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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Feb 04. 2017

나마스테 인디아,
"재미있는 교통수단"

인도를 알려주마 02

재미있는 교통수단 1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 넌 어렸을 때 어떤 장난감에 흥미를 느꼈니? 난 말이야 바퀴 달려서 굴러가는 것들만 보면 환장을 했어. 지금도 이 습관을 못 버려서 움직이는 것들에 유독 관심을 보인단 말야. 당연히 여행 중에 내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도 이런 거 아니겠어? 인도에는 재미있는 릭샤 삼총사가 있어서 흥미로웠지. "시티 오브 조이"라는 영화 봤지? 페트릭 스웨이지가 의사로 나와서 켈커타의 인력거꾼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 못 봤으면 당장 빌려 봐. 부분적으로 인도를 이해하는 부분이 아주 많을 거야…. 특히 켈커타라는 도시. 이 인력거를 인도에서 "릭샤"라고 불러. 이제는 인도 전역을 통틀어 켈커타에만 사람이 끄는 릭샤가 있다는군. 다른 도시에서는 인력거는 볼 수 없다는 뜻이야. 대신 자전거를 개조한 사이클 릭샤와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릭샤가 있지. 오토릭샤보다 조금 큰 것도 있는데 요건 템포라고 불러. (태국이나 캄보디아에도 잘 생긴 템포가 있더군) 



이 중에서 인도의 발이라고 부를만한 놈은 오토릭샤라고 봐야 해. 요놈의 사진을 올려둘 테니 잘 봐. 귀엽지? 천만에…. 사진발이야. 실물은 엄청 늙고 못생겼어. 인도 전역의 거의 모든 오토릭샤는 폐차장 가기 일보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일단 상상해둬. 요놈이 얼마나 요란하고 많은 소음을 내뿜는지 타본 후에는 정나미가 뚝 떨어질걸. 인도 전역의 공해 주범은 바로 요놈이라고. 여기다 기사들의 사악함은 한술 더 뜨지. 여행이 끝난 후 릭샤를 생각하면 이 사악한(?) 기사들과 흥정하던 기억만 남을지 몰라. 현지인들이 10루피 (1루피는 30원이니 300원) 면 갈 거리를 5배 내지 열 배를 부르는 건 보통이야. 미터기가 있긴 한데 그걸 쓰는 정신병자는 거의 없더군…. 하하.


첨에는 이 사람들 시스템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 너무 뻔한 스토리라 당연히 깎고 또 깎고….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건 시간 낭비잖아. 그래도 이 사람들은 줄기차게 비싼 값을 부르는 거야. 릭샤 끌어서 돈 버는 거보다 흥정하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 같아. 이럴 때는 대응 방법이 있지. 타기 전에 행선지를 말해주고 얼마냐고 물은 다음 무조건 무시를 하고 돌아서면 돼. 릭샤 못 탈까 봐 겁내지 마.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것이 릭샤여서 그런 걱정할 가치조차 없어. 두 발짝도 못 가서 절반으로 값이 내려갈 거야. 그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또 가봐. 다시 1/2. 슬쩍 반응을 보이는 척하면서 이제 네가 주고 싶은 요금을 말해 봐. 거의 근사치에서 흥정이 이루어지겠지? 그럼 기분 좋게 올라타고 목적지까지 먼지 뒤집어쓰고 가면 돼. 


자~ 달리는 릭샤 속에서 콧노래를 불러. 깎아서 기분 좋다는 뜻이지. 멍청이…. 콧노래는 기사가 부르는 거야. 봉 잡았다고. 네가 아무리 깎아 봐야 현지인들의 두 곱은 주고 탔다는 걸 알아야 해. 여긴 인도잖아~~. 이거 알고 나면 속 쓰리지? 그래도 괜찮아. 바가지를 써도 우리나라 운송비에 비하면 엄청 싼 편이니까. 여행자가 그렇게라도 헌사를 안 하면 이 사람들 보너스는 누가 주겠어? 



 : 지금 델리 시내는 공해를 막기 위해 모든 오토릭샤를 천연가스로 교체했습니다. 앞 사진의 릭샤는 델리를 벗어난 도시에 있고, 천연가스 릭샤는 노랑과 녹색으로 색칠합니다.



