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tbia 김흥수 Feb 05. 2017

나마스테 인디아,
"인도 종단 라자다니 특급"

인도를 알려주마 04

자~~ 앞편에서 인도 기차역을 너무 리얼하게 표현하여 겁먹으실 것 같아 진정한 인도 기차 여행 이야기 한편 더 올립니다. 인도 너무 겁먹지 마세요.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고 가면 정말 멋진 여행하고 오실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인도가 정말 좋습니다. 매년 한 번씩 갈 기회가 있어 짧게 다녀오는데 발전이 너무 빠른 것만 여행자로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도가 더 변하기 전에 가능하면 서둘러 다녀오시길.... ^^


2009년 7월 인도의 최북단 레(Leh)에서 최남단 깐야꾸마리까지 열차를 이용한 여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레 지역은 선로가 없어 육로 이동을 하고 암리차르에서 델리를 거쳐 깐야꾸마리 까지 이어가는 일정…. 한 달 여행 중 북인도는 네팔인 거네스와, 남인도는 세종시 한국 영상대 김철홍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남부 끝 깐야꾸마리에서 수도 델리까지 3,140Km. 라자다니 특급으로 이동한 체험을 김 교수님이 오마이 뉴스에 투고한 글을 한 꼭지 옮겨 왔습니다.


3,140km 인도 기차여행...
이틀 동안 만난 사람들


▲  야자수 사이로 시원스레 달리는 인도의 완행 열차  ⓒ 김철홍


인도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 기차여행을 한다. 체계적 시스템으로 유명한 인도 열차는 어느새 인도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그저 한 번 기차를 타고 유람을 하든,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든, 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 관광의 하나가 바로 기차여행인 것이다.


▲ 다음 목적지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들 기차의 나무 의자가 이색적이다  ⓒ 김철홍


대개의 식민 지배 국가들이 그랬듯, 영국인들 역시 손쉬운 수탈을 목적으로 인도 전역에 철도를 건설했다. 어떤 사람은 인도 경제의 밑바탕이 될 사회간접자본을 선물한 영국 사람들을 찬양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넓은 땅덩이에 그 많은 노선을 건설하다 이름 없이 스러진 사람들은 영국인이 아닌 인도 사람들이다. 영국인들은 그들이 완성한 철도로 면화와 곡물을 손쉽게 영국으로 가져갈 수 있었고, 가공된 의류와 소비재는 몇십 배의 이윤을 붙인 채 철도를 통해 다시 인도 사람들에게 돌아왔다.


▲ 열차 안의 승객들 인도 열차의 창문에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쇠창살이 달려 있다  ⓒ 김철홍
▲ 창가에 쇠창살이 없는 좌석 열차 한 량마다 쇠창살이 없는 창문이 하나씩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통해 트렁크나 짐을 운반하기도 한다.  ⓒ 김철홍


가끔 누군가로부터 제국주의 찬양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들은 이미 본전 챙길 것 다 챙겼으니까 손해 볼 것 절대 없다"는 이야기를 꼭 해 준다. 물론 뼈 아픈 일제의 식민지배를 당한 동병상련의 정이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거만한 그들의 세계관이 비위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 출입문에 앉아 여행을 하는 사람들. 인도의 젊은이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출입문에 앉아 여행을 한다  ⓒ 김철홍
▲  차창 밖을 바라보는 소녀  ⓒ 김철홍


인도의 기차는 그 등급이 천차만별이다. 호화 특급 열차부터 삼등 열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카스트와 능력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가 탈 기차를 고른다. 인도는 워낙 넓은 나라이기에 특급 열차로 이동을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거의 모든 열차에는 승객들 편의를 위한 침대칸이 있다. 침대칸은 열차 등급에 따라 침대의 개수가 다르다. 1등 칸은 두 개, 2등 칸은 네 개, 그리고 3등 칸은 여섯 개의 침대가 있다. 


▲ 삼등 침대칸의 모습 등받이를 펼치면 침대가 되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지만, 낮 시간에는 접어 놓는다.  ⓒ
▲ 삼등칸의 다정한 중년 부부 간혹 승객이 없을때는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다  ⓒ 김철홍


삼등칸을 이용했을 경우의 이야기지만 인도의 철도망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비교적 싼 비용으로 인도 각지를 여행할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은 한국에서도 인도 기차를 쉽게 예약할 수 있다. 


▲ 남인도의 기차역 인도의 일반적인 북부의 기차역과 달리 상당히 깨끗한 역사를 보여주는 남부의 알레피 역  ⓒ 김철홍
▲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손님들 정돈이 잘 된 깨끗한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인도 여대생들  ⓒ 김철홍
▲ 다정한 오누이 알레피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남매가 포즈를 취해 주었다.  ⓒ 김철홍


인도의 특급열차 중에는 라즈다니 익스프레스라는 기차가 있다. 그 옛날 인도의 유명한 왕이었던 라즈다니의 이름을 붙인 열차인데 장거리 특급열차로 유명한 열차이다. 출발 보름 전, 한국에서 예약한 라즈다니. 욕심 같아서는 해리포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객실과 흡사한 1등실을 예약하고 싶었지만 좌석수가 한정된 관계로 안타깝게도 라즈다니의 2등실을 예약했다. 


