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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Apr 18. 2017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 -  
북인도 레, 라닥

하늘 아래 첫 동네

세상에서 사람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얼마나 될까요?

잠깐 헷갈리긴 했지만 금방 답이 나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보다 더 걸을 수 없으니 에베레스트 높이를 알면 되죠. 8,848m.


그럼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과 높이는 얼마나 될까요?

이 답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로를 알아야 답이 나오는데 쉽지 않습니다.

 

뜸 들이지 않고 말씀드리죠.

인도 쟘무&카슈미르주 라다크 지역에 있는 카르둥라 고개는 해발고도 5,602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길로 공식 인정받은 곳입니다. (“라”가 고개를 뜻하는 티베트어지만 그냥 붙여 쓰겠습니다).

라닥의 중심지 레에서 누브라 밸리로 가는 길에 있는 도로입니다.


두 번째 높은 도로도 라닥에 있습니다. 타그랑라 고개를 넘는 길 5,325m.

이 길은 마날리에서 레까지 가는 길에 있습니다.


세 번째 역시 라닥입니다. 창라 5,360m. 

(세 번째 고개가 두 번째 고개보다 높은데 공식적인 순서가 뒤바뀐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레에서 판공초 호수로 가는 길에 이 고개를 넘습니다. (“초“역시 호수를 뜻하는 티베트 말입니다)


세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염호 판공초


이 세 곳의 길이 한자리에 있는 라닥 지역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불릴 충분한 이유가 되는 곳입니다.

오늘은 이 동네 가는 길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오래된 미래


레는 라닥 지역의 수도입니다. 이 지역은 인도에서 관리하지만, 옛날부터 티베트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티베트 지역 다른 왕국들처럼 라닥 왕국이 있었던 곳입니다. 도로가 건설되기 이전 라닥 지역은 세상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바깥세상과 교역을 할 수 없어 자급자족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다른 곳과 달랐습니다. 이 독특한 생활 방식이 스웨덴 출신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라는 작가가 ”오래된 미래”라는 저술을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영화화되기도 했지만 아쉽게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미래” 책 해설 중에 아래 대목이 나옵니다. 레, 라닥 지역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되어 있어 옮겨 봅니다.


라닥성에서 내려다 본 레 시내 풍경


헬레나가 처음 접한 라다크는 사실상 황량한 황무지에 가까웠다. 문화적으로 티베트에 속하는 라다크는 흔히 ‘작은 티베트’라고도 불린다. 대승불교가 주된 종교이고 달라이 라마가 정신적 지도자이다. 라다크를 크게 지배하는 것은 계절인데, 여름에는 너무 뜨겁고 겨울에는 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며 비는 드물다. 이처럼 황량한 지역에서 놀라운 점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땅과 유대 관계를 맺고, 물길을 섬세하게 관리하며, 각자 혹은 서로 협력하고 공생하며 아주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족공동체가 있다. 그들은 경작할 수 있는 만큼만 땅을 소유한다. 가족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로 친밀한 여러 작은 공동체들은 거의 완전하게 자급자족을 이루며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간다. 안정된 공동체는 개인에게 유대감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이런 공동체는 성숙하고 균형 잡힌 개인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은 산업사회의 우리보다 훨씬 편안하고 대범하다. 이러한 라다크에서 저자는 미래에 지향해야 할 아주 건강한 삶의 방식을 본다.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힘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형성할 수 있으며, 그런 사회는 우리 자신과 지구를 치유할 수 있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헬레나는 책에서 산업사회가 겪는 문제점을 서로 배려하는 라닥의 예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불필요한 낭비와 무분별한 개발로 피폐해진 지구를 라닥의 자연 친화적인 관리를 응용하여 우리의 미래를 열자고 희망했습니다.


