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스폴터 = 인스타그램 디자인 총괄
'앱스트랙트'는 넷플릭스에서 만든 디자인 다큐멘터리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방면의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고 그걸 한 시간 내외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편집해서 만들었다. 시즌 1도 재밌게 봤었는데, 최근에 시즌 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즌 2의 경우 일단 보고 싶은 회차인 '이안 스폴터' 편을 선택해서 봤다. 시즌 1, 2 통틀어서 IT 관련 직종은 처음이다.
이안 스폴터(Ian Spalter)는 인스타그램 디자인팀의 총괄 디자이너이다. 아시다시피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 중심 SNS이다.
이안 스폴터는 인스타그램이 생긴 배경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아이폰의 등장을 언급한다. 아이폰 1세대는 2007년에 출시되었다. 이때 스티브 잡스의 컨퍼런스 연설은 유명하다. 아이폰을 단순히 핸드폰이라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아이팟(음악), 폰, 인터넷 이 세 가지를 할 수 있는 폰이라고 소개한다. 그 이후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기능이 핸드폰에 탑재되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같은 서비스가 생길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GPS 기능을 탑재한 체크인 유사 서비스가 엄청나게 많았고, 인스타그램의 전신도 그렇게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사진에 특화된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상의 초반에는 인스타그램 로고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게 되었는지 배경을 소개한다. 처음 인스타그램 로고가 개편되기 전에도 인스타그램의 로고는 아름다웠고, 어떤 점을 발전시켜야 할지 난해했다고 한다. 이안 스폴터는 몇 달의 시간 동안 프로젝트 룸에 처박혀서 갖가지 로고를 디자인해본다. 그러다 인스타그램 직원들에게 각자 생각하는 인스타그램 로고를 빠르게 스케치해보라고 한다. 결국에는 그 스케치를 모아보고 인스타그램의 핵심 요소를 뽑아 리디자인 한다. 처음에는 각종 언론에서 바뀐 인스타그램 로고를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고 이 로고는 뒤늦게 인정받게 된다. 결국 이 로고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데 기여한다.
영상에서는 인스타그램 디자인 팀에서 디자인 시안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그 과정도 보여준다. 인상 깊었던 점은 디자인 시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디자인 시안의 이름을 직관적으로 짓는다는 점이다. 'Bar tap'이라는 시안의 이름을 듣는 순간 어떤 시안 일지 머릿속으로 상상이 가지 않는가? 직관적인 이름을 붙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UI 제안을 할 때도 이런 식으로 직관적인 이름을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팀은 프로필 화면 개편에 대한 시안 작업을 진행했고, 시안은 총 3~4개 정도였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 안중에서 현실성을 배제하고 좀 멀리 나간(?) 안도 제안했다는 점이다. 프로필 화면 치고는 레이아웃이 자유로웠고 누가 봐도 이 안은 결정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안 스폴터는 안을 제안한 디자이너에게 '이렇게 멀리 나가는 안도 있어야죠'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나도 어느 때부터 시안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다르게 말하자면 좀 과감한 안은 머릿속에서만 생각만 하고 실제 작업을 해보지는 않는다. 창의적인 안을 제안하려면 때로는 과감한 시도도 해보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개편에서 팔로잉, 팔로우 수 비중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SNS에서는 프로필 화면에서 팔로잉, 팔로우 수를 강조해서 보여준다. 이는 지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단순하게는 팔로잉, 팔로우 수 글자 크기를 줄임으로써 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인스타그램 디자인 팀 내에서는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에만 의존하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관찰한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데이터로만 말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안 스폴터는 여행을 즐겨하는데,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이야기한다. 영상에서는 디테일의 강국 일본을 소개하며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행을 하면서 본 새로운 것들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또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핸드폰을 어떻게 쓰는지,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어떤 앱을 어떻게 쓰는지를 관찰하며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기도 했다.
나는 인스타그램의 열성 사용자는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의 디자인 철학에 공감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포스팅하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 UI가 과하지 않게 구성되어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가 쓰는 서비스임에도 기능이 적절히 들어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앱을 운영하는 회사의 디자인 총괄에 대한 인생 과정의 단편과 인스타그램 탄생 이야기, 그리고 현재 인스타그램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IT업계에 종사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HXxKZkeFmc
*이 글은 피엑스디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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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로 감동을 줄 수 있는 UX 디자이너를 지향합니다.
작은 동작을 꾸준히 연마해 머지않아 '필살기'를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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