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14. 리모컨
리모컨은 혼돈 그 자체다.
TV, 셋톱박스, 사운드바, 빔프로젝터까지. 고작 TV 한번 보려면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4개의 리모컨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연결이 꼬이면 HDMI니 HDCP니 하는 알 수 없는 외계어들이 화면을 덮는다. 5살 아이도 알아먹을 쉬운 말 대신, 보란 듯이 띄우는 그 불친절한 배짱이라니.
하지만 나는 이 복잡하고 오만한 기계에 묘한 감사를 느낀다. 이 높은 '진입장벽' 덕분에 나는 TV 앞을 서성이다가도 금세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굳이 그 귀찮은 장벽을 넘어설 만큼 TV 시청이 내 인생에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니까.
성장을 원한다면 이 리모컨의 기술을 삶에 적용해야 한다. 바로 '유혹에 진입장벽 세우기'다. 수시로 울리는 카톡, 습관처럼 나가는 의미 없는 모임, 거절 못 해 참석하는 식사 자리... 우리 하루를 갉아먹는 건 이런 '급해 보이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다. 이런 소모적인 일들 앞에는 리모컨처럼 복잡한 빗장을 걸어둬야 한다. 접근이 귀찮아지면, 자연스레 멀어지기 마련이다.
아이젠하워는 말했다. "중요한 일은 결코 급하지 않고, 급한 일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싶다면, 급하지도 중요한지도 않은 일들 앞에 일부러 높은 담을 쌓자. 가끔은 불편함이 내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지켜주니까.
다시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