델리에서 라닥의 수도 레까지 차로 이동하려면 최소 3일이 걸립니다. 이곳에서 누브라 밸리까지 또 하루, 판공초 호수를 보려면 다시 또 하루…. 돌아오는 길은 더 멉니다. 레에서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주의 주도 스리나가르를 거쳐 다시 델리로 돌아오려면 최소 열흘 이상 차를 타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길 3개를 넘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길이 있음에 떠나고 멀수록 더 아름답다는 진리가 여행에서 늘 통용됩니다. 이 길을 가는 일정을 저의 여행 인솔 경험에 비추어 소개하겠습니다.




첫날 Delhi, 롤러코스터를 타다

 

델리에서 오후 야간 버스를 타고 밤에 스리나가르로 이동.

15시간 이상 야간 버스를 탑니다. 새벽이 되면 차라리 어두운 밤이 그리워지실 겁니다. 심야 버스가 달려온 아슬아슬한 길을 못 보고 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스리나가르 가는 길

네팔과 인도를 지극히 사랑하는 교수님이 한 분 계십니다. 이 분이 네팔을 돕는 일을 하셔서 함께 여행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4년 전, 교수님이 갔던 곳만 몇 번 다녀오시기에 이 코스를 추천하고 인솔을 했습니다. 워낙 인도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라 이번 여정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설명해 드렸더니 곧 수긍하시더군요. 


하지만 이 첫날밤이 지나고 교수님 얼굴이 사색이 되었습니다. “인도를 몇 번씩 왔지만 이런 롤러코스터는 처음 타 보았다”고. 아침이 밝아 주변 상황이 보이자 모든 분이 초긴장 모드로 돌입하였습니다. 한 구비 한 구비 커브를 돌 때마다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길도 험하지만, 기사의 운전 습관이 보험 열 개를 들어도 부족한 매너였습니다. 10시경 마날리에 도착하여 모두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 정도는 앞으로 닥칠 일에 비하면 워밍업 수준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절반이 그냥 비행기 타고 델리로 돌아가자며 떼를 썼습니다. 



2일, Manali 인도의 여름 휴양지


해발 1,850m 마닐리에 10쯤 도착합니다. 마날리는 인도의 아름다운 여름 휴양지입니다. 많은 인도인이 눈을 만져보기 위해 마날리로 옵니다. 마날리는 뉴마날리와 올드 마날리, 바쉬싯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뉴 마날리 지역에서 올드 마날리로 가는 길에 멋진 메타 세쾌이어 숲이 있고 계곡의 물도 많아 경관이 좋습니다. 첫날은 야간 이동의 피로도 풀 겸 마날리를 천천히 보며 휴식을 취합니다.


마날리 숲과 마날리 풍경



3일, Lothang Pass  워밍업


인도인들이 눈을 만져보는 곳, 로탕패스를 낮에 다녀옵니다. 가는 길이 알프스에 온 듯 아름답습니다. 로탕패스는 해발 고도 3,850m로 고소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길을 5일째 새벽에 다시 넘게 되지만 밤에 지나치면 아까운 풍경이라 고소 적응도 할 겸 다녀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로탕 패스


4일, Naggar 꿈같은 휴식


마날리 근교 나가르 지역을 방문합니다. 나가르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마날리 버스 터미널에서 나가르행 버스가 한두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며 거리는 22Km지만 곳곳에 정차하여, 한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나가르 성에서 내려다보는 꿀루 계곡 풍경도 볼만하고 성에서 1Km 떨어진 로에리치 아트 갤러리를 다녀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갤러리는 좀 허접해도 오가는 길 풍경도 좋고 인도에서 좀 특이한 작품세계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날리로 돌아와 바쉬싯 지역에서 노천 온천을 하시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되실 겁니다. 힌두 사원에 있는 노천 온천은 시설이 좀 열악하지만 물은 정말 좋습니다. 밤에 떠날 먼 길을 위해 행장을 싸 두고 심호흡을 해두시기 바랍니다.


