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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Feb 05. 2017

나마스테 인디아,
"Bus, Oh my God!!!"

인도를 알려주마 05

인도라는 나라의 인구가 정확히 얼마인지 나라님도 모른다는군. (며칠 전 신문을 보니 11억을 넘었데) 이런 나라를 여행해 보면 정말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돼. 우리나라 서울도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인간들에 치어 파김치가 되긴 하지만 인도라는 나라는 모두들 길거리를 배회하는 취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거든. 그런데 부자들의 모습은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하지. 푸쉬카르에서 고물 버스의 지붕 위에 올라타고 좋아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신기할 따름이었어. 우째 저러고 사는데 신이 날까? 이번 여행 중에는 처음에 16명이 찢어지지 않고 한꺼번에 이동을 하는 바람에 열차표를 구하기 어려워 버스를 많이 이용했었지. 자~~ 그럼 신나는 버스 이동기 한번 들어볼래?



◈ 첫 경험 (델리에서 자이프르로 이동하던 날) 


기차표가 바닥나서 버스를 예매했어. 여행사가 운행하는 디럭스 버스라는 말에 흐뭇했지. 저녁이 될 때를 기다렸어. 야간 이동이거든. 우와~~ 이게 디럭스? 우하하... 버스가 도착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지. 인도의 거의 모든 버스나 트럭은 TATA라는 회사에서 만든 찬데 엔진이 뒤에 달린 리어버스는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나라 80년대까지 운전석 옆에 불룩 엔진 통이 올라온 버스가 그것이야. 

특이한 건 기사가 타는 앞부분에 창을 달아서 승객들 칸과 분리를 해 두었다는 거야. 시커멓게 선팅을 해서 문을 닫으면 전면 창을 승객들이 볼 수 없는 상태로 달리게 되어있지. 답답하긴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편히 가는 데 도움이 되더군. 생각해봐. 차선 없는 길을 살인적으로 달리는데 차라리 안 보여 주는 것이 속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 하긴, 인도에서 아무리 달려 봐야 시속 70Km를 넘기긴 힘들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TATA 자동차의 엔진 성능상. (아마도 대규모 사상자를 방지하기 위해 속력을 못 내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자~ 그럼 의자에 앉아봐. 인도 사람들은 편안한 여행은 죄악이란 생각을 하는 게 분명해. 디럭스 버스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는 건 봐 줄 만하고…. 제발 먼지가 옷에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술 더 뜨자면 내부 인테리어가 거의 최상급 유치 찬란이라는 거지…. 후후후. 이후에도 확인해 보니 거의 모든 버스의 짐 싣는 선반은 요상하게 화려한 천으로 감싸서 588 분위기를 내더군…. 히히. 그래도 좋아. 달릴 때 창문이 혼자 열리지만 않는다면.


훗!~ 출발했어. 밤새도록 달리는 야간 버스니까 불편하더라도 눈을 붙여야겠지? 당연하지. 온종일 시내를 싸다니며 구경을 했는데 오죽 피곤하겠냐고. 그런데…. 기사는 그런 것이 안중에도 없어. 앞에 차만 나타나면 클랙슨을 울리더군. 참, 이 클랙슨 이야기해주고 넘어가야지. 인도 버스나 트럭의 클랙슨 소리는 예술이야. 우리나라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달고 다니는 빠라바라바라밤~ 그거 있잖아. 그거랑 비슷혀~. 목소리는 월메나 큰지 거의 경악을 하겠더라고. 무슨 클랙슨 소리가 버스 밖으로는 안 나가고 안으로 들어오는 거야. 클랙슨 혼의 주둥아리를 실내로 향하게 세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 거의 한 시간가량을 이놈의 클랙슨이 터져 버리길 기도드렸더니 한적한 도로에 나와서 울릴 기회가 적어진 거야. 나의 간절한 소망을 주님이 아니 시바신이 들어주신 것 같았어.


이제 좁은 의자에서 구겨져서 잠 좀 자자…. “우당탕탕탕!!! 짜이~ 짜이~~ ” 이게 웬일이야? 정확하게 1시간 30분 간격으로 요상한 휴게소에 차가 도착을 하는데, 차가 서면 장사꾼들이 달려와서 차를 사정없이 두드리며 잠을 깨우는 거야. 얼른 내려서 물 버리고, 무언가 사 먹으라는 친절을 참으로 이렇게 베풀더군…. 흑흑흑. 그래…. 기왕 베린 몸 내려서 뜨거운 짜이 한잔 마셔주마. 그리고 노상방뇨의 즐거움도 함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아침 6시에 도착을 하겠다는 버스가 새벽 4시 반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이지. 이 깜깜한 새벽에 내려주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라고? 에고~~ 싸늘한 새벽에 길거리에서 떨어 봐. 그지 같은 버스가 월메나 그리운가…….



