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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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 WORD 014 : 리모컨
리모컨은 온 가족의 지문을 기억한다. 가족의 손에서 쉬는 법이 없다. 아이들의 작은 손에 눌리면 애니메이션 세상이 펼쳐지고, 아빠의 손에서는 시사 뉴스와 다큐멘터리가 흐른다. 할머니의 손에 쥐어질 때면 주말드라마가 차례를 기다린다. 작고 평범한 물건이지만, 누가 어떤 채널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의 볼륨을 원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마치 “오늘 너의 마음은 이렇구나” 하고 읽어내는 점쟁이처럼. 가끔 눈에 띄지 않을 때 거실에서는 짜증 섞인 대화가 오간다. 그럴 때 리모컨은 어딘가에서 조용히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에야 깨닫는다. 늘 곁에 있던 것일수록, 사라진 뒤에 더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