나가르 풍경


5일, Taglang La 마의 고개 넘기


새벽 2시나 3시경 예약해 둔 승합차를 타고 마의 고개를 넘습니다. 동틀 무렵 이틀 전 다녀왔던 로탕패스를 넘기 때문에 아침나절이 되면 머리가 아프거나 멀미가 날 겁니다. 그래도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 때문에 정신이 좀 없을 겁니다. 가는 길에 아무 데서나 볼일도 보고 작은 동내가 나오면 아침도 먹고 갑니다. 쉼 없이 달려 점심 무렵이 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황량한 풍광과 시야를 압도하는 거대한 고개를 만나게 됩니다. 꼬불꼬불 지나온 길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아마 점심은 산해진미를 드려도 넘기기 어려우실 겁니다. 컵라면 준비하여 속을 달래 보십시오. 



넘고 또 넘고…. 오전에 넘은 고개는 서곡에 불과했습니다. 마날리에서 레까지 가는 동안 넘어야 할 고개는 1. 로탕패스 (Lothang 3,850m) 2. 바랄라차 (Baralacha La 4,892m), 3. 룽가라차 라 (Lungalacha La 5,059m), 4. 타그랑 라 (Taglang La 5,325m)입니다. 4번째 고개가 바로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길입니다. 이 고개를 넘을 무렵 해가 지겠지만, 표지판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 두셔야 합니다. 공식적인 기록이 적혀 있습니다. 이곳을 넘었다고 좋아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름 없는 고개를 한두 개 더 넘어야 레에 도착합니다. 아무리 빨리 가도 레에는 밤늦게 도착할 겁니다.



밤에 도착한 레는 비몽사몽입니다. 될 수 있으면 샤워는 간단히 하시기를. 고소증에 목욕은 좋지 않습니다. 레의 해발고도는 3,500m입니다. 체질에 따라 이곳조차 힘들어하는 분이 있습니다. 20명 중 4명 정도는 고소증이 심하게 옵니다. 산소를 준비하고 대처를 해야 합니다. 4명 정도는 아주 쌩쌩합니다. 이런 분들은 타고난 고산 체질입니다. 나머지 12분은 편차가 있지만, 속이 울렁거리고 계단을 오를 때 현기증이 납니다. 뛰기라도 하면 곧바로 머리가 아파져 옵니다. 이건 저가 오랫동안 고산지역으로 손님을 모셔 본 경험에 의한 통계입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어제 좀 힘들었던 12분도 그런대로 살아나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6일. Leh 오래된 미래


어제 심하게 고통을 호소한 분은 이날도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몸이 나아지셨다면 천천히 레 성벽 투어도 하고 시내를 돌아보며 하루를 쉬엄쉬엄 즐기십시오. 레에는 볼만한 곳이 몇 곳 있어 하루를 보내기에 아쉬움이 없습니다. 시간이 남으면 외곽에 보이는 하얀 탑, 산티 수투파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탑에서 내려다보는 레 시내 풍경도 장관입니다.




7일. Hemis 하루 더 고소 적응


5일 차에 지나왔던 길 쪽으로 다시 나가는 날입니다. 저는 오토바이를 빌려 이곳으로 갔는데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쉐이곰파, 틱세곰파, 헤미스 곰파등 티베트의 전통 사원과 요새를 볼 수 있습니다. 티베트 양식 건축물들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멋진 모습을 보여 줍니다. 다 소개하기엔 무리라 사진 몇 장~~




8일, Pangong Tso 세상에서 가장 높은 소금호수


이제 고소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는 창라를 넘을 차례입니다. 조금 헷갈리는 것은 창라 고개를 넘을 때 표지판에 분명히 Chang La 5,360m (17,586ft)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도 찍었고요. 그렇다면 이 길이 타그랑라 보다 높은 세계 2번째 길입니다. 어떤 연유로 이것이 뒤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길을 넘어야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염호 판공초 호수를 만납니다. 



