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끔 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유일 Jun 01. 2018

수채화의 시간

나의 수채화






수채화와는 그다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저 무관심한 사이였다.

쉽게 생각하다가 망치기도 하고 뜻하지 않는 색조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도 하는

늘 내가 컨트롤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어려운 채색도구였다.


해야하는 것들과 해내야하는 버거운 시간들 속에서

그저 마음가는대로 색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수채도구를 꺼냈다.

쉽게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색조만 나왔다.

비싼 수채화종이를 버렸다는 생각에 더 속이 상해 의욕도 떨어졌다.

늘 치이는 돈. 머리가 아팠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색처럼 정해진 색이 아닌

내가 원하는 색을 쓰자. 

파레트의 블루계열의 색을 진하게 섞었다.

울트라마린의 청량함과 코발트블루의 짙푸른색은 나에게 청량한 하늘 그자체였다.

내가 생각하는 마음 속의 바다와 하늘의 색.

아깝다고 버리지 않은 수채종이 기다란 조각에 바다가 떠올랐다.


종이에 물감을 칠하기 전

신중하게 색을 섞고 물의 양을 조절하며 투명도를 맞춘다.

그리고 내가 만든 색을 일종의 사치와 같은 수입지에 칠하는 순간

종이 위에 물길이 번지고 그 다음부터는 빨라지는 손.

마르기 전에 아주 조금 다른 색을 덧바른다.

두 색이 절묘하게 섞이고 번진 물자국이 그야말로 아름답다.

이것이 늘 수채화를 찾게 되는 순간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이다.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신중함, 치고 빠질 때를 결정하는 순간의 집중이 

머릿속의 묵직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그림은 마르면서 진짜 색을 드러낸다.

마르기 전에는 몰랐던 터치자국이 드러나고 너무 과하게 섞은 물감의 색은 탁해진다.

종이 위의 물길은 반정도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예측할 수 없는 우연에 대한 감사.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기다림의 설레임까지도.



모든색을 다 담고 있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색을 표현하고자 

잊지못하는 풍경 시리즈(Unforgettable Scenery serise)를 시작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색의 향연보다 오래보며 빠져드는 그런 색을 표현하고 싶다.




디지털색상은 화려하고 쨍해야만 전달력이 좋아서 수채화의 미색을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벽에 낸 작은 창문으로 바다가 보인다.




수채화의 색감은 카메라로, 스캐너로도 잡기가 정말 어렵다.

언젠가 원화 전시회를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Copyright 2018. (u.u.il)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아트 캐릭터 펜페스트-A.C.F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