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능을 중심으로
프로덕트를 만들 때 모든 기능이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프로덕트를 기획하다 보면, 특정 기능은 프로덕트의 핵심은 아니지만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 때 블로그의 핵심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말고도, 댓글 기능처럼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능이 있지 않나요? 혹은 SNS 서비스를 만들 때,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은 필수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리뷰 기능 또한, 핵심은 아니지만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 기능의 예시 중 하나입니다. 커머스 서비스나, 예약 서비스와 같은 곳에서 리뷰 기능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많은 서비스에서 리뷰 기능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를 프로덕트에 넣는 것이 과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프로덕트 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UX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기능을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는 알아채지 못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리뷰 기능에 대한 논문을 읽어보며, UX의 관점에서 필수적인 것 같은 기능의 추가에 대해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논문에서는 커머스나 예약 서비스에서 많이 사용되는 리뷰 기능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긍정적인 효과로, 리뷰 기능은 집단 지성의 효과를 만들어 주어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하거나 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사용자는 단순히 리뷰 평점을 통해 특정 제품이 얼마나 괜찮은지 판단할 수 있고, 더 자세히 직접 사용해본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 보면서 해당 제품이 나에게 적합한지 알 수 있습니다.
리뷰 기능의 부정적 효과로는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다를 때,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의견에 따르는 사회적 순응(Social Conformity)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순응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휴리스틱(heuristics) 중 하나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볼 수 있는 리뷰 기능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순응의 결과로 사용자는 특정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긍정적인 리뷰를 보는 것을 통해 원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제품이 실제로는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긍정적인 리뷰가 많이 형성되었다면, 사회적 순응의 악순환으로 그 제품의 실제 가치를 리뷰가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본 논문에서는 리뷰가 가지는 부정적 효과인 사회적 순응을 줄이는 한편, 리뷰의 순기능은 유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리뷰를 받아들이는 사용자의 인지적 메커니즘(cognitive mechanism)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리뷰를 봤을 때 사용자의 뇌파(EEG)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논문에서는 먼저, 사용자가 리뷰를 보기 전 특정 제품에 대한 선호를 기록하도록 하였고, 이후에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리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선호를 기록하도록 하였습니다. 리뷰는 3가지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제시되었는데, 1. 평점만 보여주기(no-display) 2. 평점과 함께 평점의 분포를 보여주기(limited-display) 3. 평점, 분포, 리뷰의 내용 모두 보여주기(full-display)가 있었고, 이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시하여 리뷰에 대한 정보의 양에 따라 사회적 순응과 선호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리뷰를 보기 전 기록한 선호도와 리뷰를 본 이후 기록한 선호도를 비교하는 것을 통해 리뷰가 인지된 선호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고, 추가적으로 뇌파 측정을 통해 리뷰를 보는 과정에서의 인지 활동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에서 직접적으로 측정한 인지 항목은 선행 연구에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진 요인으로, 주의력(attetion), 작업 기억(working memory), 감정가(emotional valence)입니다.
실험 결과, 평점, 분포, 리뷰의 내용 모두 보여주기(full-display)에 노출된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에 비해 사회적 순응 수준이 높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가지 인지 항목(주의력, 작업 기억, 감정가) 모두 다른 조건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리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순응의 인지적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사용자의 주의를 끄는 것은 리뷰의 내용입니다. full-display에서는 다른 조건들보다 높은 주의력이 나왔지만, limited-display는 no-display에 비해 주의력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즉, 단순히 추가적인 정보가 제공된다고 해서 사회적 순응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리뷰 내용이 주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둘째, 사회적 순응에 긍정적인 감정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을 통해 사회적 순응은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현상으로 해석했습니다. 사용자는 리뷰의 의견에 순응하는 것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이라는 보상을 얻고, 이러한 보상을 얻기 위해 리뷰에 순응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리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리뷰의 내용을 함께 보여주는 full-display가 어떤 효과를 내기 때문에 사회적 순응을 높이는지도 설명했습니다. 먼저, 매체 풍부성 이론(media richness theory)의 측면에서 리뷰의 내용이 보여짐을 통해 리뷰 점수의 이유와 근거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full-display 조건에서 더 많은 사회적 순응이 일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는 것이 약한 존재감 효과(mere presence effect)를 불러일으켰고, 선행 연구에서 존재감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이러한 존재감 효과가 사회적 순응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석했습니다.
오늘은 커머스 사이트와 같은 곳에서 흔히 사용되는 리뷰 시스템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순응 효과 이면의 인지적 메커니즘을 알아보았습니다. 논문에서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파악한 것을 바탕으로, 리뷰 시스템에서 리뷰 점수와 리뷰 내용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사용자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과 집단 지성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과 같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메커니즘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감정으로부터 비롯되는 강화 학습이 주요한 인지적 메커니즘이었으므로, 감정을 자극하는 리뷰가 있을 때는 알림을 준다거나, 존재감이 사회적 순응에 영향을 줄 수 있었으므로 존재감을 적절하게 줄일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같은 방식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당연하게 써야 할 것 같은 기능도 UX의 관점에서 보면 장점과 단점이 있고, 조금 더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린 논문이 했던 것처럼 UX 리서치를 진행하는 것을 통해 해당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면, 당연해 보이고 마땅히 개선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 기능이더라도 조금 더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덕트를 제작할 때 어떤 기능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 논문 읽기를 통해 이를 판단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