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폴용 UX (=직무 전문성) vs. 취업용 UX (=직무 적합성)
저는 지원자의 역량을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직무 전문성'과 '직무 적합성'입니다.
'직무 적문성'이란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이 얼마나 있는지 기본기에 관한 사항입니다. 이건 자격증 시험에서의 필기영역과 대응됩니다. 즉, 일정 커트라인만 넘어도 합격입니다. 근데 다들 이 점수를 극단적으로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취업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합니다. 직무 전문성이 100점에 가깝다고 해서 합격이 확보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직무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한 명작 반열에 올라갈 포트폴리오, 작품(?)과도 같은 고퀄리티의 포트폴리오는 포트폴리오를 위한 포트폴리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취업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직무 적합성'입니다. 적합성은 소위 'Fit'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회사는 필요한 사람이 있어서 구인공고를 냅니다. 즉, 명확하지 않더라도 내심 원하는 인재상이나 역량이 대략 있단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있는 조직에 잘 융화할 수 있는 이를 원합니다. 문화는 사람들 모임의 결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이 기존의 문화를 크게 좌우하길 원치도 않고, 또 한편으론 신선한 영향을 주길 원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직무 적합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직무 적합성'과 포트폴리오, 언뜻 무관해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GUI 역량보단 기획적 역량을 더 보길 원하는 전형에 GUI 아웃풋이 도배된 포트폴리오를 낸다면? UI 컴포넌트 하나하나를 어떻게 섬세하게 선택하고 정리했는지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철저한 시장조사나 정교한 벤치마킹 자료를 제시한다면? 사용자 조사와 인사이트 도출 과정을 보고 싶은 면접관에게 화면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만 명시한 내용을 보여준다면? 이는 마치 주소지가 잘못 적힌 우편물과 다름없이 잘못된 포트폴리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결과물을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라고 더 직접적으로 부를 수가 있겠네요.
포트폴리오 퀄리티 높이는 것에 편향되어 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전반적인 방향성을 잡게 되었습니다. 취준을 하다 보면 작은 것에 집중되어서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는데 현시점에 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 포트폴리오는 제출 서류 중 하나로 무대에 올릴 하나의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이겠지만, 주인공 만으로 나의 서사가 표현되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사에 제출하는 모든 서류의 가치는 동등하다고 이해해야 옳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시간만큼 딱 할애해서 매만질 필요까진 없겠지만 말이죠.
포트폴리오 하나 펼쳐놓고 100명의 멘토/멘티로부터 피드백을 모은다면 최대 100개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완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포트폴리오에 할 수 있는 피드백이란 사람 머릿수에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웨비나를 통해 그것도 유료로 포트폴리오 품평회를 하는 것이 마냥 의미롭지만 않다는 반증이겠죠.
또한 포트폴리오를 결국 보고 합불을 판단할 사람은 면접관이란 것입니다. 면접관이 어떤 상황과 맥락 속에서 어떻게 이들 문서를 살피고 확인하는지를 모르면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면접관 세계관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피드백은 면접관 경험이 얼마나 잘 설계되었는가에 초점 맞춰져 모든 문서를 종횡무진 왔다 갔다 하며 봐야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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