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의 사이에서,
질문을 인정하는 법

[우리만 아는 농담] 김태연

by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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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남태평양 보라보라섬으로 떠나 9년을 살았다. 이 책은 이국적인 섬에서의 나날들과 과거 시제인 한국살이, 미래 시제인 몇 개의 꿈을 그려냈다. 바다를 건넌 자들의 에세이는 대부분 환상적인 자연 한 스푼에 특별하지 않은 현실 아홉 스푼을 마구 넣는다. 지독한 세금이나 물자가 부족한 마트, 밤새도록 살점을 뜯는 모기들 뭐 이런 현실. K-아파트에서 평온히 읽는 남의 나라 사정은 나는 그런덴 못 살겠다고 가늠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홀가분한 마음을 상상하며 대리 만족해본다.

어쩐지 우리의 동년배들은 찾기도 어려운 머나먼 곳으로 계속 떠나는 중이고, 나는 그들이 유별나다기보다 납득이 가능한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들은, 우리들은, 답을 얻고 떠나는 게 아니라 이어지는 질문을 따라 걷는 것 같다. 마음속 떠오르는 질문들을 흐린 눈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또렷이 직시하기. 왜 행복한가 왜 불행한가 왜 되는가 왜 안 되는가 같은 질문들을 인정하고 또 계속 질문하기. 책을 읽으며, 답을 찾으려는 욕구를 조금씩 내려놓아 보는 중.



p.122
"우리 정도의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재능이라는 말은 쓰면 안 되지 않을까? 재능은 짧은 기간 안에 승부를 내야 하는 일에서는 중요하겠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건 다르잖아. 평생이 걸려 하나를 써내도 상관없잖아. 지금 네가 시나리오를 못 쓰는 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20대부터 꾸준하게 노력하지 않아서야."
"적어도 40대에는 잘 쓰려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
"이 나이에? 바로 들어가도 졸업하면 서른일곱이야."
"학교 안 가면 뭐 서른일곱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