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관하여: 양자터널링 효과와 차원을 회전하는 인간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속의 세포가 끊임없이 노화되는 과정이다. 세포의 본질은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며 유전 물질의 전달이다. 무질서가 증가하고 모든 사물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을 하고 있는 우주에서 생명은 어떤 선택을 통해 지속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세상은 쉬지 않고 회전한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지구는 자전과 회전을 하며 아득한 우주 공간의 어디쯤을 항해하고 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1년 주기로 공전하고 태양은 은하 중심을 향해 약 2억 년 주기로, 은하는 국부 은하군의 중심을 공전하며 국부 은하군은 은하단의 중심을 향해 공전한다.
우사인 볼트가 2009년 기록한 육상 100m 세계 신기록이 9초 58인 것과 비교할 때 지구의 자전 속도인 초당 456m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인간조차 느림보로 만들지만 이 또한 사실 빛의 속도에 비하면 무의미할 정도다.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를 왜곡시키는 힘이 존재하는 지금의 우주에서 늙음과 죽음은 한계가 뚜렷한 세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진화 방식이다.
완벽히 진화된 생물이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생명이 강한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것처럼 현생 인류보다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강력했을지도 모를 유사 인류들은 모두 멸종했기에 약한 것이다.
XII. 양자터널링(Quantum tunneling)과 아원자 입자의 스핀(spin)
늙음과 죽음을 초월하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엔트로피(무질서도)의 증가를 극복하고 시간축을 반대로 돌리면 가능하지만 발생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하기에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실제로 목격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항상 존재하는데 바로 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양자터널링 효과다.
종교에서 궁극적 상태로 회자되는 깨달음 혹은 구원은 양자터널링 효과와 닮았다. 인간에게 깨달음은 찰나이면서 영원한 정신적 이상 세계의 구현으로 현실화된다. 깨달음은 한 인간의 완성과도 연관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삶의 의미 그 자체를 의미한다.
빛의 속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양자 터널링은 결국 원자를 포함한 사물의 공간 위치가 순간 이동하는 것이다. 모든 단계를 뛰어넘는 깨달음처럼 물체도 한순간에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그리고 우주의 시작과 끝에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먼저 현재 나의 시공간적 위치를 생각해 보자. 2차원에서 임의의 두 점 (a, b) 간의 거리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면 구할 수 있다. 3차원 공간에 응용하면 세 점을 기준으로 거리 S는 S^2=a^2+b^2+c^2이 될 것이고, 시간까지 고려한 4차원이라면 빛의 속도의 제곱을 빼주면 될 것이다.(수포자인 나에게 수학적으로 맞는지 따지거나 묻지 마시길 바란다..)
실제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는 시간의 오차까지 고려하여 정확한 위치값을 계산해 준다. 거시 세계에서 모든 만물은 각자의 공간적 위치가 특정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원자 이하 세계에서 위치는 확률적이며 정확한 값은 측정 불가능하다. 입자 물리학에서 현재까지 실험으로 규명된 아원자 입자는 각각 6가지 종류의 쿼크들과 랩톤들, 12가지의 보손들이 있다.
쿼크와 보손은 모두 스핀을 갖는다. 스핀은 회전이라는 뜻이라기보다는 각 입자의 본질적 특성을 의미한다. 스핀이 1이면 1바퀴(360도) 회전 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며 보손은 1 스핀이지만 쿼크는 1/2 스핀을 갖는다고 한다.(힉스보손은 0 스핀)
인간이 영생을 얻는 방법의 비밀은 이런 속도의 제어에 있다. 세포의 재생 속도가 죽어가는 세포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은 현 세계를 구성하는 물리 법칙의 붕괴도 아니고 마법도 아니다. 그저 시공간을 약간만 변형시킬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시공간의 회전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축 역전 현상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푸엥카레의 추측처럼 현재의 우주가 닫힌 계의 차원체로 구성되어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시간축은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오고 반복될 수 있다. 회전하는 블랙홀 모델인 커블랙홀(Kerr Black Hole)을 통해 이러한 시공간 역전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깨달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미래의 기억을 잊고 살뿐이다. 전혀 다른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고차원 세상의 나를 만날 때 자신을 짓누르는 외로움의 비밀을 알 수 있다면 죽음 또한 삶이라는 연속적인 회전축에 놓인 하나의 단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