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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10

by UX민수 ㅡ 변민수


인터페이스라는 것 자체가 인간과 시스템 사이의 매개체라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결국엔 그 자체가 사라지거나 생략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철학적 질문으로, 직업의 비전과 연계해서 삽입해 본 문장이다. 이를 UX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UXer의 역할이나 인터페이스 설계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 예정이다.




인터페이스의 존재 이유


인터페이스라는 것이 결국 ‘중간 매개’다. 모든 기술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접점’이 존재했고, 그것이 GUI든, 음성이든, 혹은 제로 UI 같은 새로운 방식이든 형태만 바뀔 뿐 역할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의 사고와 기술적 구현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이 불가능한 한, 인터페이스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키보드, 마우스, 터치가 주된 인터페이스이지만, 점차 음성, 제스처, 생체 인식 등으로 자연스러운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 생략’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의 극대화’라고 보는 편이 더 맞다고 생각하다. 이미 음성 UI는 일상적이기도 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가정에 들어올 날이 그리 먼 미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요즘이다. 이것과 소통하게 될 인터페이스는 지금까지 주되게 사용해 온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일 확률이 아무래도 클 것이다.



생략이 아닌 변형의 방향성


따라서 저는 인터페이스가 생략된다기보다는 그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페이스 ID나 자동완성 기능은 명확한 UI 요소 없이 작동하지만, 분명히 백엔드에는 인터페이스 구조가 존재한다. 사용자가 그걸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이 곧 UX의 진화이며, 그걸 설계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UXer다.


즉, 인터페이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까지’ 다듬어지는 것에 가깝다. 그러니까 인터페이스가 사라진다는 것은 기존의 인터페이스에 국한된 것으로, 사실은 인터페이스가 진화하는 것이라고 봐야 옳겠다.



UXer의 지속적 역할


그래서 이러한 기술 진보가 UXer의 역할을 위협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로 확대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의 주된 무대만 조금 바뀐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안 보이게 만드는 것’이 ‘보이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고도화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려면 사람의 맥락, 환경, 감정까지 읽어내야 하므로, UXer는 더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특히 음성, AI 기반 인터페이스가 점차 확장되는 지금은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시스템의 응답을 설계하는 ‘대화 설계’나 ‘상황 인지형 UX’가 더욱 주목받는 영역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예상도 못한 어떤 종류의 인터페이스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심역할을 맡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제조사에서 조차도 UX 실무를 하는 과정에서 점점 사용자와 인터페이스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기획’과 ‘의도’를 설계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커진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멘티들이 방법론이나 툴(Figma 등)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진짜 실무에서는 인터페이스의 ‘존재 여부’보다 ‘존재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 본질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오히려 면접관이나 회사에서 보고 싶은 것은 스킬도 물론 있겠지만 사고방식, 생각의 과정, 흐름 등인 이유다. 이걸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앞으로는 회사의 규모, 복지, 도메인 이런 것 못지않게 사고방식과 생각의 결이 나랑 맞는 조직인지 아닌지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회사의 전반적인 사고 기조가 나랑 맞지 않게 되면 그것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형의 무언가를 다루는 것이 중요해질 것 같고, 그런 준비도 앞으론 중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터페이스는 자체가 아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할 뿐이다. 단지 ‘느껴지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선 더 섬세한 UX 설계가 필요하고, 사용자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인터페이스’도 누군가는 설계해야 하며,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UXer다.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사람 중심의 사고와 감성은 대체되지 않기 때문에, 인터페이스가 생략된 세상에서도 UX는 가장 중요한 설계 요소로 남을 것이다. 불안보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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