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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Feb 04. 2017

나마스테 인디아,  
"기차? 예술이지...^^"

인도를 알려주마 03

기차를 알려 주마


이건 아그라-쟌시 구간 3등 열차에서 쓴 편지 중 일부야. 그대로 옮겨 볼게.



역시 열차는 운치가 있어…. 인도의 열차가 어떠냐고…? 하하. 

와서 한번 타봐. 마음을 비우면 TGV나 ICE보다 더 좋아. 

농담하지 말라고? 농담 아냐. 

나 지금 열차에 비스듬히 누워서 담배 물고 있어. 

귀찮게 재떨이 찾을 필요도 없고, 그냥 아무 데나 떨면 돼. 

바닥이 모두 재떨이고 쓰레기통이니 넘 편하겠지…? 후후. 

천천히 달리니까 창밖의 풍경을 보기가 너무 좋아. 진짜 멋있다. 

두 시간 달려왔는데 산이 하나도 없어.


사진 보이니? 유채꽃 죽이지? 나무들도 너무 이뻐. 

황량함도 푸르름도 예술이다. 신이 빚어 놓은 예술. 

거기다 인도 사람들 너무 순해. 호기심은 또 얼마나 많다고….

전부 나만 쳐다보고 있잖아. 

일거수일투족이 신기한가 봐. 지금 스타 된 기분이야…. 히히.

120루피 (3,600원) 주고 침대칸 탈 수 있는 나라 또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자~ 눈 찔끔 감고 마음을 비워 봐. 

옷에 먼지 좀 묻으면 어때? 빨면 되잖아. 

털지 말라고, 냄새는 며칠만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 

더 좋은 일이 있어. 지금 탄 차 1시간 30분 연착을 했거든….

쟌시까지 3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언제 도착할지는 며느리도 몰라, 시어머니도 몰라. 

아마 귀신도 모를걸? 정말 좋잖아?

가진 게 돈하고 시간밖에 없는 여행자는 그저 느긋하게 즐기면 되지.

우리 달콤한 짜이나 한잔 마시자~~.



인도의 역


역? 음…. 세계 어떤 나라든 기차역은 다 똑같아. 이런 거 알려주는 바보도 있냐고 묻지 마. 그래도 인도의 기차역은 재미있어. 일단 기차역 앞의 분위기가 짱이야. 세상의 모든 탈것이 다 모여 있는 분위기거든. 그러니 엄청 시끄럽겠지? 당근이지. 인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몰라. 대합실에 들어가 봐. 우중충함이 거의 환상이야. 아마 네가 처음 기차역에 도착했다면 정신이 하나도 없을 거야. 


 2010년 7월 바라나시 역 대합실. 작년 여름 갔을 때도 이대로였슴.


자~ 인도에는 개찰구가 없어, 바로 플랫폼에 나가 보라고. 아그라 포트 역에서 선로 위의 엄청난 쓰레기를 보고 경악했어. 파란 옷 입은 아저씨는 열심히 치우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버려. 길거리에만 소가 사는 게 아니고 기찻길에도 소가 살고 있다는 거 신기하지? 이곳이 바로 인도라고. 소는 플랫폼에만 사는 게 아냐. 대합실에도 살아. 믿지 못하겠다면 사진을 봐. 한 장 더 보여줄게. 개도 살고…. 기다리다 지친 사람은 당연히…….


이 정도는 애교... 위험하지만 철로에도 소가 살아요


차표 한 장 끊는 것도 예술이야. 영어 잘 못 하면 절대 표를 못 끊으니 평소에 공부 좀 해둬. 별 별거 다 쓰고 겨우 신청하면 예약 만료된 기차일 확률 50% 이상이야. 그러니 빨리 예매해. 알았지? 아~ 참. 돈 많은 사람은 상관없어 여행사 통하여 뒷돈 쥐여주면 표가 나올 거야. 다리 튼튼한 사람도 괜찮아 입석 끊어서 10시간 동안 서서 가면 되지 뭐.


2009년 6월 카시미르 쟘무 역


: 지금은 아이티 강국 인도답게 인터넷 열차 예매 시스템이 완벽에 가까울 만큼 잘 되어있습니다. 인도 철도청에 접속하면 한국에서도 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2009년 남인도 여행을 할 때 한국에서 라자다니 특급 기차표를 예매하여 여행했습니다.



짜자잔~. 어떤 쪽에서 열차가 들어올지 잘 찾아봐야 해. 큰 역이라면 플랫폼이 여러 개 있을 거야. 어떻게 찼냐면... 그건 나도 몰라. 그냥 물어봐. 열 명한테 물으면 열 명 다 다른 곳을 알려 줄지도 몰라. 환장하겠지? 걱정 마. 빨간 재킷 입고 금속 명찰 단 아저씨에게 물어보면 아주 잘 알아. 이 아저씨 직업이 포터거든. 포터가 뭐냐고? 에이 너 한 무식한다. 짐 날라주는 아저씨가 포터라고.


역에는 빨간 셔츠를 입은 포터들이 언제나 대기하고 있습니다.


휴우~ 드디어 기차에 올랐다. 기차 한번 타는데 무슨 엄살을 그리 떠냐고? 그래, 나 엄살 심하다. 그럼 엄살 안 떠는 니가 한번 타 봐. 웬만큼 큰 역이라면 게이트가 한둘이 아니야. 네가 가는 행선지가 어떤 게이트에서 출발하는지 기차표에는 표시가 없어. 그거야 물어서 요령껏 찾으면 되지만 기차가 도착한 이후가 문제라는 거야. 인도의 기차는 등급이 다른 열차끼리는 이동할 수 없도록 막아 둔 경우가 많거든. 한 기차가 끄는 차량 숫자도 엄청나서 앞에서 끝까지 가려면 거의 1Km는 뛰어야 해. (음~ 엄살이 너무 심했군!) 


