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그 집, 내가 걷는 그 길

[어디서 살 것 인가] 유현준

by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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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자취시절 원룸을 고를 때 선택의 폭은 넓었던 것 같지 않다. 일단 위치한 곳이 학교나 직장 반경안이어야 했고, 특정 가격대의 룸 컨디션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후 생활터전이 원룸에서 아파트로 옮겨진 건 큰 변화였다. 나는 어느새 목적 없는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고, 하루에 한 번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어른이 되었다! 그렇다면 걷기 좋은, 안전하고 조용한 나의 산책로는 어디에 있는걸까? 원룸촌 주위 둘레길은 보통 인도도 따로 없는 1차선 골목길이 많다. 이 길은 차와 함께 걷는 길들이다. 뒤에서 오는 차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길. 아파트로 오고는 단지안의 길을 걷는게 그렇게 편안했다.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모 먹방에서 흐름 끊기지 않고 먹어야 된다는 말처럼, 길도 차나 기타 방해물로 호흡 끊기지 않는 길이 좋았다. 짝과 나는 틈만나면 사방향으로 호흡이 이어지는 길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심에 얼마나 걷기 좋은 길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건축학자 유현준 교수의 도시, 건축 에세이다. 학교와 감옥의 유사성이나 건축물을 권력욕의 발현으로 본다던지 하는 발상이 재밌었다. 무엇보다도 공원, 광장, 길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흔들었다. 길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며 길 끝에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원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의 길은 어디로 나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다.




p.14

소통의 단절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도시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p.100

사적 공간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공간이 누군가의 사적 공간이 되면 내가 갈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울 같은 대도시가 이렇게 넓고 고층 건물이 많아져도 사실 내가 가서 정주할 수 있는 공간의 총량은 더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L님: 그리하여 어느 걷기 좋은 동네에 계시는지 참 궁금해 지는 글입니다^^ 좋은하루 시작하셨기를요~저는 산자락 아래 있어서 참 좋아요

L님, 같이 걷기 번개라도 해야할까봐요. 그 동네가 못 쪽인가요? 산자락이란 단어로만 추측해봤는데 벌써 좋은 풍경이 상상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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