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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Feb 03. 2017

나마스테 인디아  "첫 번째 충격파"

인도를 알려주마 01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 페이지는 15년 전, 인도를 첫 방문하고 받은 문화 충격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지금은 인도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본문 일부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여행의 재미를 배가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길….

그리고 인도와 앙코르 와트 이야기는 아들에게,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원문대로 풀어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쓰지 않던 어투를 이해 바랍니다.



“나마스테!” - 인도와 네팔의 일상적인 인사말입니다. 합장하거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합니다. 나마스테의 뜻을 알면 참 멋진 인사입니다. “당신이 믿는 신께 경배를 드립니다.”라는 뜻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습니다.




01. 첫 번째 충격파


하늘에서 내려다본 인도는 너무 넓고 평탄했어. 네팔을 벗어난 이후 산을 하나도 볼 수 없었지. 네팔 공항에서 충격파가 완화되어 델리 공항이 깨끗하고 크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어. 너무도 당연한 일을 우리는 잔뜩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 흔히 인도라고 하면 지저분하거나 신기한 인종이 살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히는데 나 역시 그런 부류였었다는 걸 금방 깨달았어. 인도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의 최대 강국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 인도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생산되는 영화보다 많다는 걸 아는 사람도 드물 거야. 또한, 인도의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 부를 누리는지 상상을 못 하겠지? 이 나라는 참 묘한 나라야. 다른 나라와 교역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원하는 방향으로 살 힘을 가진 나라거든. 이런 나라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지저분하고 시설이 엉망일 거라고 상상을 했다는 자체가 인도에 대한 모독이야.



우리 이상한 일당들은 예상대로 몰려드는 삐끼들을 물리치고 숙소에서 알선해준 꽤 괜찮은 지프를 탔어. 델리 역 근처 빠하르간지로 가기 위해…. 그런데, 첫 번째 충격파가 여기에 있었던 거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동안 앞좌석에 앉았었는데 내색하지 않으려고 계속 비명을 삼켜야 했어. 그만하면 괜찮다 싶은 도로에 중앙 분리선이 하나 있었지만, 이걸 지키는 차가 없었어. 운전사가 가고 싶은 대로 차가 달려도 누구 하나 막는 사람이 없었지. 차가 스쳐 지나갈 때는 비명이 저절로 나오더라고…. 꺄~악. 으휴~~ 여기는 인도지…. 이런 생각을 하며 눈을 찔끔 감았지만, 오토릭샤와 사이클 릭샤 (요건 담에 설명) 사이를 누비는 차에서 첫 번째 충격파가 서서히 아니 확실히 오기 시작했지.



문득, 지난가을 미국 교민 두 분을 모시고 부산을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어. 그때 말야 내 옆에서 이분들이 한국의 운전문화에 얼마나 경악을 하던지 잊히지 않아. 미국에 적응한 사람들이 한국의 도로 상황과 운전습관에 그토록 가슴 떨려했는데 내가 인도에서 그런 심정이었으니 어떤 수준인지 이해하겠지? 이 두 분을 인도에 데려다 놓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에 미치자 눈물이 나도록 재미있더군.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이상한 놈이야. 극한 상황에서 이런 상상을 하며 혼자 실실거리는 웃기는 버릇이 있거든. 히히. 사실 이런 충격파는 곧 잊히게 되어있어. 며칠만 지나면 이런 곡예 운전을 하는 차에서 묘한 전율과 쾌감을 느끼게 되거든.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인도가 정말 싫어지겠지?


 : 델리 공항은 대대적인 수리를 하고 2010년 8월 2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날 카트만두에서 델리로 오면서 시스템이 첫 가동되는 날이라 심하게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공항부터 시내로 이어지는 도로가 전혀 인도틱하지 않게 매끄럽습니다. 좋은 체험 거리 하나를 놓치신 것 같습니다.