◈ 두 번째 경험 (푸쉬카르-아그라)


이번에도 야간 행군이야. 디럭스 버스가 어떤 수준인지 알았으니 용감하게 탑승을 했지.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안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는 말이야) 모든 상황은 첫 경험과 같았어. 한가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만 빼면…. 이번에 탄 디럭스 버스는 창문의 틀이 제대로 맞는 것이 없다는 거야. 한 시간쯤 달렸을 때 우리는 눈치를 챘었지. 해가 떨어지자 찬바람이 공격해 오더군. 정류소에 버스가 섰을 때 배낭을 내려달라고 하여 모두들 침낭을 꺼내서 번데기처럼 둥지를 틀었어. 한번 상상해봐. 버스 속에서 알록달록 침낭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칼라플한 누에고치를 만난 기분이야. 어쩌면 외계인들이 지구 방문한 풍경이랄까?

한참을 달리니 이번에는 뺨이 시리더군. 그래서 모두 수건을 꺼내어 복면을 썼지. 모자를 눌러쓰고…. 그 위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앉아있는 모습이 세상에 이런 진풍경은 없었어.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와 참지를 못할 지경이라고. 이 순간을 웃뺘가 놓치면 안 되지…. 주섬주섬 가방을 뒤져 한방 박아 봤어. 어때? 괜찮은 풍경이지…? 하하. 이 차 뒤 유리창 잘 봐. 유리가 아니라 철판이야. 33번 그게 내 자리라고. 그래도 이번에는 난 운이 좋은 편이었어. 맨 뒤 가운데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다리를 맘대로 뻗을 수 있었다고. 창 옆에 앉은 사람들은 1분에 한 번씩 뻘쯤 열리는 창을 닫느라 팔에 몸살 났다니까…. 하하.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나라야. 우째 그런 차를 디럭스 버스라고 관광회사에서 굴리는지…. 참! 이날도 우리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여 떨었다는 사실!!!



◈ 세 번째 (카쥬라호-바라나시) 


이날은 13시간 이동이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그 잘난 디럭스 버스조차 매진되고…. 어쩔 수 없이 정류장으로 일찌감치 나가서 일반 버스를 이용했지. 탑승 순간 말로만 듣던 공포의 직각 의자를 목격했어. 직각 의자가 뭐냐고? 말 그대로야. 90'로 꺾인…. 학교 다닐 때 걸상~~. 엄습해 오는 공포를 물리치며 시바를 비롯한 그의 아들 거네쉬, 비슈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힌두 신에게 빌었어. "제발 창문만 제대로 달려 달라"고.

이번에도 시바신은 나를 저버리지 않더군. 창문은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이야기야. 다만, 엉덩이에서 신음이 나오더군. 좌석이 너무 딱딱해서 엉치뼈 부딪히는 소리…. 이번에는 침낭을 뒤집어쓰는 대신 쿠션으로 사용했지. 좀 낳더군. 직각 의자라도 좋다. 잠 좀 자자. 요리조리 몸을 비틀고 자세를 잡고 꿈길로 접어들었지. 몇 분 후, 목뼈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어. 몰려오는 잠에 못 이겨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 받쳐주는 것이 없어 목뼈가 부러지겠더라고. 이번에는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잤어. 1시간 30분 간격으로 정류장에 정차하는 건 인도 버스라면 다 마찬가지야. 오히려 이번에는 그것이 고마웠어. 구겨진 몸을 맨손 체조로 풀어줄 기회였으니.


이 무렵 짜이의 열성 팬이 되어 차만 서면 뜨거운 짜이 한잔 마시는 재미로 바라나시에 무사히 도착했지. 아~~ 그 지저분한 컵에 담아주는 짜이 한잔 마시고 싶다. 이 맛에 인도가 좋아진다니까~.



◈ 네 번째 (카카르비타 ~ 카트만두)


우간다(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라고 부르는 배낭여행 안내서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 "인도 쪽 버스보다 네팔 쪽 버스가 더 좋다." 자~ 이번에는 15시간의 공포 체험이야. 인도 쪽 버스보다 네팔 쪽 버스가 더 낫다는 말에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인도 국경을 넘어 카카르비타에서 카트만두까지 긴 여정에 올랐지. 이제 아쉬운 인도 여행은 끝났다고. 네팔에서의 일정은 초호화판으로 구성하였으니 고생은 끝이라는 거지. 하지만 시바신이 그걸 그리 좋게 봐줄 리가 있겠어? 편안한 여행은 죄악이라고.


절대로 앞으로 세워지지 않는 의자... 몇 시간 지나면 차라리 직각 의자가 그리워져요. -!-


역시 이 버스도 TATA야. 네팔이나 인도나 공포의 TATA가 꽉 잡고 있더군. 깨진 쪽박이 나왔다고 물 안 샐까? 그래도 버스에 오르자 시트가 슬쩍 뒤로 젖혀져 있고 큼지막하여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후아~ 쿠션도 맘에 들었어. 창문도 잘 달려있고.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앞좌석과의 간격이 너무 좁다는 거야. 겨우 다리가 들어가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 의자가 뒤로 젖혀져 있으니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아프고 자세가 나오지 않는 거야. 여행 중에 공포의 뒤로 젖혀진 의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었는데 이게 바로 그 의자…. 흑. 그래도 참을 만하다고 생각했어.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 이게 젤 괜찮은 버스였거든.


