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콩 나고, 좋은 리더가 있는 곳에 좋은 멤버가 있다.
10여 년 전 신입사원 교육에서 팀장을 4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그것을 '호 사분면'이라고 한 댔다. 너무 재밌고 공감도 많이 돼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팀의 허리 정도 위치에 와서 다시 아래 '호 사분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과연 좋은 팀 리더란 누굴까? 착하고 일 잘하면 최고의 팀 리더라고 할 수 있는가?
1. 가로축 이야기 (일 못하는 <-> 일 잘하는)
이 표를 처음 봤을 때 가로축의 일을 잘하냐 못하냐에서, 그 '일'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실력과 감각, 개발자라면 코딩 실력, 기획분야의 팀장이라면 기획력이 높은 것 = 일 잘함이라고 생각하면서 공감했었고, 실력도 없으면서 무슨 리딩을 해라는 자조 섞인 생각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이 부분은 반만, 아니 1/4 정도만 맞는 생각이었다. 팀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팀 리딩이며, 리딩은 얼마나 해당 분야의 일을 잘 처리해 낼 수 있는가 보다, 팀 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팀원의 업무 동기를 높이는 쪽에 가깝다.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팀의 방향을 잡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완벽할 수 없고, 특히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편향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팀 리더가 본인의 전문성에 대한 고집을 가지고 방향을 설정하면, 그 팀은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불만을 가지지만 말은 하지 않은 채 적당히 1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는 팀처럼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불만만 쌓여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팀 리더 위치에 오르게 될수록, 해당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좀 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트렌드가 바뀌어 감을 이해하고, 팀 멤버들과 소통하면서 갭을 메워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생산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언젠가 박웅현 TBWA COO의 강연에서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팀의 리더는 강태공이어야 하고, 팀의 회의는 강물이어야 해요. 강물에 팀원들이 아무 생각이나 쏟아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그중에 한 마리 대어가 나타날 수 있어요. 리더는 대어가 나타날 기회를 만들고, 그 대어를 포착해서 낚아내는 사람이어야 해요. 물론 많이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그러니까 연봉 더 많이 받잖아요."
리더에 대해 100%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2. 세로축 이야기 (착한 <->싸가지)
아마도, 위 표에서 착한, 그리고 싸가지는 나를 대하는 팀 리더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 같고, 얼마나 나를 갈구는가?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조건 맘에 안 드는 팀 멤버를 갈구는 팀 리더도 종종 있었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그들은 악인이고, 악인의 팀에 배치된 것은 운이 안 좋은 것뿐, 본인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빨리 빠져나오는 게 답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케이스는 위의 표현에서 착한(나를 갈구지 않는) 리더이지만, 해당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도 팀 멤버에게 전가하는 케이스다. 이경우 팀 리더의 착함은 오히려 귀찮음에 가깝다. 착해서 갈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들의 업무를, 프로젝트를 챙기기 귀찮은 것이다. 그러기에 문제가 생기면 팀 멤버의 문제로 몰아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경우가 세로축에 대한 최악의 케이스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싹수없지만 같이 싸워주는 리더가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이런 츤데레 같은 리더가 꽤 많다. 본인도 고백하면 이런 류의 캐릭터에 가깝다. 물론 이 케이스도 차선일 뿐 좋은 자세는 아니다.) 내 팀의 리더가 착하다(나를 갈구지 않는다) 면, 그것이 내가 해당 분야에 뛰어나서 인지, 아닌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경험상 후자의 경우가 훨씬 많다.
좋은 팀 멤버가 좋은 리더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좋은 팀 리더는 좋은 멤버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본인 개인의 성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언젠가는 나도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