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업계에는 디자인(d) 전공자가 아닌 이들도 많은 전형적인 다학제적 분야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디자인(d) 비전공자들은 도대체 그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방식으로 UX 역량을 드러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시각화 능력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생각의 과정을 어떻게 문서화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다.
UX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시각적인 디자인 퀄리티도 물론 포함된다. 하지만 사용자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갔는지에 대한 사고의 흐름이 8할이다. UX는 본질적으로 사용자 중심의 문제 해결 과정을 포함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 정의, 가설 수립, 조사 방법, 아이디어 도출, 설계와 개선 등의 일련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시각화역량은 '상대적으로'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야 현실적이다.
따라서 디자인(d) 비전공자라고 해서 불리하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다양한 전공과 경험에서 비롯된 시각은 복잡한 사용자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데에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디자인(d) 전공자들은 되려 자신들이 비전공자라고도 생각하는데, 그 이유를 서로가 잘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UX 포트폴리오 구성 시에는 시각적 디자인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조건 핸디캡이 될 수 없다. 그보단 사고의 흐름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물론 '프로덕트 디자이너(d/D)'처럼 디자인(d) 역량의 비중이 높은 UX 업무라면 당연히 디자인(d) 역량은 중요도가 높아진다.
디자인(D)에서 결과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맥락과 논리다. 이는 곧 스토리텔링 능력과도 연결된다. 사용자의 어떤 불편에서 출발했고, 그것을 어떻게 정의했으며, 왜 이런 해결책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하는 흐름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현업에서 많은 평가자들은 UX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요 페이지마다 짧고 명확하게 그 페이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해 주는 것이 좋다. 대략 훑어보더라도 그런 흐름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반해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에 이 차이를 잘 인지해서 작성을 해야 한다.
또한, 어떤 도메인에서 활동하고 싶은지에 따라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방식에도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커머스 도메인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프로젝트 선택이나 사례 정리를 해당 분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눈치를 채야하는 부분은,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결국 정형화된 하나의 폼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도 쉽지 않게 얻게 될 것이다.
디자인(d) 전공이 아니더라도 잔잔한(?) 실무 경험을 통해 충분히 UX 역량을 선보일 수 있다. 때문에 작은 회사나 스타트업, 혹은 산학 프로젝트 등에서 실질적인 UX 업무를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이력서의 한 줄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속 ‘진짜 이야기’로 전환됩니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으며, 어떤 성과를 도출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학력이나 전공보다 더 설득력 있는 UX 포트폴리오로 어필 가능하다. 많이들 굉장히 세련된 문서를 최종 목표로 삼는 것 같다. 아무리 세련돼도 그 회사 면접관 입장에서 동료로 받아들이기에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세련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분명 존재한다.
UX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 출품하는 작품이 아니라 실제 면접관과 실무자들이 그들과 일할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각적 결과물도 물론 어필 포인트로 작용하겠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해서 지금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직하고 눈에 띄는 스토리텔링이 관건이다. 설령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치더라도, 내부에서 이를 육성할 여지가 느껴진다면 오히려 부족한 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내가 기준이 되면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나의 이모저모가 어떻게 읽힐지를 잘 메타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 거리감을 좁힐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현업 UXer와의 커피챗이나 여러 멘토링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거리감을 좁히는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면 조금 막연하게 들릴 것 같다. 지원하는 회사 혹은 직무와 나의 접점을 고려해서 프로젝트를 고르거나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예컨대 특정 기업의 서비스 UX 직무에 지원한다면, 해당 기업의 사용자 경험 흐름과 유사한 프로젝트 경험이나, 그들의 서비스 구조를 분석한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관심과 준비도를 드러낼 수 있다. 이것이 조금 리스크라 여겨진다면, 우회해서 경쟁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내용을 강조해 프로젝트 기획 방향을 보강하거나 인접 도메인에서의 경험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어필이 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디자인(d) 능력은 전형에서의 중요도가 따라 비중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변수고, 오히려 도메인 접점을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야 하는 것은 상수나 다름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아니 그렇게 느껴야만 한다. 그리고 대부분 이 조율을 잘 못해서 당락이 좌지우지된다. 그 말은 모두가 잘 못하니 조금만 신경 쓰고 앞서기만 해도 경쟁력이 확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내가 어떤 툴을 잘 쓸 줄 안다거나 어떤 교육을 이수했다는 내용으로 부족함을 감추려 하기보다는, 왜 이 기업의 UX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연관해서 어떤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평가자 입장에서는 인상 깊게 다가갈 확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면접관도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그들이 면접 상황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를 잘 시뮬레이션해보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d) 전공자는 물론이고, 디자인(d) 비전공자조차도 시각적 퀄리티를 보완하려는 욕심에 너무 많은 시각적 장치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경우가 간혹 볼 수 있다. 얘기를 나누다면, 그런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참 안타깝다. 그건 그 멘토나 실무자가 본인 사이드의 업무에서 디자인(d)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지, 나의 커리어 방향성에 무조건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 이들일수록 역설적으로 시각적 역량의 반대를 더 키워야 했던 경우가 더 많았다.
포트폴리오의 목적은 ‘얼마나 예쁘게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구조화했는가’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그래픽 요소나 장식보다는 정보의 우선순위, 페이지 구성의 명확성, 콘텐츠의 일관성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문서 형식 자체도 프로세스 중심으로 구성하고, 소제목 위치나 페이지 간 구성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어떤 슬라이드를 빼도 전후 스토리가 흘러간다면, 그 슬라이드는 필요 없는데 들어간 격이며, 반대로 슬라이드가 넘어갈 때 무언가 논리적 비약이 느껴진다면 무언가 비어있단 반증일 수 있다. 이런 갭에 대한 메타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UX 분야는 결국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직무다. 그 문제 해결은 단순히 도구나 그래픽 역량만으로 개런티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자의 맥락을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사고력, 그리고 그것을 조직 내에서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면접관을 예의주시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디자인(d)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전형일수록 나의 생각이 어떤 흐름을 따라 발전해 왔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흐름 속에는 자연스럽게 조사, 해석, 기획, 설계, 검증 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틀에 박힌 프레임에 끼워 맞춘 공장형 포트폴리오보다는 주섬주섬 조금 덜 세련돼더라도 UX 고유의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포함해 가며, 지원자의 UXer로서의 세계관을 잘 전달되는 것이 핵심임을 새겨두자.
UX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결과물을 나열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사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d) 역량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기초는 사고력과 스토리텔링이며, 이는 누구나 노력으로 갖출 수 있는 부분이다.