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tbia 김흥수 Feb 06. 2017

극장 견학이 자유로운,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Special, 유럽

유럽 여행에선 수많은 건축물과 유적을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은 성당, 궁전, 성, 박물관 같은 곳들인데 제 생각엔 이 모든 건축 기술이 집약된 곳이 바로 오페라 극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시한 극장이라면 공연이 없는 시간 문을 닫아야겠지만 유명한 오페라 극장들은 이 시간이 더 바빠집니다. 빈 시간 동안 박물관처럼 일반에게 공개하고 짭짤한 수입을 올립니다. 공연 티켓을 예매하지 않아도 쉽게 방문하여 유럽 건축물의 장식 요소와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오페라 극장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파리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오페라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입니다. 장소가 워낙 시 중심에 있어 이곳을 거치지 않으면 다른 장소로 이동이 어려울 만큼 요지입니다. 파리 지하철 노선도를 보시면 중심에 "오페라"라는 역이 있는데 이 역이 바로 “오페라 가르니에”를 뜻합니다.

역 주변엔 라파예트 백화점과 쁘렝땅 백화점이 있고 지하철 두세 정거장 거리에 파리의 유명 관광명소가 다 모여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파리 시내 투어를 하면 몇 번씩 이 건물을 지나치며 감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파리 시민들은 이 건물을 웨딩 케이크라고 부른다는데 어쩌면 많이 닮았기도 합니다. (유럽의 진정한 웨딩 케이크는 로마의 빅토리오 엠마뉴엘레 2세 기념관이죠.^^)



극장 견학이 자유로운 “오페라 가르니에”


베를린 필,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 밀라노 스칼라좌, 베네치아 산 페니체, 런던 엘버트 홀, 헝거리 국립 오페라 극장 등... 유명 극장들이 극장 투어를 합니다만 문제는 예약 없이 입장이 힘들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투어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고, 그나마 투어 횟수가 많지 않아 극장 구경하려고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지요. 오페라 가르니에는 이런 요식 절차가 필요 없는 곳입니다. 년 중 아주 특별한 날 2~3일 제외하면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마음대로 극장 내부를 돌아볼 수 있도록 개방합니다. 물론 비싼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다른 극장과 달리 표를 사고 나서 입장을 못 하면 일 년 안에 그 티켓을 다시 쓸 만큼 개방적이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극장을 공개하려면 극장을 박물관 개념으로 보고 동선을 관리해야 가능한데 자유로운 만큼 단점도 있습니다. 관람객이 가이드 없이 마음대로 다니기 때문에 무대 뒷편 작업장은 통제가 필요한 곳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섭섭함을 해소하려면 미리 가이드 투어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냥 극장만 보아도 본전은 빼고 남는 장소였습니다. 이곳은 공연 수입보다 극장 투어 수입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부럽더군요. 우리나라에도 멋진 경기장이나 극장에 박물관을 부속 건물로 만들어 두고 공개를 하면 어떨까요?



“오페라 가르니에”의 공식 명칭


“오페라 가르니에”는 “가르니에 궁전” 또는 “파리 오페라”라고 불리었습니다. 1989년 파리시 동부 바스티유에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가 신축되면서 혼란을 막기 위해 건축가 가르니에의 이름을 딴 "오페라 가르니에"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합니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은 초대 음악감독으로 정명훈 님이 지휘봉을 잡아 우리에게 친숙한 극장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오페라 가르니에를 구 극장, 바스티유를 신 극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 이 두 극장을 관리하는 연주 단체는 파리 국립오페라입니다. 오페라 가르니에는 오페라와 발레, 바스티유는 오페라와 콘서트를 주로 연주합니다.


☞ 파리 국립 오페라 홈페이지 : http://www.operadeparis.fr/



“오페라 가르니에” 독특한 건축 양식 


유럽의 맹주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인 만큼 역사와 음악성을 인정받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 이면에 이 극장의 외관과 내부의 호사스러움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1860년에 개최한 건축 공모에서 신인과 다름없던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뽑혔습니다. 1875년 개관식에서 나폴레옹 3세 황후가 “이 건물은 대체 무슨 양식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가르니에는 “나폴레옹 3세 양식입니다”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고전에서 바로크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을 혼합하여 만든 건축을 본인도 어떤 양식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이 극장은 웨딩 케이크에 다양한 조각 작품까지 곁들인 외관보다 내부 장식이 더 화려합니다. 프랑스 각지에서 모아 온 색색의 대리석을 사용했다는 바닥, 계단, 난간, 기둥은 자연석이라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높은 천정과 넓은 계단도 이 극장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대연회장 "그랑 푸아예"는 베르사이유 궁전의 대연회장을 연상시킬 만큼 호화스럽습니다. 그중 백미는 객석 천장 샹들리에를 감싸고 있는 샤갈의 작품 "꿈의 꽃다발"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못 알려진 “오페라 가르니”에 규모


