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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는 급여 꼭 보내주세요
(下)

실제 남자와의 문자 내용. 이사 갔을 수도 있는데 본인도 참 겁이 없다.

by 서예빈


시간은 흘러 2022년 4월, 3달이 지나도록

남자는 소식이 없었고 금방 보내주겠지 했던

급여 입금 알림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멍청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던 2022년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나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 마저도 몇 달이 지나자 잔고는 금세 바닥을 치고 있었다.



“급여 언제 주실 거예요?”
“에라이, 퉤. 이거나 먹고 떨어져.”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떠올라 불안했다.

분명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있는 것인데 말 한마디 꺼내기가 힘들었다.

사채업자들이 새삼 대단하다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온종일 집에 앉아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단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며 걸었던 기억이 있다)

불안과 다르게 남자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불과 3달 전까지 내게 윽박지르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누가 들을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어, 잘 지냈나.”


형식적인 인사를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

급여 이야기를 꺼내는데 남자는 사정이 있어 그렇다,

혹시 기한을 조금 더 줄 수 있겠냐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사정은 이러했다.

사실 남자는 함께 현장에서 일하던 시기, 하나의 현장이 끝나면

습관적으로 “노래방 가야지. 양주 마셔야 즐겁다니까?” 말할 정도로

가정이 있지만 급여를 각종 유흥으로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본인이 급여를 받지 못한 1월,

노래방에서 만난 여성과 바람이 났고 이 사실을 들켜 회사에서

잘리고, (남자 회사의 대표는 남자의 장인어른. 가족 회사인 듯)

집에서 쫓겨나 이혼 소송 절차를 밟고 있어 급여를 줄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화 보다 영화 같은 현실)



이 말을 듣고 남아있던 신뢰가 바닥을 찍었다.

머리가 멍해졌다가 돌아오는 이성. 그리고 드는 생각.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당신 잘못이잖아?’



남자가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 없었지만 백 번 양보하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언제까지 입금이 가능하냐고 묻자 남자는 한 달을 달라고 했다.

그 기한까지 보내주지 않으면 찾아오라는 말과 함께

문자로 집 주소까지 보내주기에 마지막 기회를 선물했다.



뭐, 다들 예상하겠지만

한 달이 지나도 남자는 소식이 없었고

원체 겁이 없던 나는 주소에 적힌 남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분량 조절 실패로 完편에서 마무리됩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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