▲  인도의 특급열차 라즈다니 익스프레스  ⓒ 김철홍
▲ 라즈다니의 승무원들 비행기의 스튜어디스와 같은 업무를 하는 승무원들. 스튜어디스와 다른 점은 종착역에 가까와질때 서비스 대가로 팁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 김철홍
▲ 점심 준비를 하는 승무원 라즈다니의 특징은 세 끼 식사와 간식을 제공 해 주는데 있다. 물론 열차삯에 음식값이 포함되어 있지만 말이다.  ⓒ 김철홍


인도의 기차는 여행자의 호주머니 상태에 따라 많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기차 안에서 특별 대우를 받고 싶다면 승무원들과 친해지면 된다. 나중에 팁을 많이 줘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일단 그들과 친해지면 상당히 괜찮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 인도 철도역의 명물 '쿨리' 인도 역에는 갸냘픈 몸매로 산더미같은 짐을 손쉽게 운반해주는 쿨리라는 짐꾼들이 있다.  ⓒ 김철홍
▲  인도 기차에 대하여 자신이 없을때엔 과감하게 쿨리에게 짐을 맡겨도 괜찮다. 무거운 짐을 지고 열차 이리저리 능숙하게 움직이는 쿨리는 단번에 승객의 자리를 찾아준다.  ⓒ 


여행객 입장에서 너무 날씬한 쿨리들을 볼 때 그들이 불쌍해지곤 한다. 인도인 치고도 너무 마른 쿨리들이 대여섯 개의 짐보따리를 들고 대합실을 헤맬 때가 그렇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에게 짐을 맡기는 것이 진정으로 쿨리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로 변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도지만, 그들의 생활 속에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스며든 서비스 문화의 내음이 물씬 풍겨 난다.


▲  거침없이 달리는 라즈다니 익스프레스  ⓒ 김철홍
▲ 범람 위기에 놓인 남인도의 냇가 해마다 찾아오는 몬순(긴 장마)으로 작은 시골마을의 냇물이 범람 위기에 놓였다.  ⓒ 김철홍
▲ 시원스레 펼쳐진 인도의 초원 라즈다니 익스프레스를 타고 인도 대륙을 종단하다보면 각 기후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인도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 김철홍


3140Km. 인도 남부 트리밴드럼에서 수도 델리까지 거리이다. 라즈다니는 꼬박 이틀에 걸쳐 이 거리를 달린다. 특급 열차답게 중간 기착역이 거의 없는 라즈다니.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여행이 될 수 있지만 옆자리 승객을 잘 만나면 의외로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 인도 경찰국 소속 샤르마 경위 여행 내내 밝은 웃음과 유머로 가족들을 즐겁게 해 준 멋있는 가장  ⓒ 김철홍
▲ 샤르마씨의 가족들 아이들도 아버지를 닮아 상당히 쾌활했다. 자칫 지루해 질 수 있었던 여행의 걱정이 샤르마 가족을 만나는 순간 사라졌다.  ⓒ 김철홍
▲ 델리의 딸 집으로 여행을 가는 트리밴드럼의 할머니.


 정확한 영어문법으로 나를 놀라게 했던 인텔리 할머니. 알고 보니 젊은 시절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다. 샤르마씨 일가족과 할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성이 다른 사람들은 델리에 이르는 48시간 동안 즐거운 여행의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  샤르마 경위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미국의 FBI와 같은 인도의 CBI 소속 형사인 샤르마씨. 가족들과 남인도를 여행하고 델리로 돌아가는 중이었던 샤르마씨는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와 내게 많은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 그레이스 인도에는 영국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수줍음이 많은 그레이스가 침실 커튼 사이에서 살포시 미소짓는다.  ⓒ 김철홍
▲ 싼듀 방학을 맞아 코타에 있는 고모집을 방문하는 싼듀  ⓒ 김철홍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많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장거리 기차여행의 특징이다. 닫힌 공간에서 가끔씩 눈이 마주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게 되고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여행이란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  승객들이 목적지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 김철홍
▲ 집으로 돌아가는 이슬람 처녀 열차에서 내린 후 각자의 목적지로 발길을 돌리는 승객들 사이로 멋쟁이 이슬람 처녀가 지나간다  ⓒ 김철홍


종착역에 도착한 후 자신들과 인연을 맺었던 옆자리의 승객들과 간단한 작별의 인사를 나눈 사람들이 또다시 정해진 약속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48시간의 기차여행이 나름의 추억으로 간직될 사람들... 나를 포함한 그들은 라즈다니의 추억을 기억 한 편에 고이 접어두고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대개의 인생이 그러한 것처럼......



교수님의 글 잘 보셨나요?
이런 감성 글을 써야 하는데 저는 늘 갈팡질팡, 왔다 갔다 두서없이 징징대기만 합니다. -!-

교수님은 이틀하고 1시간을 더 가는 인도 열차를 타 본 경험이 아마도 큰 충격이고 새로움이었을 겁니다. 저에게는 일상과 같은 일이라 그냥 무덤덤했다는 것이 좀 다르죠.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충격이나 감흥이 덜하니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어요.
이따금 이런 분과 함께 여행하면 기분이 새로워집니다.^^


라자다니 특급의 사진 몇 장과 차창밖 풍경을 아래에 올려 둡니다.


2박 3일간 라자다니 특급에서 제공 된 식사와 간식. 매번 카레는 빠지지 않습니다.


북인도에 비해 비교적 깨끗한 남인도 역. (남인도는 아주 깨끗한 편입니다)


우기철이라 비가 줄기차게 내렸지만 이따금 비가 그칠때도 있었습니다. 


열차가 멈출 때 이런 간식거리가...^^ 고소한 케슈너트는 남인도의 특산품 입니다.


이틀을 달려오자 하늘이 서서히 게었습니다. 그러나 여름엔 북인도가 남부 인도보다 더 덥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마스테 인디아,   "기차? 예술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