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아직 프로토타이핑이 꼭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팀에서 진행한 프로토타이핑 워크숍을 마치고 친한 형이 내게 건넨 말이다. 내 멘토이자 뛰어난 UX 디자이너인 형이 한 이야기가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고, 프로토타이핑이 디자이너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한참 뒤 알게 된 거지만 형의 의도는 너무 높은 피델리티의 프로토타이핑이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피델리티에 대한 부분은 다음 포스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겠다.)
유관부서, 동료들과의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
내 UX 디자인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
UT나 보고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몸값이 오른다.
이 4가지가 지금까지 내가 겪은 프로토타이핑의 장점이다. 하나씩 살펴보면서 경험과 느낀 점을 공유하려 한다.
프로토타이핑이 당신에게 필요한 4가지 이유
1. 유관부서, 동료들과의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
이전 포스트에서 다뤘듯, 유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생각하는 프로토타이핑의 첫 번째 존재 이유이다. 기획, 디자인, 개발 담당자 간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는 결과물의 퀄리티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메일로 '핑퐁'이 오가며 소모적이고 공허한 시간과 노력만 소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로토타이핑은 이 부분을 깔끔하게 해결해준다. 실물을 보고 나서 오가는 코멘트는 생산적일 확률이 높고 쓸모없는 오해와 설명의 과정을 줄여준다.
2. 내 UX 디자인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
UX 시나리오를 치다 보면, 페이지의 전환이나 컴포넌트의 속성 변화처럼 문서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토타이핑 과정을 진행하면 이런 오류들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고, 보다 탄탄한 UX 시나리오 구성이 가능해진다. UX 디자이너에게 UX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매우 중요하다. UX 시나리오는 프로젝트가 올바른 곳으로 가게 만드는 지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도가 엉성하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간다.
3. UT나 보고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실제 필드 종사자나 사용자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UT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프로토타이핑 결과물이 요긴하게 쓰인다. 사용자에게 프로젝트의 컨셉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만져보게 하면서 얻는 유, 무형의 피드백이 훨씬 유의미한 경우가 많았다.
또 한 가지 덤은 프레젠테이션의 '있어빌리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진행에는 원하던 원치 않던 많은 보고를 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게 임팩트다. 일단 보고를 듣는 사람(대부분 높은 분들)의 주의를 집중시켜야 설득을 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테이블에서 프로토타이핑의 효과는 생각보다 강하니 한 번쯤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다음 보고도 프로토로 하라는 지시를 받아 좀 귀찮아질 수는 있다.)
4. 몸값이 오른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앞의 장황한 내용을 적었다. 근래들어 UX 디자이너에게 여러 추가적인 역량이 요구되는데 프로토타이핑 스킬은 디자이너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다.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본인 스스로 Visualize 해야만 결과물의 퀄리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디자이너 채용 공고만 봐도 이런 추세는 명확하다. 디자이너의 몸값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아마도 위 4가지 말고도 내가 아직 느껴보지 못한 프로토타이핑의 장점은 더 있을 거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직 프로토타이핑이 진짜 그렇게 필요한 건가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오늘은 프로토타이핑 시작하기 가장 좋은 날이다. :)
Jay D
UX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