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midnight

술 한잔의 의미

by 유유일





커피에 대해서라면 취향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술에 대해서라면 글쎄...




술을 찾아 마셔 본 적도, 만취해 본 적도 없다.

사실 술에 대해서 좋은 기억보다

오히려 나쁜 기억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이런 일이...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확고한 생각도 변하게 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중 하나로 술에 대한 좋은 기억이 생긴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술 한잔이 그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그 시간의 술 한 잔이 작은 초 하나와 같이 훈훈한 따뜻함을 주었다. 평소 잘 웃지 않는 사람이 술기운이 퍼져 얼굴 근육이 편안하게 이완된 모습은 잘 알던 사람이라고 해도 신선했고. 그걸 바라보고 있으니 더없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모습에 나도 전염되어 실실 실없는 웃음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서로의 잔에 술을 따르고 짠하고 부딪히는 순간이다.
그것은 하이파이브의 그것과 같다.


그런데 짠은 언제마다 하는 건가요?
하고 싶을 때마다 하지.





그것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짠은 술 예절이 아닌 것이다.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나의 자율적 행동.

그것은 술을 마실 때 만큼은 마주 보는 사람도 결코 마다하거나 피하지 않는 즐거운 합심.

잔이 부딪치며 나는 청아한 소리도 기분이 좋고, 그 소리를 잔을 든 손 밖에서는

소음에 묻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도.

짠을 하는 행위자들에게만 특별한 작은 제스처.

나는 그야말로 짠이 좋아서 술 한잔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짠을 해보고자 하는 계획으로 설레고 있다.

그때는 무조건 해가 진 다음, 기다려온 책을 곁에 두고 실행하리라.










220*280


illust











Y170119-black-s.jpg Copyright 2017. (u.u.il) All rights reserved.







LIQUOR JOURNAL 2017. 2월호에 게재







주류저널2월호_유유일.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