새 단장한 델리 공항



02. 두 번째 충격파


인도를 가기 전에 대충 훑어본 자료에 의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인도가 별세계인 양 과대 포장을 해 놓아서 막상 도착한 후에는 별로 충격을 받을 일이 없었지. 생각해 봐.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달린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후진국이 다 그렇듯이 다만 조금 지저분하고, 조금 시끄럽고, 공해가 조금 많은 것 빼고는…. (이 조금이라는 단어가 엄청난 충격을 유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읽어)


인도를 후진국이라고 말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나 평균적인 국민소득에 비하여 뒤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이 나라의 모든 수준을 엄격히 비교해 보면 후진국이라든가 선진국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기준과 이 사람들의 가치 기준이 분명히 다르거든. 이렇게 생각하면 충격받을 일이 별로 없다 그지? 그런 와중에 내가 받은 두 번째 충격이라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곳에서 재발견했다는 거야. 길거리에서 만나는 인도 사람들이 "아유 코리안?"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한다는 자체가 충격이었어.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그런 인사를 받아 본 적이 없거든. 그리고 한국 여행자들이 너무 많아서 인도가 꼭 한국 관광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이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쯤 이르니 경악을 하겠더군. 길거리에 달리는 자동차가 눈에 익어 자세히 보면 대우 씨에로나 마티즈야. 씨에로는 인도인들에게 거의 드림카라고 봐도 좋을 것 같고. 오토바이 뒤에 삼성이나 SKC 광고를 붙이고 다니는 것 또한 흔해. 한국에선 지금 난리가 난 기업들이 이곳에서 터를 닦아 놓은 것을 보고 감사한 마음이 부쩍 들더라고. 다만, 우리가 이렇게 휘젓고 다니는 여행지가 이전에 일본인들이 태풍처럼 지나간 뒤끝이라는 것이 언짢았어. 그 나라가 우리보다 잘 사니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여행지조차 일본을 따라간다는 것에 대해 기분 상한 건 사실이야. 어쨌거나, 지금 인도에서 코리언을 보는 눈은 예사롭지 않아. 상인들 눈에는 돈뭉치가 굴러오는 거로 보이겠지? 그만큼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감사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그와 더불어 우리가 경제 발전과 함께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지. 10년, 20년, 30년 전을 뒤돌아보았어. 지금은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광경을 이곳에서 목격하고 향수에 젖는 충격을 받는 거야.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간사하게 진화하는지를 진지하게 느낄 수 있었지. 불과 몇 년 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생활하던 우리의 모습과 같은 그런 상황에서 엄청난 불편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간사한 놈이라고 단정을 해버린 거야. 바보 같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심신이 나약해지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그리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원시인들이 먼 길을 걸어 다녔다고 불행했을 거라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03. 충격의 분석


인도라는 나라는 맨 마지막까지 아껴 두었다가 여행을 하라는 말이 있더군. “인도는 여행의 끝”이라는 거야. “충격 때문에 더 이상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던가 앞으로 다른 곳을 여행해도 더는 충격받을 일이 없어지는 병에 걸린다.”는 거지. 이건 좀 과장된 표현이었지만 분명히 의미심장한 말이야. 그래서 생각을 해 보았어. 왜 다들 인도에 관해 이야기하는가? 도대체 무슨 충격이 이 나라에 있을까? 나름대로 정의를 해보면 모든 사람이 이 나라에 받는 크고 작은 충격을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하나는 위생, 교통, 공해, 소음 등 직접적으로 여행에 불편을 주는 요소일 것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질감에 따른 충격일 거야. 첫 번째 충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가 되어 희석되는 편이지만 두 번째 충격은 오랫동안 인도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사람들에게서는 우리와 다른 무엇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 쉽게 말하자면 관습이나 종교적인 영향이 우리와는 너무 달라서 생경한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지. 우리는 동양인이지만 너무도 서구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 당장 내가 믿는 종교를 보더라도 서양의 사고에 근본을 두었고 우리에게 친숙한 것 모두가 서양에서 건너온 문물이라는 거야. 인도라는 나라는 영국의 식민지로 오랫동안 지냈지만,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화와 풍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우리 눈에는 모든 것이 충격적으로 보이는 것이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이 두 문화가 묘하게 어우러져 양쪽을 모두 수용할 힘이 있다는 점. 특히 힌두교를 바탕으로 한 종교의 힘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지배하고 있었어. 이렇게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문화에서 오는 충격파가 신선한 감흥을 주는 거겠지.


처음부터 너무 말을 단정적으로 했나 봐. 이렇게 결론을 내려놓으면 앞으로 할 이야기가 없어지거든.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한다 해도 다 심드렁해질 것 아니겠어? 그래도 귀담아들어 봐. 무슨 폭탄 같은 이야기만 우리를 기쁘게 하는 건 아닐 거야.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들어보면 꽤 재미있을지도 몰라. 이제부터는 어려운 말 그만두고 웃기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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