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J May 13. 2023

[에세이] 미국 G사 UX디자이너로 입사하기까지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이제이입니다 #미국대기업 #빅테크

정규직으로의 관문, 슬기로운 인턴생활


2021년 대학원 여름방학, G사에서 UX디자인 인턴을 시작했다. 인턴은 보통 12~14주 정도의 단기간 내에 주어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나는 자신 있는 척했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겁에 잔뜩 질려있었다. “스몰토크도 잘 못하는데 어떡하지?” “실력이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재택으로 인턴 하는 건 괜찮은 건가? 에잇 코로나...”


[재택으로 인턴 했던 기숙사 방]


그런데 돌아보면 나의 13주 간의 인턴쉽은 꿈같았다. 인턴 시작 전에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말을 걸면 종종 나에게 “Have a blast!”라는 말을 해주었었는데, 다시 하라면 정말 또 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게 보냈다. 회사에서 인턴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교육의 장을 열어 주어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예쁜 웰컴 키트와 굿즈들을 받아 설렜고, 또 인턴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서 그런지 모두가 친절한 멘토로서 대해주어 따뜻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물론 재밌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단기간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만한 사람이란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감은 계속 공존했다. 주어진 환경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실적이 사실 크진 않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모든지 기대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날 최종발표도 죽어라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간간히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해보려고도 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21년 겨울,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이제이입니다


[오피스 발코니에서 찍은 뉴욕 모습]


뉴욕 오피스로 오퍼를 받아 시애틀에서 뉴욕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간 대학원 생활을 하며 정들었던 시애틀과 인사를 하고 새로운 곳에서 살 곳도 꾸리고 적응하느라 한 달간은 좀 바빴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새 입사 하루 전 날이 되었고, 너무 떨렸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똑똑하고 자신감도 넘쳐 보이는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시작하기도 전에 임포스터 신드롬이 온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어, 일단 침착하게 다가오는 일들을 마주해 보기로 했다. 


걱정과 별개로 출근하면 궁금한 점이 많긴 했다. 회사 밥이 맛있다고 들었는데 진짜 맛있을까? 업무강도와 루틴은 어떨까? 회사 문화는 어떨까? 나는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이제 벌써 입사 9개월 차가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내가 하는 일과 회사 문화에 조금 적응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서서히 찾게 된 것 같다. 


물론 팀마다 다르겠지만, 감사하게도 내가 소속된 팀은 너무 좋고 일도 재밌다. 일 강도는 내 레벨과 맞게 잘 배분되어 있고 넘치는 일은 매니저가 커트를 잘해준다. 업무는 내게 맡겨진 작은 분야가 있고 이 부분에서는 내가 디자인 리드이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입사 전에 걱정했던 스몰토크는 아직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요령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리고 회사밥.. 공짜밥은 다 맛있다!



[신입사원 이제이의 월요일]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간다. 회사 근처 역에 내리면 비슷한 시간에 우리 회사 로고가 박힌 가방을 멘 사람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회사 내 자리에 도착! 가방을 놓고 빨리 아침을 먹고 온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디자이너 주간 미팅에 가서 할 일을 보고한다. 피그마를 켜고 작업을 한다. 매니저 및 개발자와 미팅을 한다. 점심을 먹고 온다. 다시 작업을 하고 피피티를 와다다다 만든다. 미팅을 한다. 무슨 세션에 초대되어 갔다 온다. 남은 일들을 열심히 해치운다. 벌써 5시가 넘었잖아? 퇴근한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미국대기업 #테크회사 #루틴 #UX디자이너






잘하고 있어, 잘할 수 있어



‘나 뭔가 좀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다른 분들의 작업을 보면 굉장히 겸손해진다. 그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결과물들을 내는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배울 것이 많은 만큼 내가 작아 보이기도 하지만, 직장에서 이렇게나 닮고 싶은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많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된 거라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그래,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쪼끔 더 낫게만 살아도 성공적인 것이야. 자그마한 성장들이 쌓여가다 보면 조금씩 내가 동경하던 그 비슷한 지점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다른 이야기들은 계속 연재 중인 미국 UX디자인 유학취업 가이드 매거진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