요? 저는 가능한 직선 도로를 피하는 편입니다. (출장이 아니라면) 특히 알프스를 관통할 때는 간선 열차가 최고고요. 이 구간만큼은 밤에는 절대로 이동하시면 안 됩니다. 이유는…. 알프스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어디를 가도 다 아름답습니다. 이 길을 밤에 훌러덩 지나가면 못 보고 지나가는 지만 손해죠.ㅋㅋ 무조건 무조건 알프스를 지나칠 때는 험한 길을 택하십시오. 오래 걸리는 길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여행 머 있습니까? 어딜 가도 거기서 거기. 기왕 떠난 여행 한정된 시간이지만 즐길 장소라면 맘 편하게 푹 빠져 보십시오.



베른에서 그스타드까지 가려면 바로 가는 열차가 없어 두 번 갈아타는데 이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스타드에서 베로나까지 가는 길은 더 만만치 않습니다. 기차를 다섯 번 갈아타야 합니다. 물론 하루에 이 길을 다 갈 수 없습니다. 열차 다섯 번 갈아타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만 충분히 보상을 받고 남을 만큼 재미를 주는 길입니다.


음악회가 있는 그스타드 옆 동네 잔넨(Saanen)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그스타드와 잔넨은 4Km쯤 떨어져 있고 간선 열차 한 정거장 거리입니다. 잔넨에 유스호스텔이 있어 그렇게 결정했는데 두 동네를 겸사겸사 보는 재미도 있더군요. 마을 자체도 그스타드보다 잔넨이 더 예쁩니다. 동네 전체를 다 보여 드리고 싶지만, 페이지가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마을 분위기가 잘 표현된 수채화 포스터가 있어 찍어 왔습니다.



그스타드, 잔넨 지역은 우리나라 무주나 평창을 연상하시면 되겠습니다. 1,000~3.000m 사이의 산에 둘러싸여 눈에 보이는 곳 모두가 스키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름에는 트레킹, 겨울에는 스키…. 8월 말 비수기에 한적하게 음악회를 열어 주변 사람들을 모읍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상설공연장을 지어 봐야 유지비 감당이 안 되리라 생각해서 대형 텐트를 음악회 심벌로 내세웠습니다. 차 떼고 포 떼고 겉멋들인 음악 축제라는 말 빼고 나면 딱 남는 말 "텐트 음악회"^^ 우습게 보고 갔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산속에 좋은 호텔들이 무지 많거든요. 유럽의 부자들이 이 음악회에 맞추어 여름휴가 오면 자리가 없을 정도랍니다.



런던 심포니  London Symphony


세계 3대 교향악단이 어떤 기준인지 모르지만, 현재 가장 활동이 많고 대중에게 친근한 악단을 꼽으라면 오히려 런던 심포니가 1위로 등극하지 않을까요? 앙드레 프레빈이 음악감독을 맡은 이후 런던 심포니의 활동은 대단합니다. 순수 클래식 외에 영화음악이나 팝 음악 부분까지 레퍼토리를 넓혀 런던 심포니는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더군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중 지휘자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오케스트라는 런던 심포니.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지휘자에 따라 소리 전체가 바뀌는 오케스트라가 런던 심포니. 단원들의 연주 실력이 탁월해야 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런던 심포니 간략 소개

헨리 J. 우드가 이끄는 퀸즈 홀 관현악단이 1904년에 분열되어 생긴 오케스트라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창립 당시부터 단원에 의한 자주 운영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것이 이 오케스트라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원의 선거로 선출된 이사가 곡목에서 지휘자에 이르기까지 결정한다. 경제적으로는 독립 채산체이며, 악단 자립을 위해 수많은 공연을 하고, 스타 지휘자를 객연으로 초청하여 청중 모으기에도 애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질을 높이는 것이 되어, 콘서트에서는 열연을 들려주고 있다.
한편 레코딩도 수많이 하는데, 지휘자가 누구이든 매우 안정된 힘을 보이고 있다.
LSO는 영국의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가장 융통성 있는 만능형의 앙상블로, 지휘자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있다. [음악사 대도감 -음악의 역사]


비 오는 저녁…. 흐르는 계곡 물의 소리를 들으며 음악회가 열리는 텐트를 찾아갔습니다. 작은 마을에 안내판이 잘 붙어있어 찾아가는 길이 어려움은 없었고요. 역에서 멀지 않아 산책하기 딱 좋습니다. 연주회가 열리기 전 맥주 한 잔 마시며 로비를 둘러보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뜨아~~~ 그냥 텐트가 아니라 분위기 아주 좋습니다. 밖에서 보는 텐트보다 안이 넓고 객석도 많습니다. 이 넓은 연주회장이 한자리도 남김없이 꽉 차는군요.



오늘 런던 심포니를 이끄는 지휘자는 객원 수석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마스입니다.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과 함께한 말러 전집을 들을 때마다 얼굴을 보는데 직접 만나다니 가슴이 뜁니다. 연주 레퍼토리도 너무 좋습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말러 심포니 1번…. 둘 다 저의 특별한 애청곡입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피아노 협연은 엠마뉴엘 엑스입니다. 맘씨 좋은 아저씨 같은 엑스의 연주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연주회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좀 아쉽긴 합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을 시작하면서 연주회장 밖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리더군요. 비가 내리면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까지 연주의 일부처럼 들렸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시모로 넘어가면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 개울물 소리…. 이런 절묘한 조화는 세상에 없을 겁니다. 엑스와 함께하는 장엄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빗소리….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는 말 믿어지지 않았는데…. 꿈속 같은 시간이 흐르고 1부 순서가 끝났습니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다가 로비로 나오자 현지인이 제 모습이 신기했나 봅니다. 이런 산속에 동양인이 왔으니 그럴 만도…. “브람스 협주곡 좋아하니?” “응” “이번 연주 어땠어?”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 못 하겠다.” 자기는 브람스 피협 1번을 매일 한 번씩 듣는다고 합니다. 정말 마니아군요.


2부 말러 심포니 역시 또 한 번의 감동입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그 여운 때문에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려웠습니다. 잔넨으로 돌아오는 내내 연주 소리가 귀에 울리는…. 정말 감동적인 연주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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