재미있는 교통수단 2 


델리에 도착한 다음 날 코넛플레이스를 나갔어. 넓은 원형 광장을 에워싸고 전문 상가가 2겹이나 3겹쯤 형성되어있는데 세계적인 브랜드 매장이 좌악 들어서 있어서 볼만하더군. 맥도널드도 있고, 피자헛도 있고…. 물건값 역시 만만치 않았지. 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윤기가 좔좔 흐르는 걸 보니 또 다른 인도를 본 것 같아 신기했어. 돌아오는 길에 사이클 릭샤를 한번 타보기로 했지. 맘은 그렇게 먹었지만, 릭샤를 선뜻 올라타기가 많이 망설여지더군. 그게 타기 어려워서 망설였냐고? 아냐. 그냥 올라타면 돼. 망설이게 된 이유는 사람이 앞에서 힘들게 끄는데 태연스럽게 뒤에 탈만큼 강심장이 아니기 때문이었던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이 사람들은 누군가 타 주어야 벌이가 되잖아. 불쌍하다는 이유로 안 타면 더 상황이 악화되겠지? 올라타긴 했지만 몇 분 못 가서 자꾸만 내리고 싶어 졌어. 나이 든 양반의 부러질 것 같은 다리와 나의 피둥피둥한 다리가 자꾸만 오버랩되는 거야. 오토릭샤는 기계가 동력이라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데…. 옆을 쳐다보니 이런 릭샤에 살찐 인간들 셋이나 한꺼번에 타고 히히덕거리며 가더군. 내려서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어.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어. 알량한 감정을 표출하는 중이었지. 그런데 이런 마음도 한순간에 없어지더라고. 다음날부터 요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셋이 타고 희희낙락했으니…. 이래서 인간은 사악한 존재라는 거야.


위 릭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이고, 보통 이 정도 수준~~~ ^^


내가 남들보다 더 빨리 사악해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 처음 탄 사이클 릭샤도 오토릭샤처럼 흥정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지. 이 사람 역시 인도 사람임은 분명했거든. 40루피를 달라는 걸 10루피에 흥정을 하고 감상에 젖어 눈물 콧물 짜며 내릴 때,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지. 박애 정신을 가장한 동정심에 흥정한 10루피에다 팁을 10루피 더 얹어 주었어. 당연히 고맙다는 말을 듣게 될 줄 알았지. 내가 기사라도 그랬을 거야. 요금을 배로 주는 손님이 얼마나 고맙겠어?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반응이 돌아왔어. 이 영감님이 전혀 고마운 표정을 짓지 않고 10루피를 더 달라는 거야. 황당~~. 이 순간 순수한 영혼의 결정체요 인류 박애 정신과 우주 평화 염원에 불타던 자비심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분노의 화신이 눈앞에 나타나더군. 정말 기분이 찝찝해졌어. 뇌가 꼬이고 아까 흘린 눈물이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급기야는 왜 인간이 이래야만 되지? 하는 의문만 남더군. 인도에서 둘째 날 저녁은 기분이 정말 정말 꽝이었다고.


농담이 아니라 지금도 시골 가면 이런 코끼리 빌려서 탈 수 있습니다.^^


인도에 이런 탈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 세상 어디에 있는 모든 탈것은 다 있으니 걱정을 말라는 뜻이야. 버스도 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택시도 있어. 릭샤 중에는 말이 끄는 것도 있다고. 운 좋으면 코끼리나 낙타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어…. 하하.


인도를 재미있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단연 압권은 탈것들이라는 걸 이제 알겠지? 조금만 적응을 하면 대도시에서 이동은 우리나라보다 쉽다는 걸 곧 알게 될 거야. 문 앞을 나서는 순간 탈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생각해봐. 세상 어디를 가도 "어서 타 주세요." 하고 따라다니는 여행지는 인도밖에 없거든.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돼. 가끔은 내가 왕이라도 된 듯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건 덤이야. 그렇다고 돈의 위력을 너무 과시하지는 말라고…. 자~~ 다음에는 기차 이야기해줄게. 아마도 그다음 버스 이야기가 교통편의 하이라이트가 될 터이니 기대해봐.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 페이지는 15년 전, 인도를 첫 방문하고 받은 문화 충격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지금은 인도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본문 일부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여행의 재미를 배가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길…. - 웃/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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