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이 있어 공유 오피스에 잠시 들렸는데, 저 멀리 씩씩거리며 폰트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는 귀찮다는 눈빛으로 나를 흘낏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답했다. "빌어먹을 폰트를 만들고 있지요. 아무리 해도 이 귀찮고 지겨운 작업은 끝나질 않네요."
나는 멋쩍게 웃음을 짓고는 옆 스낵바로 갔다. 원두 통을 하나 꺼내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그 옆에서 작업하고 있던 다른 분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물았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녀는 집중한 듯 짧게 눈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는 폰트를 만들고 있어요. 힘들지만 새롭게 론칭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랍니다."
클라이언트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내 스마트워치에 표시되었다. 나는 짧게 목인사를 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몸을 돌려 약속한 회의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였다. 내 귀에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공유 오피스 한 구석에서 휘파람을 흥얼거리며 일하는 분이 눈에 띄었다. 나는 호기심에 다가가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저는 폰트를 만들고 있지요. 이 작업은 머지않아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웹 기반 자동화 서비스가 될 겁니다."
공유 오피스의 넓은 창으로 햇살이 내려왔다. 저 멀리 수많은 사람들이 테헤란로를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오늘은 빌어먹을 폰트를 만드는 날일까. 세상을 바꿀 서비스를 준비하는 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