* 잘못 알려진 상식 *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는 볼리비아의 티티카카호 (해발 3,810m)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판공초 호수는 이보다 500m도 더 높은 해발 4,350m에 있습니다. 우째 이런 자료가 인터넷에 횡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호수는 민물이 아닌 염호로 바다 갈매기가 사는 신기한 곳입니다. 크기도 무척 커서 바다 같습니다. 이 호수는 인도보다 중국 티베트 쪽이 더 큽니다. 판공초 호수를 하루에 다녀오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차를 빌린다면 7일 차와 8일 차를 묶어 판공초 호수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더 여유롭고 좋습니다. 두 번째 여행에서 그렇게 했는데 한 가지만 빼면 다 좋았습니다. 그 한 가지 문제는 고소입니다. 4,300m가 넘는 지역에서 밤에 두통이 엄습했습니다. 함께 간 분들도 절반은 다시 두통을 호소했습니다. 이런 예상을 하고 20kg 산소통을 차에 싣고 가서 심하게 고통을 느끼는 분들에게 산소 공급을 해드렸습니다. 대신 저는 날밤을 꼬빡 새우고 탈진 상태로 돌입. 그래도 타이레놀 먹고, 자고 나면 신기하게 가라앉습니다.



9일, Nubra Valley 최종 미션 도전


최종 미션 도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길을 넘어 누브라 밸리로 갑니다. 레에서 시작하여 2시간 정도 남갈체모 뒷산을 오르면 카르둥라 Khardung La 5,602m (18,380ft)에 이릅니다. 이곳엔 많은 사람이 숨을 헐떡이며 인증사진을 찍습니다. 그래도 판공초에서 밤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며칠간 고산 지대에 적응하여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카르둥라에서 3시간 정도 산에서 내려와 누브라 밸리 입구 마을에서 여장을 풀고 나들이를 합니다. 누르라 밸리에는 수모르, 디스킷, 훈드루, 뚜루둑 등 작은 마을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평화로운 곳입니다. 레는 이제 도시화되어 예전의 한적함은 찾을 수 없습니다. 누브라 밸리가 진정한 라닥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10일, Nubra Valley 고산에서 낙타 타기


하루 종일 누브라 밸리의 마을 순례를 하고 사원도 가보고, 디스켓에서 낙타도 타보고…. 꿈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뚜르뚝은 누브라 밸리에서 파키스탄 국경과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이라 좀 멀긴 합니다. 누브라 밸리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자기 영토라 주장을 하여 국경선이 확실치 않은 곳으로 군부대가 주둔하여 통제를 받는 점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11일, Leh 반가운 레


다시 레로 돌아와 먼 길 떠날 준비를 하는 날입니다. 누브라벨리에서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도로 카르둥라를 넘어옵니다. 기록을 가진 고개를 한 번만 넘기에는 너무 아쉽잖아요...ㅋㅋ 레에 도착하면 고향에 온 듯 푸근해집니다. 이 날 저녁은 피자집을 찾아 파티를 열어도 좋습니다. 레는 서양사람들이 워낙 많이 와서 피자집이 곳곳에 있습니다. 단, 고산증이 있는 분은 맥주를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방심하다 큰 사고를 당합니다.




12일, Lamayuru 달나라 풍경


레에서 스리나가르 쪽으로 넘어가는 길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레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가며 파키스탄 국경 근처를 따라가는 일정입니다. 이날의 풍광은 지금까지 와는 또 달라집니다. 아름다운 알치 곰파를 지나 라마유르 지역에 들어서면 달나라에 온 듯 신기한 자연을 보게 됩니다. 라마유르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파키스탄과 근접한 국경도시 카길이나 더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숙박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고행길 3/4은 끝났습니다. 




13일, Sonamarg 인도의 알프스


이제 지긋지긋한 고개 넘기도 막바지에 이르러 갑니다. 이 무렵쯤이면 모든 길이 다 그러려니 하고 체념의 상태에 빠지지만 카길에서부터 소남마르그까지 가는 길도 만만한 길이 아닙니다. 신기한 것은 모든 길의 풍광이 거짓말처럼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신비를 레, 라닥의 길에서 체험하게 되실 겁니다. 소남마르그에서 스리나가르 근처까지 내려오는 길은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장관이 또 펼쳐집니다. 