인터넷에서 '최대 오페라'를 검색하면 오페라 가르니에가 나옵니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퍼져있습니다.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그대로 와전된 듯합니다. 가르니에의 규모는 세계 최대가 아닙니다. 미국에는 메트로폴리탄을 비롯하여 3,000석 이상의 큰 극장이 여럿 있습니다.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만 해도 2,700석으로 가르니에보다 규모가 더 큰 극장입니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공식적인 객석 수는 2,160석에 보조의자 40석을 더하여 2,200석이라고 합니다. 객석 수가 아닌 극장 전체 면적으로도 분명히 가르니에가 최대 규모는 아닐 것 같고요. 무작정 퍼 나르기 땜에 진실은 점점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단, 호사스러움에 있어 세계 최고를 가린다면 견주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팬텀 오페라”와 가르니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Phantom Opera)"이 살던 극장이 어디였을까요? 오페라의 유령 원작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입니다. 르루는 프랑스 사람이고 이 소설을 구상할 때 오페라 가르니에가 건축 당시 지반에 물이 많아 인부들이 펌프로 쉼 없이 물을 퍼내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일화에서 힌트를 얻고 파리의 유명한 지하 하수도를 결합하여 지하에 호수가 있는 극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 오페라 가르니에는 1869년 공연 중 6톤이나 나가는 샹들리에가 하중을 이기지 못해 천정에서 떨어진 사실이 실제로 있었답니다. 팬텀 오페라의 첫 장면, 샹들리에가 떨어저 박살나는 씬이 바로 이 부분을 차용한 것이랍니다. 고로, 팬텀 오페라의 무대는 바로 오페라 가르니에입니다. 웨버의 뮤지컬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오페라 가르니에"는 더 유명해졌습니다.



더 댄스 La Danse 



오페라 가르니에 파사드를 장식하는 많은 조각 작품 중 정면 오른편에 유독 눈에 뜨이는 조각이 하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바로 “장 바티스트 카르포”의 "더 댄스 La Danse"입니다. 지금 보면 그다지 야할 것이 없지만, 건축 당시 이 작품의 선정성이 문제 되어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조각 작품에 물감을 뿌리며 비난을 하였다는 “더 댄스” 원본은 오르세 미술관에 옮겨 두고 지금은 복제품을 세워 두었습니다. 덕분에 조각가 '카르포'도, 오페라 가르니에도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왼편 사진은 극장에 있는 복사품, 오른편 사진이 오르세이 미술관에서 찍은 진품 조각입니다.



샤갈과 가르니에



“마르크 샤갈”의 천장화 "꿈의 꽃다발"입니다. 이 천장화를 논평할 만큼 저의 미술적 감각이 뛰어나지 못함을 이해하시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탄성이 나오는 그림이었습니다. 감히 저곳에 만화 같고 낙서 같은 그림이 어울릴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샹들리에 불빛에 그림이 살아서 날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샤갈의 그림을 보면 저는 복숭아가 젤 먼저 떠오릅니다. 잘 익은 복숭아의 보슬보슬한 털도 생각나고 복숭아 향기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INFORMATION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투어 티켓은 현장에서 언제든 구입이 가능합니다만 당일 입장객이 많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구매를 하여 프린터로 티켓을 출력해 가면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 인터넷 티켓 구입 : http://visitepalaisgarnier.fr/en


☆ 휴 관 :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매일 오픈. 단, 특별 행사가 있으면 문을 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확인하고 가세요.

☆ 입장 시간 : 통상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입장

☆ 티켓 유효기간 : 구입일로부터 1년간 유효

☆ 요 금 : 성인 10유로, 학생 (25세 미만) 6유로


☞ 오페라 가르니에 홈페이지 : http://visitepalaisgarnier.fr/en

☞ 파리 국립 오페라 홈페이지 : http://www.operadeparis.fr/



매거진의 이전글 베로나 아레나에서 만난   대형 야외 오페라 AID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