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에 대하여

또 다른 도약을 향해

by 디지털전사

학창 시절에는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이었습니다.

방학이 돼도 집에서 할 일 없이 놀기만 할 텐데 늘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회사에 출근하기기 너무 싫어졌습니다.

주말이 돼도 별로 할 일도 없이 뒹굴거릴 텐데 토요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했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입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원을 지원하게 되었고 퇴근과 동시에 주섬 주섬 가방을 챙겨 직장인을 위한 야간 석사 과정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정시 퇴근하며 상사들 눈치도 살펴야 했지만 젊고 패기가 있었던 대리 시절이라 튼튼한 체력으로 공부도 하면서 직장 생활도 병행했던 그 시절이 아련합니다.

석사 졸업을 2004년에 했는데 10년도 넘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박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체력도 없고 기억력도 없는데 무슨 깡으로 박사를 지원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무언가를 시도할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불혹의 나이를 지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했으면 좋았을걸... 했어야 하는데.. 우리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후회가 있을까요?


박사 과정에 지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계획서와 교수님 두 분의 추천서입니다.

연구 계획서는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기술하는 내용인데 자기소개서와 비슷하게 작성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연구 계획이란 게 지식을 쌓아가면서 처음 생각했던 주제와 논문 주제 자체가 완전히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큰 줄기와 맥 정도는 어느 정도 정하는 수준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추천서는 오랜만에 학교에 다시 돌아와 공부하고자 하는 만학도에게는 조금 난감한 부분입니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바로 박사과정에 들어가거나 그 기간이 짧다면 지도 교수님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 부탁할 수 있겠으나 저같이 졸업한 지 십 년 이상이 지나 불쑥 추천서를 요청한다면 서로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박사 과정을 밟고 계시던 지인분의 도움으로 교수님 두 분을 소개받아 큰 어려움 없이 추천서를 받을 수 있어 쉽게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움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항상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도 존재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망설임으로 인해 지례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사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이론(Theory)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론이란 경험적 사실로서 증명된 현상, 즉 사실(fact)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널리 알려져 사실인 것 같았던 이론도 나중에 추가적인 사실과 또 다른 이론으로 인해 뒤집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론이란 원인과 결과로 이어지는 관계를 타당성을 가진 과학적 논리로써 설명하는 것.. 이 정도가 적당한 뜻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각자의 관점을 가지고 만든 이론들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이런 이론들을 배우고 학습하는 단계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받는 학사(Bachelor)는 영어로 총각이란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총각은 언어학적 이미지상 젊은 혈기로 돌진하는 저돌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학사는 많은 이론을 배우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습득하게 되면서 대학생은 세상에 나와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빠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석사는 영어로 마스터(master)입니다.

중국어로는 사부 정도 해석이 될 듯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석사 과정을 하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괴감에 많이들 빠져 든다고 합니다.

논문을 쓰면서 기존에 정리된 이론을 다시 한번 본인이 재현해 보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는 단계입니다.

박사는 Ph.D입니다.

직역하면 철학 박사(Doctor of Philosophy)가 되겠는데 자신의 분야에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없었던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 적용해 보는 단계인데 실제로는 자신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남들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말들 합니다.^^

요즘 세상에 박사도 많고 예전같이 존경받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시대이지만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해온 과정을 겪은 분들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존중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박사 과정에 들어왔다 수료만 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밤은 깊어 가는데 잠이 오지 않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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