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지 않은 독서는 충전이 아니다

WORD 65 : 충전기

by 다시청년

충전기는 기기와 빈틈없이 맞닿아야 에너지를 보낸다.

접점이 살짝만 어긋나도 전기는 흐르지 않는다.

밤새 꽂아두었다는 안도감은 아침의 방전된 화면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진다.

연결되지 않은 시간은 충전이 아니다.

그저 선을 늘어뜨린 방치다.


독서도 충전과 같다. 책을 펼쳤다고 해서 지혜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눈은 글자를 쫓지만 마음이 겉돌 때가 있다.

기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언젠가 좋은 깨달음이 나타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나를 붙잡는다.

알아야 한다. 나와 밀착되지 않은 독서는 에너지를 소모할 뿐이라는 것을.


연결 불량인 충전기라면 과감히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책과 내 의식의 단자가 단단히 맞물리지 않는다면,

흘러가버린 시간도 헛되이 쏟아부은 내 집중력도 아깝다.

모두 낭비다. 딱 들어맞는 문장을 만날 때 비로소 진짜 충전이 시작된다.

맞지 않는 책은 덮는 것이 지혜다.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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