엄청나게 긴 인도의 기차. (라자다니 특급) 앞에서 끝까지 거의 1Km는 될 듯.


아무튼 내가 탄 차량 칸은 SA3인데 어디에도 이런 표시가 없었어. 인도인들에게 물어봐도 자기 칸 찾기에 바빠서 정신이 없는 분위기더라고…. 쩝. 다행히도 오늘 탄 열차는 역에서 20분을 정차하는 열차라 물어물어 칸을 찾았지. 자~ 이제 15시간을 세월아 네월아 하며 가야 해. 15시간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거 잘 알지? 얼마나 더 걸릴지는 귀신도 모른다고 했잖아. 이번에는 3등 침대칸을 탔더니 분위기가 퍽 좋군. 비교적 깨끗해. 인도에서 이 정도라면 호화판에 속하지. 역시 돈은 좋은 거야.



[ 다질링행 열차 ] 


바라나시에 도착한 다음 날 다질링행 표를 구하려고 역으로 나섰지. 입석을 제외한 어떤 표도 이미 예약 만료가 되었다는 거야. 델리에서 자이프르로 이동하려고 16명분 티켓을 끊으러 역에 갔을 때 황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어. 5명 표를 끊고 나니 그다음에 자리가 없다는 거야. 나머지 11명이 서서 가야 할 처지인데 어쩌겠어? 즉석에서 표를 취소했지. 이번에는 요금의 10% 이상 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물리는 거야. 16명의 표를 산다고 말했을 때 몇 개의 좌석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티켓팅을 했다면 이런 불상사가 없을 텐데 예약 창구의 직원은 그런 일에 신경도 안 써. 참 이상한 나라야. 이런 나라가 인도라니 참아줄 수밖에…….


바라나시에서 뉴잘파구리까지 15시간을 짐짝처럼 3등 입석 칸을 타고 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더라고…. 옆 도시 아메다바드에서 12년 만에 열린다는 쿰부아 멜라 축제가 이틀 전에 끝이 나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엄청날 텐데 입석 표를 끊어서 타 봐. 거의 죽음이겠지. 호텔로 돌아와서 투어 알선 업자에게 표를 구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지. 처음에는 모두 예매가 완료되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니 수수료를 더 내면 알아보겠다는 거야. 


그러면 그렇지, 인도 철도청의 예약 시스템도 항공사처럼 여행사를 통해 표를 우선 배정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 흥정했어. 기본 수수료 100루피에 100을 더 얹어 줄 테니 표를 구해 달라고…. 몇 번 흘금 쳐다보더니 오후에 보자더군. 우체국을 다녀와서 업자를 만났더니 3등 침대칸을 떡 하니 끊어두고 비시시 웃더라고. 우와~~ 그 기쁨이란…. 열차표 610루피 (18,000원)에 수수료 200루피 (6,000원)를 얹어주고 표를 받았지만, 진저리 치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열차 요금


이번에는 인도 열차의 요금체계를 알아보자고. 수도 델리를 기점으로 특별히 운행되는 호화 관광 열차를 제외하면 참으로 요금체계가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선, 역에서 파는 타임 테이블을 한 권 사봐. 그렇게 비싸지 않으니 걱정 말고. 유레일 타임테이블이나 암트렉 타임테이블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익숙해질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골 싸매고 공부를 좀 해야 할 거야. 이 타임 테이블을 쉽게 이용하려면 인도의 지명을 잘 알아야 해. 출발지와 도착지가 대도시라면 쉽게 찾을 수도 있는데 중간에 타고 내린다면 찾기 어렵더라고. 머리 아프니 이런 이야기는 생략하고….


열차 요금표를 훑어보자. 거의 모든 열차의 요금 체계가 출발지와 도착지의 거리를 Km로 환산하여 그대로 적용을 하는 거야. 열차의 등급을 보통 5등급에서 7등급으로 나누어 주머니 사정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를 넓혔다는 것도 맘에 들어. 놀라운 건 최하위 입석 요금과 최상급 1등 칸의 요금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지. 


특급 장거리 열차를 타면 이런 식사도 제공 됩니다.^^ - 2009년 라자다니 특급


이 말은 돈 없는 서민은 5,000원 내고 15시간 (1,000KM)을 죽도록 고생스럽게 타고 돈 많은 부자는 15배쯤 되는 75,000원 내고 호사스럽게 이동하라는 거야. (내가 탄 3등 침대는 18,000원) 물론 비싼 돈 냈다고 빨리 가는 건 절대 아냐. 한 열차에 1등 칸부터 보통 칸이 모두 매달려 있으니까. 아그라-쟌시 구간 열차는 보통 침대칸이었는데 거의 50년대 열차 내부의 모습이었지. 다질링을 갈 때 탄 3등 LS(침대) 칸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어. 우리나라 비둘기호 수준만큼 청결했거든 -낡은 건 어쩔 수 없지만. 2등 칸을 들여다보니 침대마다 커튼이 처져있고 시트도 훨씬 깨끗하더라고. 일등칸은 3단 침대가 아니고 2단 침대로 되어있어서 꽤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돼. 이래서 인도는 최상과 최하가 공존하는 것이지.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 페이지는 15년 전, 인도를 첫 방문하고 받은 문화 충격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지금은 인도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본문 일부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여행의 재미를 배가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길…. - 웃/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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