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 메테리얼을 만들 때 고려할만한 것들
회사생활, 특히 기획 관련 부서의 일은 보고(PT)의 연속이다.
탑 매니지먼트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본부장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센터장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보고를 위한 보고'를 없애는 것이 기업문화 혁신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아직 필드에선 보고라는 행위가 실무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보고는 메시지(콘텐츠)를 시각화해서, 보고자의 음성과 함께 전달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것은 메시지(콘텐츠)다. 알맹이가 빠진 보고는 아무리 잘 시각화하고, 유려한 말발과 개인기로 이끌어 간다 해도 공허하다. 차라리 줄글로만 적혀있더라도, 핵심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메시지를 잘 포장하는 것 또한, 보고를 잘 이끌어가는 전략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보고를 받는 대상은 내 보고를 듣기 위해 준비되어 있지 않고, 지루해하며, 피곤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일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엔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그들의 뇌리에 전달되지 않는다. 이때 잘 준비된 포장지가 메시지의 효율적인 전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래는, 보고 준비를 하면서 많은 선배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도 느끼면서 배웠던 내용들이다. 아직도 최종 보고서를 PT자료로 만들 때 점검하는 항목들이기도 하다.
1. 글꼴과 사이즈는 규칙적으로 사용하라.
페이지 타이틀, 본문 헤드 메시지, 본문 세부 내용, 유첨 등 페이지 구성에 필요한 텍스트 항목을 구분하고,
각 항목의 글꼴과 사이즈를 정해서, 모든 페이지에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글과 영문은 별도의 폰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좋았고, 10pt 이하의 사이즈는 지양한다.
전문가나 고객의 quote를 인용하는 경우에는 이탤릭 처리, 따옴표 등을 통해, 인용한 문구임을 나타낸다.
2. 색상은 의미와 함께 코딩하고, 남용하지 마라.
국가나 경쟁사 등 비교 구조로 페이지를 구성할 때, 각 항목에 색상을 부여하고 이를 보고 전반에서 고르게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프 등에도 항목에 코딩된 색상을 일관되게 사용한다.
텍스트에는 2개 이상의 색상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한다. (검은색 + 전체 기조로 사용하고 있는 강조색 하나 정도)
3. 이미지는 해상도를 염두해서 사용하라.
첨부하는 이미지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사용하고, Ratio를 일부러 바꿔서 삽입하지 않는다. 이미지 크기 조절이 필요한 경우 crop을 사용한다.
배경색에 빠진 투명한 이미지(아이콘 등)가 필요한 경우 구글에서 투명 값이 적용된 이미지를 찾는 것이 베스트이고, 파워포인트의 투명색 설정은 비효율적이다.
4. 애니메이션은 보고자의 음성과 함께 사용하라.
객체의 등장이나 페이지의 전환 등에 사용하는 애니메이션은 매력적이지만, 생각보다 그 런타임 동안의 딜레이가 보고의 전체적 맥락을 홀드 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꼭 필요한 애니메이션을 쓸 때는 그때 사용할 멘트를 미리 준비했다가, 음성과 함께 사용한다.
5. pagination을 사용하라.
보고를 받는 입장에서 시간을 안배해서 피드백을 할 수 있고, 내용의 끝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보고 전체의 진행상황을 pagination으로 표시한다. 필요에 따라 헤드 타이틀에도 (1/3)과 같은 표현으로 처리한다.
6. 시각적 무게감을 고려해서 Align을 맞춰라.
PPT의 정렬 기능을 기본적으로 사용하지만, 객체의 색상, 군집 정도, 상대적 크기 등에 따라 시각적 무게가 다르다. 기본 정렬 후, 눈으로 보면서 편안하도록 세부 정렬을 진행한다.
얼마 전 국내 유명 광고회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해당 회사의 PD분께서 PT를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종합예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메시지와 이를 받쳐주는 시각적 표현. 보고자의 템포와 강조할 것에 대한 리듬. 약간의 위트까지 잘 짜인 연극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보고는 매우 매끄럽게 진행됐고, 탑 매니지먼트 또한 경청하며 만족스럽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열심히 고민하면서 알맹이를 만들었으면, 먹기 좋게 포장하는 것도 영리한 기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이면 보기 좋은 떡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