출발 직전, 곰처럼 생긴 인도인이 탔어. 나는 빌었지. 저놈을 제발 내 옆에 앉지 않게 해달라고. 그 덩치가 옆에 앉으면 숨도 못 쉴 거라고…. 자비하신 시바신이 곧바로 기도를 들어주셨어. 분명히 옆은 아니고, 바로 앞좌석에…. 꺅~~. 갑자기 소리도 못 지를 상황이 발생했지. 그놈의 덩치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앞좌석 의자가 내 다리를 사정없이 누르는 거야. 상상해 봐. 15시간 동안 다리를 통로 쪽으로 내놓고 허리를 꺾으면서 뒤로 젖혀진 의자에 앉아서 왔다고. 나이트 버스에서 잠재우면 죄악이라는 신념은 인도나 네팔이나 다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 이 여행의 의미를 부여하자고…. 흑흑.



◈ 다섯 번째 (카트만두-치트완, 포카라)


이제 버스에 대한 경외심은 버려도 돼. 네팔에서도 TATA가 꽉 잡고 있지만, 네팔은 관광 산업이 발달 되어있어서 트레블 에이전시에서 시트도 편안하고 청결한 버스를 운행하거든.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냐. 네팔이라는 나라의 도로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나 치트완까지 200KM가 채 못 되는 거리인데 버스로 6시간~8시간쯤 걸리지.


네팔의 대동맥 카트만두-포카라 구간 1번 도로.  차 한대만 고장나면 이런 일이.... -!-


서울 대전 거리를 8시간에 간다고 생각해봐. 네팔의 대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도로는 2차선이거든. 주행하는 차가 적어 한산한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정체는 없지만, 산허리를 깎아 만든 도로라서 곳곳이 자연재해로 파손되어 복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지. 해발 1,300m 카트만두 시내를 벗어나면 해발고도 200까지 몇 시간 동안 꼬불꼬불한 길을 내려가는데 주변의 풍광이 장관이야.


네팔 도로에서 종종 보는 광경


요건 중요한 교훈인데….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싶다면 카트만두에서 출발할 때 절대로 좌측 편에 앉으면 안 돼. 오로지 좌측 편 산허리를 깎아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좌측에 앉으면 창밖으로 먼지 뒤집어쓴 나무와 수많은 여행객이 버린 쓰레기만 만 보게 된다고. 우측 창으로 봐야 굽이치는 계곡과 맞은편 산봉우리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으니 알아서 티케팅해. 내가 어떤 쪽에 앉아서 갔냐고? 당근 좌측에 앉았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바보야…. 흑흑.



하지만 우측에 앉았다고 지나치게 좋아하지는 마. TATA버스를 얕보는 처사니까…. 후후. 이 자동차 회사는 관광객이 창밖을 제대로 내다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나 봐. 딱 눈높이에 맞추어 창을 상하로 구분하는 넓은 창틀을 만들어 두었더라고. 내가 본 모든 관광버스가 다 똑같았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려 하면 이 창틀이 눈앞에 들어와서 신경을 건드리는데 환장을 하겠어. 허리를 굽혔다 일어났다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는 광경을 상상해봐. 차라리 전날 밤 뜬눈으로 새우고 잠을 자는 게 최선일 거야.


자~ 이제 열차 이야기도 버스 이야기도 끝났다. 여행이라는 것이 계속 이동을 하는 과정이라 교통수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너무 겁에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지출을 많이 한다면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될 거야. 비행기라는 멋진 교통편도 있고, 여행사에서 주선한 단체 관광을 하면 벤츠 버스를 타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이 인도와 네팔이거든. 


내가 선택한 여행은 그저 일반적인 배낭여행객들의 이동수단을 이용한 것이지. 비록 힘들게 이동을 하였지만, 여행 중에 이것이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 인도니까…. 네팔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디스트 같은 재미를 느꼈다고 말한다면 내가 너무 악취미일까? 그렇지 않을 거야. 이런 기억들이 모여서 나를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걸 나는 믿어. 그리고 솔직히 이런 여행이 너무 재미있었어. 비싼 돈 내고 번지 점프하거나 롤러코스터도 타는데 싼값에 이런 악몽을 체험한다는 건 행운이지…. 하하.


이 버스 잘 굴러 갑니다.^^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 페이지는 15년 전, 인도를 첫 방문하고 받은 문화 충격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지금은 인도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본문 일부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여행의 재미를 배가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길…. - 웃/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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