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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오림 Feb 13. 2023

00. 예술하고 있습니다만

Intro




 며칠 전, B와 함께 밥을 먹을 때였다. 

 나는 이번에 하게 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감독님과 함께 독립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내 직함은 프로듀서다, 프로듀서는 처음인데, 내가 시나리오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안하니 감독님이 그대로 넣자고 하셨다, 하고 신나서 말하는데 B가 듣고만 있다가 한 마디 했다.


 "근데 그건 왜 하는 거야? "


 순간 정말 예상치 못한 말이어서 할 말을 잃었다. 

왜 하냐고? 영화랑 아무 상관없는 네가 갑자기 무슨 독립영화 제작의 프로듀서를 하냐고 묻는 것인지, 34살 무직자가 왜 그런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지 묻는 것인지? 무엇이 됐든 갑작스럽게 비난받은 느낌에 변명처럼 이런저런 이유를 대자 B는, '나는 돈 되는 일만 해서 네가 돈도 되지 않는 그 일에 시간을 쏟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위해 썼다. 


내가 만들었던 노래와 공연들


내가 만든 노래와 공연, 책이 인기가 있었다면 돈이 되는 일이 되어 참으로 좋았겠지만 그게 아직 쉽지 않다. 그걸 아쉬워하는 순간에도 나는 아니, 우리들 중 대부분은 그저 숨만 쉬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에 값을 지불해야 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월세, 전기세, 식비, 병원비와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요구되는 비용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돈을 좋아한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숨 쉬고 살기 위해서는 돈을 바지런히 벌어야 한다. 돈을 못 번다는 것, 그것만큼 두렵고 위협적인 상황은 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어쩌면 합당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이 나를 사람다운 모습으로 살게 한다면 예술은 나를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살게 한다. 

세상을 향해 질문하게 하고 많은 질서를 배우게 한다. 나의 경험과 감정들은 어떤 한 세계를 만드는 것, 그 세계에 메시지를 녹여내는 것, 그걸 미학적인 결과물로 제작하거나 노래하는 것을 통해 작품이 되고 

그 작품들이 내가 가슴 뛰게 살아온 시간들의 아카이브가 되었다. 

그런 작업들로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내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무명의 예술가 거나 예술가였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내가 저런 질문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나와 비슷한 (무슨 그런 상상치도 못 한 질문을 받았냐는) 반응이었다. 덕분에 친구들과 그 이야기로 많이 웃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B에게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했을 때 그도 나와 내 친구들의 반응처럼 놀랍고 신기하게 여길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고(실제로도 이미 있었다.) 어쩌면 B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이제야 깨닫게 된 나는 그 점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무명 예술가들이 아등바등 돈을 벌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생활과 그 사이의 생각들을 기록해 보면 어떨까 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이곳에 앞으로 나와 동료들의 도록을 정리하듯 이야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남들은 왜 하는지 모를 일에 가슴이 뛰는,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저는 지금 

예술하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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