카길에서 출발했다면 스리나가르는 오후 늦게 도착하게 됩니다. 스리나가르는 산정호수가 있는 인도의 특급 휴양지입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이 이곳에 하우스 보트라는 별장을 만들고 휴양을 한 곳으로 지금도 스리나가르는 하우스 보트가 아주 유명합니다. 그간의 여독을 스리나가르에서 풀면 됩니다.



14일, Srinagar 꿈같은 휴식


그림 같은 달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달 주변을 돌아보며 그간의 힘든 일정을 정리합니다. 시간이 없다면 다음날 이곳에서 델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도됩니다. 기왕 육로 여행을 시작하였으니 하루 쉬었다 좀 더 가보겠습니다.




15일, Jammu 다시 이동...


아침을 먹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옵니다. 버스를 타고 잠무까지 하루를 더 달립니다. 이제는 하루 종일 버스를 타도 무감각해집니다. "길이 있으니 간다." 잠무는 큰 도시입니다. 지금까지 세상과 고립되었다가 이런 대도시를 오면 반갑기도 하지만 조용한 곳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다음 여정을 위해 바로 역으로 이동하여 야간열차를 타고 암리차르까지 갑니다. 이날은 징그럽게 밤에도 이동입니다.



16일, Amritsar 황금 사원


새벽에 암리차르에 도착하면 그간 서늘했던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갑니다. 레 라닥 지역은 6월부터 10월 정도까지 여행할 수 있으므로 이 시기의 암리차르나 델리는 사정없이 덥습니다. 저가 암리차르에 도착한 7월은 40도를 훌쩍 넘는 살인적인 날씨였습니다. 그래도 암리차르의 황금 사원을 안 볼 수 없었습니다. 시크교의 총본산인 황금 사원은 정말 황금으로 덮여있고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줍니다. 얼마나 더운지 맨발로 양지쪽 대리석 바닥을 디디면 발이 익는 것 같았습니다. (황금 사원은 신발을 신을 수 없습니다. -!-)



시크교 

시크교는 15세기 인도 북부에서 탄생한 종교로 신도가 2천만 명이 넘는 세계 5대 종교 중의 하나입니다. 시크라는 용어는 "교육" , "학습"이라는 뜻입니다. 인도 펀잡주의 대부분 사람이 시크교도여서 펀잡 사람들이라는 말 ""펀자비"가 시크교도의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시크교도 남자들의 외형적 특징은 머리에 쓰는 터번입니다. 인도에서 머리를 깎지 않고 터번을 쓴 사람을 만났다면 대부분은 펀자비일겁니다. 터번을 쓰는 이유는 시크교도들의 규율 ‘다섯 개의 케이(Five Ks)’와 연관이 있습니다.

1. 케쉬(Kesh, 깎지 않은 머리카락과 수염),
2. 캉가(Kangha,  청결을 상징하는 나무 나무 빗),
3. 키르판(Kirpan, 진리를 수호하기 위한 단도)
4. 카라(Kara, 결속을 상징하는 쇠 팔찌),
5, 카체라(Kachera 순결을 상징하는 속바지)를 항상 몸에 지니는 것입니다.




17일, Delhi 여정의 끝


아침 일찍 델리행 열차를 타고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기차를 탔다면 천국에 온 기분이 드실 거고 싼 표를 쌌다면 고행의 연속이겠죠. 분명히 시원한 레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만 혹, 그렇게 될까 봐 무서워서 그 말을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하실 겁니다.ㅋㅋ 


자~~~ 이렇게 다른 여행에 비해 쉽지 않은 여정을 끝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렵지도 않습니다. 덜컹거리긴 해도 차가 알아서 가주니까....  고산증에 약한 체질이 아니면 누구든 도전해 볼 만합니다. 차 타는 시간이 긴 만큼 차에서 보는 풍광도 압도적입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틈이 거의 없습니다. 제 글에서 조금 느끼셨겠지만 이 하드고어 여행을 마치고 나면 앞으로 도전하지 못할 여행이 없어집니다. 

어디를 가도 이보다 쉬울 테니 인생의 훈장 하나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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