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망상사전
(피천득의 은전 한 닢을 오마주로 각색한 글입니다)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莊)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하나를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비트코인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화면을 리프레시 해 보고 "좋소"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스마트폰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 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스마트폰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채굴기로 만든 1 코인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채굴기를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인터넷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캐시를 줍니까? 거래소에서 환전할때 한번 더 확인하지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혹시 지갑이 해킹 당했는지 다시 리프레시를 해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가락이 터치스크린을 누를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들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비트코인 짜리를 줍니까? 이더리움 한 닢을 받아 본 적도 없습니다. 리플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알트코인으로 리플 한 닢씩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리플을 이더리움 한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비트코인 한 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코인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코인으로 무엇을 하려오? 그 것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비트코인,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