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묻힌 기록, 눈앞에 살아있는 메모

WORD 57 : 메모지

by 다시청년


노트는 무겁다. 그위에 많은 내용을 적으려 애쓴다.

정성껏 채운 문장들은 노트가 덮이는 순간 어둠 속에 묻힌다.

책꽂이에 꽂히든 서랍에 들든, 다시 펼치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기록은 쌓이는데 정작 눈에 띄지 않는다.


메모지는 가볍다. 지금 필요한 짧은 문장이나 단어만 적는다.

모니터 옆에 붙이는 순간, 그것은 눈을 뗄 수 없는 선명한 이정표가 된다.

일하다 잊어버린 기억을 붙들거나 방향을 참고할 때마다 메모지를 본다.

복잡한 설명보다 투박한 메모 한 줄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된다.


노트는 버리지 못해 짐이 되지만, 메모지는 다 쓰면 망설임 없이 구겨 버린다.

미련 없는 이별이다. 고민이 해결되거나 중요도가 낮아지면 메모지의 힘은 다 빠진다.

버려진 그 자리에 새로운 이정표가 붙는다.

적고, 붙이고, 가볍게 버리는 이 순환 속에서 내 하루는 매일 조금씩 성장해간다.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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