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대로 증명했다는 증거
결국 실력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싶다.
어디서 무얼 하든 진짜 실력을 인정받는다면
명성이 있는 회사가 여러분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실력이란 명성에 기대지 않고
명성을 부르는 능력이다.
UXer로 살아가며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좋은 회사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와 같은 물음이었다. 근데 ‘좋은 회사’란 무엇이며 어디일까? 설령 그런 게 있다면 과거에 좋았기에 지금도 좋을까? 과거에 별로였기에 지금도 그대로일까?
UX든 뭐든 모름지기 ‘브랜드 네임’의 그림자란 있기 마련이다. 비관은 아니다. 하나 본질적인 기준, ‘실력이 명성을 앞서야 한다’는 메시지로써 대신 답하고 싶었다.
실력은 현재형이고, 명성은 과거형이다. 명성은 한때의 성과를 비춘 거울이지만, 실력은 지금도 사용자를 바라보는 태도의 깊이로 증명되어야 옳을 것이다. UXer가 명성만을 좇기 시작하면, 끝내 사용자를 잃고 만다. 그래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겠지.
많은 이들이 불안 속에서 불안을 타개할 묘책을 강구하는 것 같다. 이해가 가는 이유는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배우는 것은 그런 묘책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빠른 결과를 원하면 세상은 더디게 무언가를 내어주었고, 끝내 바닥 같다 여기며 마음을 비운 내게 드디어 필요로 한 게 제대로 나타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실력이 있으면 사실 안될 일도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일종의 직업에 대한 내 철학이기도 했다. 실력은 결과를 만들고, 명성은 그 결과가 남긴 일종의 잔향이랄까. UX는 어떤 한 번의 빅히트로 완성되지 않는다. 프로젝트마다 새로 태어나고, 새로 평가받는다. 명성이 실력을 앞서면, 그 사람이 사용자를 바라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반대로 실력이 명성을 끌고 가면, 그 사람의 UX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디자이너(d)가 아닌 디자이너(D)로서는, 이름보다 그의 과정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된다면 영광 아닐까. UXer는 ‘무엇을 했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했는가’로 기억되는 직업이어야 옳다. 그게 바로 실력이 남기는 가장 아름다운 명성이다.
결국 실력과 명성은 불균형을 이루는 것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꼈다. 실력과 명성이 모두 낮다면 실력을 키워 명성을 높이면 된다. 그러나 명성만 높고 실력이 부족하면, 언젠가 들통나기 마련일 것이다. 그리고 실력이 출중한데 명성이 자자하지 않다면, 그가 원해서 그런 것이거나 아직 폭발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마지막화인〈모든 길은 ______로 통한다〉로 이어진다. UXer의 길은 정답이 아니라 방향의 총합이다. 다양한 시작과 실패, 성장의 곡선을 지나 결국 도달하는 곳 — 그 모든 길은 ‘경험’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